UPDATED. 2024-04-29 14:21 (월)
거제도 바다갈매기[巨濟島海鷗]
거제도 바다갈매기[巨濟島海鷗]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6.01.27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제시의 시조(市鳥)는 갈매기이다. 부산시 동해시 포항시 신안군 태안군 등, 21곳의 지자체에서 갈매기를 지역의 상징 새(鳥)로 채택하고 있다. 까치가 59곳, 비둘기가 53곳, 갈매기가 21곳, 백로가 19곳, 두루미 꿩 원앙이 각각 7곳이다. 갈매기가 많이 채택되는 이유는, 아마도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해안가에서 사시사철 갈매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거제섬도 예로부터 해촌(海村)의 마을 곳곳에서 갈매기와 어민들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만선의 고깃배가 항구로 들어올 때, 갈매기가 어선 주위를 떼 지어 맴돌며, 따라오는 장면은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여객선 운항 중에 여행객이 재미삼아 새우깡 들고 있으면 쫓아 따라와 물고 가는 장면을 종종 보기도 한다. 또한 어촌 갯벌에 조개 캐는 여인들 사이로 아무 일없다는 듯이 쪼르륵 다니다가도 동네 아이가 접근하면, 어찌 아는지 멀리 달아난다.

옛날 거제도 한적한 어촌의 어부가 작은 거룻배를 타고 매일 고기잡이 하려 나갔다가 돌아오면 꼭 갈매기 한 쌍이 작은 배에 내려앉아 함께 돌아오곤 했다. 어부는 쓸모없는 물고기를 골라 갈매기 먹이로 던져주는, 이러한 생활이 계속되었다. 어느 날 어부가 풍랑을 만나 망망대해 어느 무인도에 정박하게 되었다.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었고 돌아 가야할 방향이 어느 쪽인지도 몰라 애태우던 중에 그 갈매기가 나타나 인도를 해주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다한다. 갈매기가 은혜를 알고 은혜에 보답한다는, 지은보은(知恩報恩)을 한 것인지, 아니면 어부 없이는 먹거리 확보가 어려워, 어부를 찾다가 도와주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눈치가 아주 빠른 기민(機敏)한 바닷새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기심(機心)은 교사(巧詐)한 마음이다. 열자(列子)의 황제편(黃帝篇)에 의하면, ‘옛날에 어떤 사람이 바닷가에서 갈매기와 놀았는데, 그 뒤에 갈매기를 잡으려는 마음(機心)을 가지고 바닷가로 나가니 갈매기들이 위에서 날면서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벼슬길에 나가지 않은 선비나 세상을 등지고 사는 은자(隱者)들은 갈매기를 벗으로 인정하였다. 한갓 바닷새에 불과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주는 미물로 여겼다. 백구맹(白鷗盟)이란 ‘갈매기에게 한 맹세‘라는 뜻으로, 혹여 조정에 벼슬하러 나갈 일이 생기면 갈매기에게 곧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다는 고사성어로 인해, 옛사람들의 시문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시어가 되었다. 또한 예로부터 갈매기는 바닷가에서 날아다니며 유유자적하는 이미지로 인해 문사(文士)들에게 단골 소재가 되었다. 바쁜 현대의 직장인들도 모처럼의 휴가에서, 해변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갈매기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 편안하고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세계적인 해양문학, ‘조나단 리빙스턴’이란 의인화한 갈매기 하나를 단일주인공으로 한,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 Seagull)』이라는 작품은, 모든 존재의 초월적 능력을 일깨운 우화 형식의 신비주의 소설로써,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 갈매기의 삶을 통해 ​내면에 살아있는 진정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인생 이야기이다. 다른 대부분의 갈매기는 먹이를 찾기 위해 하늘을 날지만, 이 주인공 갈매기 조나단은 비행 그 자체, 즉 “더 멀리 더 높이 더 빠르게” 나는 것, 그 자체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보통 갈매기들은 인습에 따라 수 만년을 먹이를 찾아 해변가를 싸돌아 다닌다. 그러나 조나단은 단순히 먹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높이 나는 비행 자체 때문이었고, 높이 날아야 하겠다는 숭고한 목적을 꺾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많은 어려움 속에도 더 높이 더 멀리 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무엇을 이루려는 욕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세속의 사람들은 보통 갈매기와 같다. 그러나 주인공 조나단은 자신의 이상, 욕구를 위해 무단히 노력하는 자세와 이를 성취한 후에도, 사랑으로 실천하는 모습은 인간이 추구해야할 참가치인 것이다.

이에 “폭풍우 몰아치고 뇌성벽력 치는 험난한 바다에서도 의연(毅然)히, 길을 잃지 않는 정신”을 가지기를 소원해 본다. “머리는 세계적으로 향(向)하고 육체는 지역적으로 행(行)하라!” “평가 하는 이보다 평가 당한 이가 세상에 이름을 남긴다.”라는 격언을 서술해보며, ‘갈매기의 꿈’ 속에 담긴 의미를 확장 해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Jonathan Livingston Seagull’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안겨 주었다. 인습에 얽매여 먹이만 찾아 바닷가를 배회하는 갈매기보다는, 저 높은 창공과 저 넓은 세상에서, 자기완성에 따른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해, 자아실현을 이루어 내는 것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교훈인 것이다.

 

1) <거제도 바다갈매기[巨濟海鷗]> 二首 ‘先’ 고영화(高永和)

岐城浦口碧海連 거제도 포구는 푸른 바다에 연했는데

白頭翁在白鷗邊 흰 머리 늙은이가 갈매기와 함께 있네.

海鷗兩兩轉蒼空 쌍쌍의 바다 갈매기 창공을 맴돌더니

尤高遠鴥飛昇天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 하늘로 솟구치네.

 

數疊激浪數浮煙 첩첩의 거센 파도에 수많은 안개 떠다니니

何處世間最嬋娟 이 세상 어느 곳이 가장 아름다우랴.

海鷗踵至滿船歸 갈매기가 만선의 고깃배를 따라 오는데

多小機心爾知然 사특한 이 마음(機心)을 너는 알고 있으려나.

 

2) <여귀꽃(蓼花)에 잠든 갈매기(白鷗)> 김성기(金聖器 조선 숙종대)

요화(蓼花)에 잠든 백구(白鷗) 선잠 깨야 나지마라

나도 일 업서 강호객(江湖客)이 되엿노라

이 후(後)는 차즈리 업스니 너를 조차 놀리라

 

3) <백구와 벗이 되어> 김성기(金聖器)

강호에 버린 몸이 백구와 벗이 되어

여정을 흘려놓고 녹소를 높이 부니

아마도 세상 흥미는 이뿐인가 하노라

 

 4) <거제도 해상의 갈매기에게(謝白鷗)> 정이오(鄭以吾)

정이오(鄭以吾 1347~1434) 선생의 거제도 한시 작품을 살펴보면, 선생은 당나라 시풍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시에 대한 조감(藻鑑)이 뛰어난 분이셨고 조선초기 시인 중에 가장 뛰어난 쌍매당 이첨 선생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또한 정감(情感)을 중시하며 문장은 평이하면서도 기교는 별로 없으나 고아한 표현에 운율미를 갖추고 있다. 거제도 관련 시들은 교은(郊隱) 정이오 선생이 평소 친분이 두텁던 박덕공이 제주목사로 임명되어 갈 때 병조의랑(정4품 관직)으로 임명되어 함께 제주도로 가면서 지은 시들이다. 1401년 10월에 박덕공이 제주목사로 부임(제주도착)하여 1403년 12월 퇴임 한 기록을 참고하면, 1401년 6월(음력) 경상도 웅천 소속 수군함정에 박덕공과 함께 타고<조풍설 기록> 가덕도에서 출항하여 이들을 마중 나온 전라수사 진원세의 함대와 함께 제주도로 가는 도중, 한여름 풍랑을 만나 고생하게 되었다. 이에 거제도 영등(장목면, 구영등)포를 거쳐 칠천도, 견내량을 지나 남해 관음포, 순천 묘도(猫島)로 가서 전라남도 고흥(강진)에서 제주도로 향했다. 선생은 뱃길을 따라 가면서 보고 느낀 점을 시(詩)로서 남겨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교은 정이오 선생은 당시 거제도에 관한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는데 그 중 <도거제견내량 1401년>,<과거제영등포영 1401년>,<거제2수 1401년>, 제주에서 돌아오는 길에 지은 <과거제칠천도 1404년>와 그 외 몇 편의 글을 남겨 우리 거제도 고전문학의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또한 그의 아들 정분(鄭苯)은 거제도 사등성에서 고현성으로 거제현 치소를 옮길 당시에, 관찰사 하연(河演), 거제현령 이호성(李好誠)과 더불어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왜적으로부터 방어 가능한 성(城)의 위치는 물론, 풍수지리설에 의한 성문, 관아 건물, 향교 등을 모두 기초하신 분이었다. 정이오 선생은 진주가 고향이라, 이후 낙향하여 살았다.

 

<거제도 해상 갈매기에게(謝白鷗)> 정이오(鄭以吾 1347~1434년) 1401년 作.

“새 가운데 갈매기가 있음이여~ 구름보다 희어라.

호탕함을 탐냄이여~ 길들기 어렵노라.

사람의 낯빛만 보고도 퍼뜩 날아감이여~ 주살을 멀리 피하려 함이라.

네가 태어남이여~ 기미를 앎이 신통하도다.

나의 잠깐 부끄럼이여~ 갈매기에 쏘려던 탄환을 버리노라.

왕래함이 없음이여~ 마음이 근심스럽도다.

세상 사람들이여~ 웃음 속에 칼을 품었도다.

흰 갈매기를 버려둠이여~ 나는 누구와 더불어 갈 것인가.

하물며 파리 떼들이 천지간에 가득함이여~ 내 마음을 누구에게 밝힐 것인가.

강과 바다로 표표히 다님이여~ 마침내 너와 함께 하기를 맹세하노라.”

[“鳥有鷗兮白於雲 沒浩蕩兮難乎馴 色斯擧兮遠矰繳 爾之生兮知幾其神 我且愧兮棄彈丸 莫往來兮心惸惸 世之人兮咲中有刀 捨白鷗兮吾誰與行 矧蒼蠅之滿天地兮 我衷孰明 飄飄江海兮 終與爾同盟”]

 

5) <그대 잠이 오는가?> 고영화(高永和)

잠들기 전에 가야할 길이 있다

여기 내 집에 꽃 피고 새 울고 웃음 머물도록 만드는 길,

온갖 풍파와 인간의 시비 속에도 언제나 그곳을 지키도록.

 

잠들기 전에 가야할 길이 있다

사공 없는 외론 배에 주저 말고 타, 돛 펼치고 노 저어 가는 길,

만 리 바람 탄 새털구름 뭉게구름 흘러가 번개가 치도록.

 

잠든 후에도 가야할 길이 있다

영악한 세속에서 우주의 입자로 흩어져 암흑물질이 되는 길,

캄캄한 망망 공간에서 세상을 부여잡고 자유로이 달리도록.

 

잠든 후에도 가야할 길이 있다

사방으로 전파하는 파동(wave)의 무한한 생리적 주기성에 따르는 길,

자연의 반복적인 윤회(saṃsāra)에 무의식의 밀알로 떠돌도록.

 

 

6) 바다 갈매기[海鷗詩] 김도수(金道洙 ?~1742)

海客遊海上 뱃놀이 나그네 해상에서 떠돌다가

海上多白鷗 바다 위에 수많은 갈매기를 보았네.

相親又相近 서로 친하고 동시에 가깝나니

相忘兩無求 서로가 구(求)함 없이 잊고 지냈지.

一日之海上 어느 날 해상에서

海鷗驚且愁 바다 갈매기가 놀라니 근심스럽네.

手裏無矰繳 손 안에 주살이 없었는데도

心中有罝罘 마음속에 그물이 있어서겠지.

高飛半天中 반공으로 멀리 달아나니

誰能落爾謀 누가 너의 지략을 당할 소냐.

願君且忘機 원컨대 그대여~ 속세의 욕심 잊어버리면

從此復同遊 이로부터 다시 함께 어울리게 되리니.

[주] 망기(忘機) : 기심(機心), 즉 뭔가 꾀를 내어 해 보려는 사심(私心)을 모두 잊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7) <백구(白鷗) 2수(二首)> 조호익(曺好益 1545~1609)

정자 앞에 그리 크지 않은 연못이 있는데, 매년 봄가을로 갈매기 한 마리가 홀로 날아와서는 종일토록 놀면서 혹 10여 일이나 떠나지 않고 있었다. 갈매기는 본디 강호(江湖)에 사는 새로 아득히 연파(煙波) 속을 출몰하는 새이니, 궁벽한 산의 깊은 골짜기 속에 있는 자그마한 연못은 참으로 그의 호호탕탕(浩浩蕩蕩)한 성품을 용납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다. 그런데 무슨 뜻으로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모르겠기에, 느낌이 있어서 시를 지어 읊었다.

年來構此小亭虛 근년 들어 얽어 지은 작은 정자 비었는데

終日無人獨塊居 종일토록 찾는 사람 없어 홀로 앉아 있네.

訪我山中情不淺 산속으로 날 찾아온 너의 정이 깊기에

直將輸與滿池魚 연못 속에 가득히 찬 고기 네게 다 주노라.

 

煙沙雲水渺難窮 안개 모래 구름과 물 아득하여 가없는데

却愛山林寂寞中 산속의 적막함을 되레 좋아하는구나.

無限江湖魚鳥裏 무한한 강호의 물고기와 새들 중에

獨渠心事與吾同 네 심사만 유독 홀로 나의 맘과 같구나.

 

◯ 휘어진 긴 모래톱에 물안개 헤치며, 점점이 나는 갈매기 무리가 아득한 물굽이를 갈라놓고 향기로운 실비는 무심히도 부슬부슬 내린다.

천고의 무한한 생리적 파도는 하얀 물거품 연신 쏟아낼 때, 갈매기와 벗하며 질펀한 모래 갯벌을 걷는데 물에 비친 달 같이 내 마음 텅 빈 허공에 떠 다니네.

해안의 산골짝마다 구름 내뱉고 두루(瀆盧)섬 벼랑마다 갈매기 한가한데 낚시하던 저 늙은이는 망태기에 무심한 달 하나 담고 돌아오누나.

포구의 비린 내음 가득해도 어촌의 아이들 쉴 줄 모르고 뜀박질인데, 해 기우니 처마그림자 안방 깊숙이 들어오고 창 올리니 상쾌한 바다바람 뺨을 스친다.

어금버금 갈매기들 갯가에서 날개 접고 석양빛을 희롱하더니 지나가는 나그네의 사특한 마음을 비웃는구나.

흰 날개 깨끗이 단장하랴, 햇볕에 상긋대랴, 인간의 기심(機心) 살피랴, 아~ 너는 어이 그리 바지런한가? 이 세상 어느 미물이 너만큼 사특하랴.

한낱 미물의 모양과 울음이 제각각이지만 하늘과 땅 바다를 자유로이 오고가는 너는 진정 바다의 신선이로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