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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지역이기주의’의 위험
[기고]‘지역이기주의’의 위험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5.07.1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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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영민/칼럼니스트
손영민

우리는 바야흐로 거제미래 100년 희망의 시대로 접어들어 가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민선 6기 1년을 보내면서 연초부터 시청 앞에서 벌어진 시위와 데모현장을 지켜본 시민들의 시선 중에는 그리 곱지 않는 시각도 있다. 데모횟수가 5개월 동안 30회가 넘는다. 시위내용도 고용승계, 건축허가반대, 산업폐기물공장 설치반대, 무상급식, 고현항재개발반대 등 개인에서부터 사회문제까지 다양하다. 물론 각자의 이유가 있고 절박한 사정들이 있기에 시위에 나섰으리라 생각된다.

시위들 중 “우리 마을에 해로운 것은 절대로 안 된다”는 이른바 지역이기주의 혹은 님비 현상이 우리 거제사회에서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이기주의는 국가적으로 필수적인 공공시설의 설치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지역이기주의에 기초한 시민반대운동이 대부분 진정, 탄원, 청원 등 평화적이고 정당한 방법이 아닌 주로 시위, 점거, 농성 등의 물리적 행위를 동반한 비합법적인 집단행동으로 표출되고 있어 정치·사회적 안정에도 위험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지역이기주의의 현상은 1991년 지방자치 재개이후 현저히 증가되었고 앞으로 더욱 증폭되리라 예상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괜히 지방자치를 실시했다느니 그것의 확대는 시기상조라느니 하는 등의 지방자치제 자체에 대한 극단적인 비판까지도 일고 있으며 이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지방자치제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볼 때 지역이기주의의 현상이 일면 인간의 자기 보호적 본능에서 비롯된 자연스럽고 정당한 행위로 인정될 수 있더라도 이 같은 현상이 우리사회에 확산·정착되면 국가발전은 물론 지역발전에도 커다란 차질을 빚게 될 것이며 결국 지역주민들 스스로가 지역이기주의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것이다.

따라서 지역이기주의는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의 하나임이 분명하며 이에 대한 조속하고 효과적인 극복방안의 마련이 요구된다. 지역이기주의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보는 시각은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추상적인 철학적 윤리관에 기초를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의 행정과정에서 지역이기주의가 야기하고 있는 역기능들을 반영하고 있는바, 이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산업폐기물처리장, 오폐수 처리장 등과 같은 시설의 입지는 기술적 타당성, 선정지역의 지리적 특성 등을 고려한 엄밀한 과학적 분석에 의해서 결정되어야한다. 그러나 지역이기주의로 말미암아 혐오시설의 입지가 정치적 타협내지 힘의 관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경우가 빈번하여 입지선정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으로 약하거나 조용한 주민들의 거주 또는 인근지역에 집중적으로 설치되는 경향을 야기하고 있다. 예컨대 반대의 목소리는 크고 물리력을 동반한 시위나 농성과 같은 변칙적인 실력행사를 불사하는 지역은 아무리 최적지로 밝혀졌더라도 그곳에는 혐오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반면 정치적으로 미약하거나 정치적인 힘이 있더라도 극단적인 행동을 자제하는 지역은 최적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혐오시설의 자기 지역 내 입지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지역이기주의로 인하여 쓰레기, 중금속, 폐기물 등의 처리장 또는 매립장의 건설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게 되었는바 결국 그러한 유해 폐기물은 불법 투기되거나 비위생적으로 처리됨으로써 더 심각한 환경문제를 초례하고 있다. 더욱이 지역이기주의 대상에는 고아원, 양로원, 장애자회관 등과 같이 혐오시설로 보기 어려운 사회복지시설까지도 예외 없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셋째 지역이기주의는 사회전반에 걸친 각종갈등을 초래하고 증폭시키고 있다. 이는 주민과 정부 간의 갈등은 물론 더 나아가서는 자치단체들 간의 갈등에 이르기 까지 매우 광범위한 마찰과 분규를 곳곳에서 유발시키고 있으며 이는 사회통합 및 행정의 효율성 확보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넷째 현재 지역이기주의는 진정, 탄원, 청원 등 평화적이고 정당한 방법이 아닌 물리력을 동원한 집단행동으로 제기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발상이 사회전반에 점차 확산되어가고 있음을 나타내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풍조에 편승한 면이 많은 지역이기주의는 단기적으로는 행정의 안정성을,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흔들 수 있는 지극히 위험한 현상이다.

끝으로 지역이기주의로 인하여 지자체가 결정한 정책이 전면 백지화 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는데 이는 지자체의 공신력과 권위를 실추시키고 행정에 대한 시민의 불신을 증폭시킴으로서 행정의 안정적 수행을 위협하고 있다.

“자기이해를 먼저 따지는 지역이기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지역발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매우 어려워진다” 고 임성복 박사(경제학)는 말했다. 지금 우리 거제는 그런 위험수위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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