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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거리벵’에 걸맀나. ‘걸신’이 들었나.
‘헷거리벵’에 걸맀나. ‘걸신’이 들었나.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3.12.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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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던 시절의 이야기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 어쩌다가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게 되면 어른이든 어린이든 음식을 탐하게 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이때 어른에 비해 아이들은 염치없이 마구 달려들어 먹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에 부모들이 애들을 자제 시키면서 하는 말들이 있었다.

‘헷거리벵’에 걸맀나. ‘걸신’이 들었나.

‘헷거리병’ 또는 ‘헥거리벵’, ‘걸신’, ‘짜구’, 등등의 말이 그것이다. 이를 묶어서 표로 보이면 다음과 같다.

예 문

풀 이

느그들 천천히 안 묵을끼가. 얹힌다.

너희들 천천히 먹어라. 체한다.

헷거리벵에 걸맀나.

횟거위배를 앓고 있나.

걸신(乞神)이 들었나.

빌어먹는 귀신이 속에 들었나.

짜구난다.

자귀병 걸린다.

쪼매이(씩) 묵어라.

조금(씩) 먹어라.

▲예문

여기서 ‘헷거리병’ 또는 ‘헥거리벵’은 ‘횟거리병’으로 표기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횟배’(회충으로 인한 배앓이)이기 때문이며 또한 ‘거위배’도 같은 뜻이므로 엄밀히 ‘횟거위배’를 ‘헷거리병’이라 발음하는 것이다.

‘걸신’은 걸신(乞神), ‘빌어먹는 귀신’이라는 뜻이다. 즉, ‘너희들 속에 염치없이 음식을 빌어먹는 귀신이 들었나.’라고 말하는 것이다. 당연히 사투리는 아닌 것이다.

‘자귀’를 거제에서는 ‘짜구’로 발음한다. 나무 다듬는 연장 자귀도 ‘짜구’로 자귀나무도 ‘짜구나무’로 발음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귀’는 개나 돼지에 생기는 병의 하나인데, 흔히 새끼일 때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으로, 배가 붓고 발목이 굽으면서 일어서지 못하는 병을 말한다. 실제로 필자는 이 병에 걸린 돼지를 본 적이 있다.

따라서 갑자기 많이 먹으면 돼지의 병인 ‘자귀병’에 걸린다며 경고와 아울러 자제를 주문하는 것이다.

모태’와 석쇠, 며느리도 돌아오고

‘모태’는 석쇠를 말하는 것이다. 석쇠를 백과사전에 찾아보면 ‘쇠테에 철사로 그물 뜨듯이 만들어 어육 따위를 굽는 데 쓰는 네모 또는 둥근형 주방용구.’라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발음적으로는 거제에서 구분이 거의 되지 않으나, ‘모태’의 ‘태’는 ‘테’로 표기하는 것이 옳겠다. ‘모테’는 ‘철사를 모(네모)로 엮은 테’로 풀이하고 싶다.

가을이 되면 모든 생선들이 살찌고 기름져서, 이를 ‘부석’(아궁이)의 ‘융구리’(잉걸, 알불)를 밖으로 조금 꺼내어 그 위에 ‘모테’를 놓고 굽는 맛은 일품이다. 그 냄새로 집나간 며느리 돌아온다는 말은 최근에 너무 많이 회자되어 심심해져버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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