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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고현항재개발 저지,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
<이슈분석>고현항재개발 저지,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
  • 배종근 기자
  • 승인 2014.06.24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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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시민대책위 구성 통해 행정의 일방통행 막겠다는 의지로 해석 가능

상권 파괴, 도심지 지가하락 등 시민들의 민감한 사안 간과한 패착

고현항 매립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23일 오후 2시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고현항 매립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 배진구, 이하 대책위)는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련), 거제경실련(이하 경실련) 등 9개 시민단체를 비롯한 거제시민 등 명실상부한 범시민이 참여하는 대책위의 모습을 갖췄다.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 중 일부 시민단체는 절차상의 문제로 아직 가입하지 않았지만 빠른 시일내 가입이 예상되고 있다.

대책위가 개최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집중적으로 쏟아진 질문은 기존의 ‘고현항 재개발 지역협의체(이하 지역협의체)’와의 차별성에 대한 문제였다.

이날 대책위는 지역협의체와의 차별성에 대해 일부 설명이 부족해 오해의 소지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책위는 고현항재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반면 지역협의체는 고현항재개발을 위한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차원이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대책위에 가입한 일부 시민단체가 지역협의체에도 가입돼 있다는 점이었다. 지역협의체에서 고현항재개발을 찬성하고 있으면서 대책위에도 가입해 반대하는 것은 모양새가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시민단체들이 지역협의체에 들어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공론에 따라 환경련과 경실련의 핵심인사들이 지역협의체 구성원으로 참여해 그동안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사업 주체인 해양수산부와 거제시가 자신들의 주장을 철저히 묵살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를 대표해 참여한 구성원들의 주장은 고현항재개발사업을 말 그대로 항만 재개발에 포커스를 맞추고 녹지공간과 공원 등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사업을 진행할 것을 주문해 왔다는 것.

그러나 해수부와 거제시는 사업자들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전체 사업면적에서 54%를 주거·상업·관광시설 등의 부지로 분양하고 나머지 부지를 도로, 주차장, 항만시설, 녹지공간 등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이러한 각본을 짠 해수부와 거제시는 지역협의체 내 시민단체 구성원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일부 그들의 주장이 반영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지역협의체 구성원 중 고현항재개발을 찬성하는 구성원의 주장은 적극 수렴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협의체 전체가 고현항재개발을 찬성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고현항재개발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정확히 반영하고 그동안 한계로 지적돼 왔던 시민참여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이날 대책위가 출범했다는 게 대책위의 설명.

◆민의수렴 없는 행정일방에 대한 반발=대책위 출범은 상당히 늦은 감이 있지만 시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겠다는 차원에서 고현항재개발 사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시민들이 제동을 걸겠다는 적극적 의지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노후된 항만시설을 재개발하고 매립을 통해 주택 및 상업용지를 확보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항만재개발을 목적으로 하면서 주변의 택지 및 상업용지 비율이 지나치게 높게 계획돼 있어 사실상 신도시개발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은 2009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항만재개발기본계획 변경을 통해 61만2705㎡를 매립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기존 항만시설 부지 2만57㎡의 30배를 매립해 세배 정도 늘어난 5만6911㎡의 항만을 재개발 하고 나머지 부지는 택지와 상업용지, 녹지 및 공원, 도로 등으로 개발된다.

전체 매립면적에서 56% 정도는 택지와 상업용지 등으로 개발되고 나머지 44%에 본연의 목적인 항만 및 도록, 녹지, 공원 등으로 조성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계획된 내용을 뜯어보면 해수부는 자기 예산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민간사업자를 동원해 항만을 재개발하고 거제시는 새로운 도심부지를 공짜로 조성할 수 있다는 공통된 이익에서 합의점을 찾은 모양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해수부와 거제시는 정작 중요한 시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공공의 재산인 바다를 매립하면서 주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셈이다.

특히 신시가지 조성은 기존 상권의 파괴 및 기존 택지의 지가하락 등 시민들에게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행정의 일방통행은 자칫 시민들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또한 고현만이라는 자연자산을 매립한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시민들도 상당수 있다.

이처럼 행정이 간과한 문제들로 인해 결국 대책위가 출범했으며 이는 행정의 일방통행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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