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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느 소년가장의 죽음
[기고] 어느 소년가장의 죽음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6.07.1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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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영민/칼럼니스트
 

이런 아이가 있습니다. 17살 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남동생이 중증장애인이고 친척은 부산에 살고 계시는 고모한분이 있습니다.

가정형편상 학업을 중단하고 퀵서비스회사에 출근하여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하는 배달원으로 일합니다.

한 달에 50만원 받는 것이 전부입니다. 재산이 없어 다섯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중증장애인이신 부모님은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폐지를 줍고 이 아이는 배달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 아이를 계절로 말하면 무슨 계절인가요? 봄일까요? 여름일까요? 아니면, 가을일까요? 겨울입니다. 말할 것도 없이 겨울입니다.

그의 이름은 정태진입니다. 오토바이로 배달 일을 하던 중, 마주오던 트럭을 피하려다 가로수에 충돌하여 부산대학병원으로 실려 갔습니다. 안타깝게도 두시간만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김 경진 시의원 비롯해 능포동장, 장승포지구대장.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유족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죽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죽음이 왜 온 시민의 관심을 끌었을까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살면서도 매월 10만원~20만원을 몸이 성치 않은 가족을 위해 모았습니다. 그리고 용돈을 쪼개어 틈틈이 소년소녀가장을 도왔습니다

2010년부터 쉬지 않았습니다. 적금 500만 원짜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돈을 타서 중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 어머니의 병원비에 보태고 남는 돈을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함 이었습니다.

소년의 어머니께서 “가난했지만 책임감을 강조하며 키웠더니 어린나이에 스스로 학업을 포기하고 취직을 하여 돈을 벌어 집에 갖다 준 아이다”며 “엄마인 내가 책임감 없이 키웠다면 오히려 게임이나 하고 놀러 다니기나 했지, 17세의 나이로 죽지 않았을 것 아니냐”면서 눈물을 터트리며 오열하는 상황에 우리의 마음은 더욱 미어집니다.

그의 영정 앞에는 같은 또래 아이들이 애도하는 편지가 쌓였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라고 항상 격려하여 주던 친구를 가슴에 묻고 평생 살아갈게, 좋은데 가거라.”

고현에서 치과병원을 운영하는 옥 채석원장은“소년은 가진 것을 나눔으로서 그것이 더욱 커지고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진정한 나눔의 싦을 실천으로 보여 주었다”

그가 그렇게 죽은 후 지역주민들의 기부가 꼬리를 이었습니다. 댓글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천사 배달원 소년가장의 뜻을 이어 기부를 시작하겠습니다.”

인생의 겨울에 이렇게 좋은 씨를 뿌리고 나니 아름다운 마침이 되었습니다. 고(故)정태진군은 겨울에도 씨를 뿌리는 천사였습니다.

돈 몇 푼에 벌벌 떨며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살아온 제 자신이 정말 부끄럽습니다. 당신이 이 나라의 진정한 천사이십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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