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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양궁이 세계를 제패한 까닭
[기고]한국양궁이 세계를 제패한 까닭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6.08.1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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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민/칼럼리스트
 

8일, 한국여자양궁대표팀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단체전에서 8연패 위업을 달성한데이어 13일 새벽, 양궁 전 종목(남․여 단체, 남․여 개인 총4개) 금메달석권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한국대표팀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양궁 전 종목 금메달이라는 대업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하던 외신들은 구본찬선수의 남자개인전 우승이 확정되자 ‘맹불허전한국’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외신은 “바람을 다루는 신비한 힘을 가진 한국선수들”, “양궁단체전 경기장에는 28년째 애국가만 울려 퍼진다.”, “한국이 수십 년째 양궁종목지배” 등의 표현을 쓰며 우리나라가 명실상부 양궁세계최강국이라는 사실을 이견 없는 찬사를 보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양궁이 세계최강인 것은 한국사와 무관하지는 않다.

 

“수성(守城)에 능한 자 고려 같은 나라가 없으며, 공성(攻城)에 능한 자 또한 고려 같은 나라가 없다.” 당나라 이후 중국인들이 했던 말이다. 수나라가 고구려 정복에 실패해 망하고, 당태종이 고구려를 공격하다 죽은 이후에 생긴 유행어이다.

수성이니 공성이니 하는 싸움에서는 태권도와 같은 무술을 쓰는 근접전이 필요 없다. 성을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서 싸우는 원거리 싸움이다. 한국인들은 이 원거리 싸움에 능했다.

고대 이래로 원거리 싸움에 가장 필요했던 무예는 무엇인가? 바로 활쏘기였다. 한국인은 활쏘기의 명수인 것이다.

임진왜란중인 1954년 선조는 훈련도감에서 장창, 당파(삼지창), 낭선(9~11개의 가지가 붙은 창),쌍수도, 등 패, 곤봉 등의 여섯 가지 무기를 가르치도록 했다. 왜란의 피해를 보면서 화살로는 총에 대항하기 힘들게 되었지만 근접전의 무예에 능하지 못해 다른 종류의 싸움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수들은 이를 기피하여 병조에서는 왕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나라 풍속으로는 오로지 활쏘기만 익혀왔으므로 창검을 사용하는 기술에 있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지금 이들에게 이미 이룬 재주를 버리고 새 기술을 익히게 하니 활을 잡고 활을 쏘게 할 경우에는 모두 명중시킬 수 있는 무사지만, 칼을 잡고 머뭇거리게 될 경우에는 오히려 쓸모없는 둔한 군졸이 될 것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한국의 지형 때문일 것이다. 산지가 발달했기 때문에 주로 산성을 중심으로 전투가 벌어졌고 평지에서의 백병전이 많지 않았다. 그러므로 수성이나 공성 등 원거리 전투에 필요한 무예인 활쏘기를 중시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조선시대 들어와서 크게 낭패를 당하게 된다.

한국에서의 활쏘기는 하나의 풍속이었다. 고구려를 세운 고주몽의‘주몽’이 ‘활을 잘 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는 건 잘 알려져 있다. 활 잘 쏘는 사람을 선사(善射)라고 하는데 고구려는 아예 어릴 때부터 글쓰기와 활쏘기를 가르쳐서 전 국민의 선사화가 이루어져 있었다.

중국인들은 우리나라사람을 동이족(東夷族)이라 불렀는데 동이의 이(夷)자를 풀면 대궁(大弓)이 된다. 즉 동쪽의 큰 활을 잘 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백제에서도 활쏘기는 민간의 일상적인 풍속이었고 신라도 인재를 선발할 때 활쏘기로만 뽑았을 정도로 활쏘기를 중시했다.

고려와 조선의 역대 왕들 역시 끊임없이 활쏘기를 장려했다. 고려나 조선모두 무(武)보다는 문(文)을 중시하는 풍토였는데 활쏘기만은 누구나 익혀야 했다. 무관에 오르려는 사람은 물론이고 문관과 그 자제들 역시 활쏘기를 익혔는데 그들을 위해 별도로 학습소를 만들기도 했다. 역사책이나 풍속도에도 창이나 칼을 쓰는 사람, 권각법을 잘 익힌 사람의 얘기는 거의 나오지 않지만 활을 쏜 선사 이야기는 무수하게 소개되고 있다.

이렇게 온 백성이 활쏘기에 전념했던 전통 없이는 좀처럼 양궁세계최강국이 되기 어렵다는 것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생생하게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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