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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단오와 ‘씨름의 날’
[기고]단오와 ‘씨름의 날’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6.06.1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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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영민 칼럼니스트
 

음력5월5일은 ‘단오절(端午節)’과 ‘씨름의 날’ 기념일이다. 동양에서는 기수가 겹치는 1월1일이나 3월3일, 5월5일, 7월7일, 9월9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단오는 1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때라 여겨 큰 명절로 지냈다. 설, 추석과 함께 3대 명절중의 하나이다. 단오는 단오떡을 해먹고 부녀자들은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그네뛰기를 하며 남자는 씨름을 하는 명절이다.

음양 사상에서 홀수를 양(陽)의 수라 하고 짝수를 음(陰)의 수라고 해서 양의 수를 상서로운 수로 여겼는데, 단오는 양의 수인 5가 겹치는 날로서, 대표적인 길일(吉日)로 알려져 있다.

단오처럼 홀수의 월일이 겹치는 날은 예로부터 길일로 여겨져 왔는데 음력 1월1일인 설날, 음력 3월3일인 삼짇날, 음력 7월 7일인 칠석(七夕), 음력 9월9일인 중양절(重陽節)이 모두 홀수의 월일이 겹쳐 예로부터 어떤 일을 해도 탈이 없는 길일이라고 여겨 왔다.

중양절인 음력 9월9일에 제비가 강남으로 갔다가 삼짇날인 음력 3월 3일에 강남으로 돌아온다고 하며 칠석에는 은하의 서쪽에 있는 직녀와 동쪽에 있는 견우가 까마귀와 까치가 머리를 맞대어 은하수에 놓인 오작교(烏鵲橋)에서 일 년에 한 번 만난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또한 정월 초하룻날인 설날에는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들을 찾아뵙고 인사하며 덕담을 나누는 풍습이 전해진다.

단오는 다른 말로 수릿날, 천중절, 중오절, 단양절 등으로도 불렀다. 수리는 우리말로 ‘신 높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니 단오는 ‘높은 날’, ‘신의 날’이라는 뜻이다. 단오는 양기가 충천할 때 집안의 액을 막고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한해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했던 중요한 날이었다. 단오제와 단오고사, 단오 굿이 올려졌고 궁중에서는 단오부채를 신하들에게 하사했다.

더구나 개인적으론 단오가 남편의 생일이다. 그래서 요즘 부부는 가끔 생일파티를 빙자해 강릉으로 단오제를 보러간다. 단오를 즈음해 지역마다 많은 행사가 있지만 강릉단오제가 으뜸으로 꼽히기도 하거니와 종묘제악, 판소리에 이어 국내에서 3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로 까지 등재되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강릉단오제는 조선시대 대관령의 신들에게 제를 지내며 관민이 함께하고, 유교와 무속신앙이 함께 어울려 지내던 마을공동축제였다. 필자가 군복무시절이던 1976년, 강릉 남대천에서 경험했던 마을축제가 현재까지도 그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어 내려온다.

음력 4월5일, 신주 빚기로 시작되어 대관령국사 성황제, 봉안제, 영신제, 영신행차, 단옷날을 전후해 음력 5월12일까지 진행되는데 매일 조진 제를 지내고 12거리굿과 관노가면극이 지정문화재행사로 진행된다.

그리고 단오의 대표적인 놀이로는 그네뛰기와 씨름을 들 수 있다. 그네뛰기는 단오 날 아낙들의 대표적인 놀이다. 조선후기의 화가 신윤복의 단오풍정을 보면 한복을 차려입은 부녀자들이 치마폭을 바람에 날리며 하늘로 치솟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와 쌍벽을 이루는 남성들의 놀이로 씨름대회가 있다. 씨름대회에서 이기는 사람에게는 관례로 황소를 상품으로 주는데 경기방식은 요즘과 같이 토너먼트식이 아니라 도전자들을 모두 이겨 상대가 없게 되면 우승하게 된다.

단오 때 즐기는 세시풍속 행사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창포에 머리감기, 단오비녀 꽂기가 있다. 일명 단오장(粧)이다. 창포를 삶은 창포 탕에 머리를 감으면 머리가 검어지고 뿌리를 다듬어 비녀를 만들어 꽂으면 나쁜 일을 막고 여름동안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또 단오에는 쑥이나 익모초 같은 약초를 뜯어 말렸는데 양기가 최고조에 다다르는 오시에 뜯어야 약효가 좋다고 믿었다. 절식으로는 수리취떡과 앵두화채가 있는데 수리취떡은 알다시피 수리취나 쑥을 넣어 수레바퀴처럼 둥글게 빚어 만든 절편이다.

앵두는 과실 중에서 가장 먼저 익는 과실로 단오 무렵이 제철이다. 궁중에도 진상하고 떡과 화채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화채니 앵두편은 고사하고 요즈음은 마당 있는 집이 드물어 담장 넘어 빨갛게 익은 앵두를 보기도 어려워 아쉽기만 하다.

한편 궁중에서는 내의원에서 제호 탕을 만들어 진상했고, 임금님은 이것을 대신들이나 기로소에 하사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제호 탕은 더위를 이기고 갈증을 해소하며 보신하기위해 마시는 전통 청량음료였다.

놀이로는 그네뛰기, 씨름이 으뜸인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지역마다 봉산탈춤이니 송파산대놀이 같은 탈춤과 가면극들이 장터에서 벌어져 명절 분위기를 한껏 돋우기도 했다.

단오절이라 단오 이야기를 한참 했다. 굳이 의미를 따지지 않더라도 세시풍속은 마을을 이루고 그 안에서 먹고 사는 우리네 일상에서 조상들의 지혜는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은 그런 세시풍속을 즐기는 단오절이면서 민족 스포츠인 씨름의 활성화를 위해 ‘씨름진흥법’이 제정되고 기념일로 정한 ‘씨름의 날’이다. 이제 단오절에 행하는 민속씨름을 원형그대로 보존하자는 뜻에서 온 국민이 중심이 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 등재운동이 벌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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