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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우유 굴(石花)
바다의 우유 굴(石花)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5.01.0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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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900리 바닷가를 둘러싸고 있는 굴은, 우리네 정서 언저리에 있는 듯 없는 듯 예로부터 언제나 자리매김하고 있다. 굴 껍데기 속에는 부드러운 몸체가 있으며, 아가미는 음식물을 모아 위에서 소화하고 안쪽의 내전근으로 껍질을 여닫는다.

굴은 익혀서 먹기도 하지만 생으로도 먹는데, 중세 유럽에는 미약으로 알려져 있었다. 우리가 말하는 굴은 보통 참굴을 말하며 굴조개라고도 부르는데 이매패류에 속한다.

한자어로는 모려(牡蠣)·석화(石花, 石華)·굴(掘, 屈)·여합(蠣蛤)·모합(牡蛤)·운려(雲蠣)·고분(古賁) 등으로 표기한다. 굴껍질은 여방(蠣房)이라고 하고, 굴알은 여황(蠣黃)이라고도 한다.

한자어 석화(石花)는 ‘돌에서 핀 꽃‘이며, 모려(牡蠣)는 ’남자에게 좋은 굴조개 또는 굴 껍질‘, 모합(牡蛤)은 ’남자를 위한 조개’라는 의미이다. 굴이 식용으로 이용된 역사는 오래되었으며 한국에서도 선사시대 조개더미에서 많이 출토되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 7도에서 생산되었고, <전어지> <자산어보> 등 형태에 대한 기록이 있다.

고려 시대, 1123(인종 1)년에 중국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이 고려에 와서 보고 들은 것을, 그림을 곁들여서 기록한 책인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고려 백성들이 해산물을 잘 먹는다. 미꾸라지, 전복(鰒), 조개(蚌), 진주조개(珠母), 왕새우(蝦王), 문합(文蛤), 붉은게(紫蟹), 굴(蠣房), 거북이 다리(龜脚), 해조(海藻), 다시마(昆布)는 귀천 없이 잘 먹는데, 구미는 돋우어 주나 냄새가 나고, 비리고 맛이 짜 오래 먹으면 싫어진다.

고기잡이는 썰물이 질 때에 배를 섬에 대고 고기를 잡되, 그물은 잘 만들지 못하여 다만 성긴 천으로 고기를 거르므로 힘을 쓰기는 하나, 성과를 거두는 것은 적다. 다만 굴과 대합은 조수가 빠져도 나가지 못하므로, 이를 아무리 주워도 없어지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굴은 신석기 유적 패총에서 홍합 소라 백합 담치 등의 패각(껍데기)이 함께 출토되고 있다. 이로써 수천 년 전부터 이 땅의 선조들의 식용으로 이용되어 오늘에 이르렀으며, 바닷가 사람들의 모태 젖줄, 생명의 원천이었다.

거제도에는 현재, 굴젓∙굴구이·굴탕수육·굴무침·굴쭈꾸미·굴죽·굴전·굴튀김까지 식성에 따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굴 전문식당이 성업 중이다.

“어부집 딸은 까매도 굴집 딸은 하얗다”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여성들의 피부미용에는 최고였다. 동의보감 원문 내용 중, 모려(牡蠣)편에는 "꿈에 헛것과 성교하면서 정액이 나오는 것과 정액이 절로 나오는 것을 치료한다.

모려를 불에 달구어 식초에 담겼다 내기를 일곱 번 반복한 후 가루 내어 식초를 두고 쑨 풀로 반죽한 다음 벽오동 씨 만하게 알약을 만든다. 한번에 50알씩 소금 끓인 물로 빈속에 먹는다. 이것을 고진환(固眞丸)이라 한다.“했다.

굴은 남성에게 이롭다. 굴은 예로부터 ‘천연의 정력제’로 명성이 높다. 서양에서는 ‘오래 사랑하려면 굴을 먹어라’라는 속담까지 있다.

미국에서는 성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 굴을 양껏 먹게 했더니 절반 이상 효과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굴의 강장효과는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다. 정력을 높여 주는 미네랄인 아연이 어패류 가운데 가장 많이 들어있고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이 풍부해 성(性)적 에너지가 넘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굴은 여성에게도 세 가지 측면에서 유익하다. 첫째, 피부에 좋다. 동의보감은 ‘굴은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안색을 좋게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둘째, 빈혈을 예방한다. 굴 8개만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철분(혈액의 원료)을 모두 섭취할 수 있다.

셋째, 골다공증을 막아준다. 뼈, 치아를 튼튼하게 하는 칼슘이 쇠고기의 8배나 들어 있다.

거제시 거제면은 조선후기 거제읍치가 있었던 유서 깊은 고장인데, 거제도만의 굴젓의 전통을 지키며 옛 맛을 이어오고 있다.

깨끗이 씻은 싱싱한 석화를 재료를 하여 쌀뜨물에 3~4일 삭혀 부뚜막에서 발효시킨다. 소금은 맛을 살리기 위해 아주 조금 넣고 채로 쓴 무와 마늘 통깨 고추와 쪽파를 더해 그 맛을 배가 시키고 난후, 이틀정도 숙성시키면 거제도 특유의 거제굴젓이 탄생한다.[KBS ‘한국인의 밥상‘ 참고].

거제굴젓은 숙취해소와 부족한 혈기를 왕성하게 만들어 준다. 전국 어느 굴젓보다 독특한 향내와 감칠 나는 최고의 입맛을 자랑하는 거제굴젓은, 우리거제도의 정체성과 자부심이 녹아내린 최고의 식품이다.

1) 거제석화 찬미[巨濟石花讚美] / 고영화(高永和)

雪寒娛客無餘餐 추운 설한의 손님 접대엔 더할 나위없는 음식,

柔和脆膚白沫散 부드럽고 온화한 연한 살에 흰 물거품이 흩어진다.

轟煎爐鐺花浪起 화로 위 철망에서 요란스레 타는 꽃물결이 일더니

爛咀齒頰津香漫 입안에 자지러진 환한 맛에 진한 향기 가득하다.

凝作石巖鏤作花 엉겨 붙은 돌과 바위에 꽃을 박아 꾸몄으니

潮回空羨石花闌 썰물로 드러난 갯벌엔 돌 꽃이 한창이라,

相對哺食一笑昈 서로 마주해 먹으며 한번 환히 웃어보면

爭奈懷中日多歡 마음속에 날로 기쁨이 많아져 어이할꼬.

香味補益石花完 향미(香味) 보익(補益)에는 석화가 완전하다하여

食醢膾炙慾心單 굴젓과 굴회 굴구이 먹을 욕심뿐인지라,

老饕飫嚼香生喉 탐해 실컷 먹으니 향기가 목구멍에서 피어나는데

牡蠣味懷起萬端 굴조개 맛에서 온갖 회포가 일어난다.

[주] 회자(膾炙) :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널리 칭찬(稱讚)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傳)해지는 것.

2) 석화[石花]. 굴 / 성호집(星湖集), 이익(李瀷 1681-1763)

無情物發有情花 무정물 돌에 정(情)이 있어 꽃을 피웠으니

色苞眞同未綻葩 빛깔과 껍질이 피지 않은 꽃잎과 꼭 같다.

蒼海爲根催長養 푸른 바다가 뿌리 되어 잘 자라라고 재촉하고

靑春無跡尙繁華 푸른 봄은 자취 없어도 성한 꽃을 피웠다.

登槃不必時成實 소반에 오르지만 제철에 결실할 필요가 없고

入口偏能助味奢 입에 들어가면 몹시 입맛을 돋운다네.

細和蕪菁作淹菜 순무에다 잘게 섞어 김치를 만들어서

呼來伴酒旺脾家 안주로 내어 술을 마시면 비위를 왕성케 한다.

 

3) 이안눌(동악)이 강화도유수로 있을 때 안부편지와 홍어, 석화, 생합을 보내 감격해, 달려가 사례했다.[東岳 (李公安訥) 在江都枉書 且有洪魚 石花 生蛤之惠 走草鳴謝] / 이경석(李景奭,1595-1671년).

怪殺南枝鵲 괴이해라 남으로 뻗은 가지 위 까치가

驚看丙穴魚 놀라 바라보니 병혈어로다.

何須羊入夢 어찌 꿈속에서 배회하는가.

絶勝鯉傳書 절경 속에 쓴 편지를 전한다.

石冷花生晩 돌이 차가워 꽃이 뒤늦게 생겨나,

珠全月滿初 진주를 갖추고는 달빛에 비로소 가득하네.

登盤得此味 소반에 담아 이 맛을 취하니

暫遣水晶疏 잠시나마 수정 속에 빠진 듯 황홀하구나.

[주] 병혈어(丙穴魚) : 잉어 비슷한 맛 좋은 가어(嘉魚). 면수(沔水) 남쪽 병혈(丙穴)에서 잡힌다고 한다.

◯ 해산물을 절대 날로 먹지 않는 서구인이 유일하게 생(生)으로 즐기는 어패류가 바로 굴이다. 굴은 아무 때나 먹는 것은 곤란하다.

영국에선 ‘단어에 R자가 없는 달엔 굴을 먹지 말라’고 했다. 굴의 산란기(5월~8월)엔 되도록 굴을 멀리하라는 것이다.

이 시기의 굴은 살이 적고 맛이 떨어지며 상하기 쉽고 식중독을 일으키는 독소(베내루핀)가 잔류할 수 있어서다.

가을, 겨울에 채취한 굴이 봄, 여름의 굴보다 좋다고 여긴 것은 동양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조상은 ‘보리가 피면 굴을 먹지 말라’고 했다.

일본인은 벚꽃이 지면 굴을 먹지 않는다. 굴 철 때가 되면 탱글탱글 싱싱한 굴이 입맛을 자극한다. 굴은 초고추장에 콕 찍어먹어야 제맛이지만 굴전, 굴무침, 굴국, 굴밥 등 그 요리가 무궁무진하다.

자연산 굴은 돌에 붙어 자라기 때문에 성장이 늦다. 바닷물이 빠져 나가면 입을 닫고 먹이 활동을 멈춘다. 그러나 양식 굴은 다르다. 깊은 바다에 심어둔다. 항상 입을 벌리고 있다. 금방 자란다.

11월이면 이미 채취가 가능한 크기로 자라 있다. 그리고 영양가가 높아 바다의 우유라 불리며,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나는 굴은 타우린과 글리코겐 등 영양이 풍부해 1년 가운데 그 맛이 가장 뛰어나다.

4) 모려[牡蠣]. 굴조개 / 홍만선(洪萬選 1664~1715) 산림경제(山林經濟)

모려(牡蠣)는 동해에서 산다. 무시로 채취한다. 11월에 채취하는 것이 좋다고도 한다. 그 껍데기는 배가 쳐들려 남으로 향하여 보이고 입은 동으로 향하여 기울어져 있으면, 이것은 좌고(左顧)이다.

어떤 사람은 첨두(尖頭)를 좌고라고도 한다. 그런데 좌고된 것이 약에 들어간다.대저 큰 것을 좋은 것으로 친다. 먼저 염수(鹽水)로 1일을 달여 화하(火煆)하여 연분(硏粉)해서 사용한다. 설정(泄精) 및 여자의 적백대하(赤白帶下)를 치료한다. 《동의보감》

[ 生東海(甲乙本有 採 一字) 無時 一云十一月採爲好 其殼擧 腹向南視之 口斜向東 則是左顧 或曰以尖頭爲左顧 左顧者入藥 大抵以大者爲好 先用鹽水 煮一伏時 火煅硏粉用之 療泄精 及女子帶下赤白 《寶鑒》]

[주] 적백대하(赤白帶下) : 성숙된 여자의 생식기로부터 병적으로 빛이 벌건 피 같은 분비물이 흐르는데 거기에 백대하(白帶下)가 섞여 나오는 증. 붉고 흰 이슬과 뿌연 오줌[白濁]을 말하는 것이다.

 

5) 석화[石花] 굴 / 이정암(李廷馣 1541∼1600), 사유재집(四留齋集).

春風先入水仙家 봄바람이 먼저 물속 신선의 집으로 들어가니

日照雲蒸瑞色斜 햇빛 비쳐 피어오른 구름에 상서로운 빛 기운다.

何處漁郞有具眼 안목 갖춘 어부, 어디에 있으랴만,

波頭掇出白輪花 물결마루에서 주워 모아, 희고 큰 둥근굴 내놓았네.

[주] 윤화(輪花) : 동해에서 나는 맛이 달고 큰 굴을 둥근 굴이라고 한다.  

◯ 굴밥은 쌀에 굴을 섞어 지은 밥이고, 굴은 우리나라 신석기시대의 생활인들이 쉽게 채집할 수 있었던 식량 중의 하나로 그 때의 생활유적인 조개더미에서 많이 출토되고 있다. 이러한 굴은 그 뒤에도 우리 민족의 중요한 식품으로 애용되어 왔다.

고려시대의 가요인 〈청산별곡(靑山別曲)〉 중 “살어리 살어리랏다, 바라래 살어리랏다. 나마자기〔海草〕 구조개(굴과 조개)랑 먹고, 바라래 살어리랏다.”라는 구절은, 굴이 당시 서민들에게 접근하기 쉬웠던 식품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조선조 중엽에 허균(許筠)이 쓴 ≪도문대작 屠門大嚼≫에 동해에서 나는 큰 굴을 둥근굴〔輪花〕이라고 하여 맛이 달다고 하였으며, 함경도 고원과 문천에서 나는 굴은 매우 크나 맛은 서해 것만 못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굴을 먹는 방법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대개 날로 먹었고, 굴로 밥을 지어 먹었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즉, 조선시대의 음식관계를 다룬 ≪음식디미방≫·≪규합총서 閨閤叢書≫·≪증보산림경제 增補山林經濟≫ 등에는 굴을 날로 먹는 방법만이 기록되어 있을 뿐 굴밥에 관한 기록은 없다. 그러나 ≪요록(要錄)≫에는 굴로 죽을 끓인 석화죽법(石花粥法)이 기록되어 있어 굴로도 밥을 지어 먹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확실한 근거는 없다.

요즈음에는 별식으로 즐겨 먹고 있다. 굴밥은 먼저 쌀을 씻어 안쳐 한소끔 끓을 때 생굴을 넣어 뜸을 들인다. 쌀밥에는 없는 철·구리·칼슘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 A가 풍부하여 영양적으로 우수하다.

 

6) 유 어른께서 석화·모과·소시를 주어 사례하며[謝柳丈惠石花 木瓜 小柿] / 무하당유고(無何堂遺稿) 홍주원(洪柱元 1606~1672). 선조의 사위, 정명공주(貞明公主) 부군.

木瓜團團石花寒 둥근 모과와 차가운 석화,

小柿盈盈共一盤 고운 소시를 한 상에 차렸다.

多荷丈人珍重意 어른이 준 진중한 뜻에 너무나 감사하면서

海鄕風味憶同餐 해변 고을에서 함께 먹었던 고상한 맛이 기억난다.

◯ 동의보감 원문 내용 중, 모려(牡蠣)편에는 "꿈에 헛것과 성교하면서 정액이 나오는 것과 정액이 절로 나오는 것을 치료한다. 모려를 불에 달구어 식초에 담겼다 내기를 일곱 번 반복한 후 가루 내어 식초를 두고 쑨 풀로 반죽한 다음 벽오동씨만하게 알약을 만든다.

한번에 50알씩 소금 끓인 물로 빈속에 먹는다. 이것을 고진환(固眞丸)이라 한다. 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는 [主酒後煩熱取肉和薑醋生食之]《本草》, "술을 마신 뒤에 번열(煩熱)이 나는 것을 치료한다. 굴조개살에 생강과 식초를 넣어 날것으로 먹는다" 고 소개하고 있다.

7) 가지 반찬에 "굴젓"이 어우러져[茄子菜和石花醢] / 박태순(朴泰淳,1653~1704년).

海中多島嶼 바다에는 크고 작은 섬이 많고

嵒石紛磊磊 바윗돌이 첩첩히 쌓여 어지럽다.

醎腥所浸潤 짠 비린내가 차츰 배어 들어가는 곳에

結殼如蓓蕾 꽃봉오리 같은 단단한 껍질이 있다.

浦人摘其肉 갯가 사람들은 그 살을 따니

瑣瑣狀珠琲 보잘것없는 모양의 구슬꿰미 같다.

和塩置甕缸 항아리에 소금에다 절여 놓으면

經春味不改 봄이 지나면 맛이 달라진다.

茄子産園圃 울안밭에서 키운 가지가

紫白垂繒綵 흰 자줏빛이 비단에 드리운다.

培壅費人功 사람이 공을 들이어 북돋우고 길러내니

雨露荷眞宰 비와 이슬로 하늘의 은혜 입었다.

橢形長纍纍 길쭉한 모양으로 자라나 겹겹이 쌓여 있고

脆膚白皠皠 연한 살에 진한 흰빛이다.

東俗喜重味 동방의 풍습엔 진중한 맛을 즐기어,

採陸仍採海 뭍에서 채취하지만 바닷물에서도 채취한다.

方夏薦飣餖 바야흐로 여름에 속절없는 음식을 늘어놓고

剝茄棲其醢 가지를 찢어 그 젓갈에 넣으면

甜淡和酸醎 시고 짠맛이 섞여 달고 담백한

二味眞相待 두 가지 맛에 참으로 다시 보인다.

單喫亦自佳 다만 먹어보니 역시 스스로 즐거워지며

兼之美乃倍 좋은 맛이 이내 곱절로 아우러진다.

膳羞各有醬 반찬은 모두 젓갈뿐이지만,

戴經固已載 대경(禮記)에 본래부터 이미 기재되어 있었다.

不用加薑桂 생강과 계피를 더할 필요는 없으나

何煩調鼎鼐 성가시게 큰솥을 고를 필요 뭐 있겠소?

嚥津潤喉燥 목이 말라 침을 삼켜 적시고는

嚼軟充肚餒 부드럽게 씹으며 주린 배를 채운다.

山珍與海腴 산과 바다의 진귀한 맛을(산해진미)

得之不可每 매번 취하기는 불가하다

厚味或腊毒 맛 좋은 음식에 혹여 독이 스며들기 쉬운데

貪口身亦殆 입이 탐하니 나 또한 위태하다.

寧如二物者 차라리 두 가지 측면을 가진 것과 같아

貿遷隨所在 거처에서 즉시 물건으로 바꾸니

貧富皆易給 가난한자 부유한자 모두 어렵지 않으며

賈不費重賄 장사꾼도 중한 선물로는 쓰려하지 않는다.

柔和適腸胃 창자와 위가 적당히 부드럽고 편하며

爛食無咎悔 푹 삶아서 먹으면 잘못될 리가 없다.

乳豚侈何曾 언제 돼지 젖이 사치스럽다 하는가?

蓱葅欺(主)王愷 부평초 김치로도 왕개를 속이니

豈知此味妙 이런 미묘한 맛을 어찌 알리오.

(主)易牙喊未迨 역아도 이르지 못한 맛이다.

茄枝又結醢 가지 또한 젓갈에 엉겨도

俗語還堪採 백성의 말로는, 도리어 “채취하기 좋다“하네.

斐然作(主)頌詩 문채가 화려하게 송시(頌詩)를 지으니

庶幾增光彩 한층 광채가 더해지리라.

[주1] 왕개(王愷) : 중국 역사상 제일 부자로 진(晋)나라의 석숭(石崇)과 왕개(王愷)를 친다. 이 두 부호가 사치를 겨루는데, 석숭이 비단옷 입혀 금싸라기와 제호탕만을 먹여 기른 통닭구이를 즐긴다니까, 왕개는 첫 아기를 낳은 미모의 여인들 젖만을 먹여 기른 돼지고기 구이를 즐긴다고 응수했다. 동물학자 슈테그만은 독일 북부지방에서 어머니들은 불어난 젖을 돼지에게 먹여 기르고, 이렇게 기른 돼지는 중세 봉건주에게 바쳐진다고 했다.

[주2] 역아(易牙) : 제 환공(齊桓公)의 신하. 음식과 요리 잘 하기로 유명했고 맛도 잘 알아서 치수(淄水)와 민수(水)의 물맛을 가려냈으며, 제 환공을 기쁘게 하기위해 자기 자식을 삶아서 바쳤다고 함.

[주3] 송시(頌詩) : 송가(頌歌)라고도 함. 공적이거나 사적인 엄숙한 행사에서 낭송하는 의례적인 시. 개인의 감정과 일반적 사색이 결합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며, 서정적 시가(詩歌) 문학의 한 형태이다.

◯ 옛날에는 갯가 사람들이 굴을 따서 항아리에다 젓갈을 담았다. 울안밭(남새밭)에서 기른 가지를 찢어 굴젓갈에 넣으면, 시고 짠맛이 섞여 달고 담백한 두 가지 맛에 참으로 오묘하고 맛있다.

생강과 계피를 더해도 되나 없어도 그만이다. 가난한자나 부유한자나 모두 쉬이 얻을 수 있고 창자와 위가 편안하고 삶아 먹어도 그만이었다.

우리나라 내륙지방에서는 굴젓이 겨울내내 최고의 입맛 돋우는 반찬이었다. 중국 왕개(王愷)는 산모의 젖을 먹인 돼지구이를 즐긴다지만, 이 맛을 어찌 알겠는가? 요리의 대가인 역아(易牙)도 가지굴젓의 음식을 모를 만큼 맛나고 좋은 맛(珍佳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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