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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학교 무상급식은 ‘시대정신’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기고]학교 무상급식은 ‘시대정신’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5.04.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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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전기풍
전기풍 의원

경상남도의 학교 무상급식 폐지가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그동안 무상으로 제공되었던 학교급식을 유상으로 되돌린 것에 대한 찬반 논쟁이 맹렬하고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된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주민들의 보다 나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시대정신’으로 부각되어 왔으며, 이는 시민들의 복지요구로 이어져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재정이 따라갈 수 없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의 지난날 삶이 복지사각지대에서 힘겨웠다는 반증이다.

올해 우리나라 복지예산은 약 115조5천억 원으로, 전체 376조원의 30%를 넘어섰다.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 조사 대상국 중 사회복지지출이 최하위라는 복지재정 여건 속에서 복지급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결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중앙정부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러나 여전히 권한과 재정, 자원 등이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갈수록 추락하는 현실에서, 지역의 창조성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지방자치제의 개선이 최우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복지분야 예산 증가의 주요 요인이 되는 국가적 복지사업인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영유아보육사업의 국비보조율을 높이거나, 법률 개정을 통하여 전액 국가지원사업으로 조정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고도의 경제성장과 함께 지속적인 사회복지 재정확대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느끼는 복지체감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또한, 복지소외계층과 복지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사회복지전달체계의 비효율성 등은 우리 사회복지의 현주소다.

복지사회를 맞아 지방자치단체마다의 복지재정 고갈의 위기는 부족한 세수에 따라 필연적인 현상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보편적 복지는 요원한 과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지방자치제의 진척과 시민의식의 제고는 지역사회의 시민복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복지재원을 마련하는 일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시민들의 복지욕구 해소와 지방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긴밀한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고, 다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복지공동체를 위한 길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05년 지방분권의 일환으로 중앙정부에서 수행하여왔던 복지업무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면서, 당초 지방자치시대를 앞당기려는 목적과는 다르게 지방자치단체는 심각한 재정부담을 안게 되었다.

한시적으로 실시하려고 제안되었던 분권교부세 역시 10여 년간 지속되면서, 복지팽창과 복지권의 확보, 복지정치의 시대에서 시민들이 기대하였던 많은 복지혜택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으로 변질된 것 중 하나다.

이번, 경상남도가 학교 무상급식을 전면 폐지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도 결국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복지재정을 어떻게 분담해야 하는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더불어 경남도정과 경남교육의 서로 다른 정체성이 보여준 사태이며, 그 갈등에서 어린 우리의 희망세대가 피해를 고스란히 받은 기성사회의 잘못일 뿐이다.

복지는 헌법에 명시된 주요한 국가의 의무며, 지방자치단체도 이에 호응하는 정책을 일관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지원된 급식은 ‘무상’이나 ‘유상’의 개념접근이 아닌 ‘의무적’으로 인식하고 평등하게 펼쳐야 할 시대적 과제요, 최소한의 도리인 것이다.

따라서 거제시는 다소 재정의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제껏 추진해왔던 학교 무상급식을 위한 노력을 독자적으로라도 지속해 나가야 하며, 향후 시민 모두의 복지를 위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도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지방자치시대 시민들의 복지체감도의 저하는 물론, 학교급식과 같은 사례를 통해 헌법이 지닌 복지정신을 후퇴시키는 것이요, 그것은 ‘시대정신’을 역행하는 길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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