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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법하다면 집단민원에 무릎 꿇어서는 안 된다
적법하다면 집단민원에 무릎 꿇어서는 안 된다
  • 백승태 기자
  • 승인 2015.07.30 15:1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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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소신을 가진 공무원이 드물어서는 거제시 발전도 없다
 

요즈음 거제시청의 일부 부서의 일 처리가 중심도 없고, 줏대도 없어 걱정스럽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시 말해, 업무의 합리성과 객관성과 공정성을 지탱할 수 있는 원칙도 소신도 용기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업무처리에 윤활유와 같은 융통성을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골치 아픈 일’은 그저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 듣고, 보는 쪽에서는 ‘뭐가 그렇게 골치 아픈지’ 의아스럽다. 그래서 엄살로 밖에 보이질 않는다. 무엇보다 민원이 법적인 하자가 있어 안 되는지, 아니면 또 다른 뭔가 있어서 그런지 명확한 답도 없이 ‘구렁이 담 넘어 가듯’하니 민원인의 입장에서는 미칠 지경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종잡을 수도 없다. 민원인(사업자)들은 하루하루 눈덩이처럼 쌓이는 금융이자에 피가 바짝바짝 마른다. 그래도 칼자루를 쥔 관계공무원들에게는 ‘그건 댁의 사정’일 뿐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일부 공무원들의 경직성을 뚫어 줄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거제시 인·허가 부서 담당공무원이 주택단지 내 도로를 기부체납 하겠다는 민원을 접수받고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수개월 동안 서류를 서랍에 넣어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왔다. ‘해도 너무 한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이 민원이 어떻게 처리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이런 가운데 거제시가 한 사업자가 접수한 ‘건설폐기물사업계획서’에 대한 적정성을 검토 결과, 지난 28일 최종적으로 ‘불가 통보‘했다는 소식은 행정의 원칙과 소신, 그리고 업무의 객관성과 합리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사업자 J씨는 올 2월 장목면 율천리 15번지 일원 9890㎡ 부지에 폐콘크리트, 폐블록, 건설폐토석 등 건설폐기물을 처리하는 공장을 건립하겠다며 사업계획서를 거제시에 접수했다는 것이다.

이후 J씨는 지난 5월까지 대략 3개월에 3차례에 걸쳐 거제시가 내린 보완사항을 모두 완료하고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결국 ‘불가’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거제시가 내린 불가(不可) 통보의 사유를 보면 궁색하기 짝이 없다. 거제시가 밝힌 이 사업의 불가 사유는 네 가지다. 그 첫째가 반대 민원이다.

하지만 환경부 업무지침상에는 “법령에 근거하지 않고 단순히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반대 등 민원을 이유로 반려 또는 부적절 통보는 불가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남도도 올 3월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공문에서 “건축허가 등 각종 인·허가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관계법령에서 제한하고 있지 아니한 사유, 특히 인근 주민의 반대 민원이 있다는 사유를 적시해 불허가(반려)처분하는 것은 ’위법한 행정처분‘”이라며 “ 책임회피식 소극적 행태의 민원처리에 대해 감사를 의뢰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을 보면 반대민원이 불가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이 사업장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주민들이 거제시에 제출한 ‘사업자와 상생의 길을 찾겠다‘는 요지의 호소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둘째, 사업장 부지가 협소하다는 것이다. 이 또한 행정의 과도한 주관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폐기물처리법 환경부예규(건설폐기물 처리기준 및 방법 등에 관한 업무지침)에 따르며 건설폐기물 사업장 부지의 면적은 3300㎡ 이상이면 된다. J씨가 허가를 신청한 부지는 9,890㎡에 달한다. 어찌 앞뒤가 맞지 않다.

셋째, 진입로 문제다. 거제시는 사업장 진입로가 교통사고의 위험이 크다는 지적하고 있지만 교통사고 위험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이 사업장의 진입로가 시도 10호선에서 국도 5호선으로 꺾어 들어가기 때문에 마주 오는 차량과의 충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 도로는 교통량이 적은데다 충분히 오가는 차량의 식별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시도10호선에서 국도 5호선으로 꺾어들어 갈 때 대형트럭의 진입이 어렵다고 하지만 이 곳은 시내버스도 별 문제없이 오가는 도로라고 지적하고 있다.

넷째, 환경문제다. 건설폐기물을 처리하는 사업장의 특성상 제아무리 환경피해시설을 갖춘다고 해도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은 인정되지만 이것이 불가사유라는 것은 ‘이현령 비현령’ 성격이 짙은 행정의 시각이라는 지적이다. 그럼 거제시가 지난해 허가했던 이 사업장의 옆에 위치한 2개의 재활용 처리공장에 대해서는 어떤 환경 기준을 적용했는지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결국 민원이 이 사업에 대한 불가(不可)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거제시가 이미 ‘불가’라는 틀에 맞추어 놓고 처리시한(30일)동안 시비 거리 찾기에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거제시가 집단 민원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집단 보다는 사업자 1명이 상대하기 편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닌지 의구심까지 들 정도다.

행정의 원칙과 소신이 결국 집단민원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행정의 합리성과 객관성, 공정성은 훼손됐다. 적법한 민원에 대해서 행정 스스로 뚫어가는 용기와 뚝심이 있어야 한다. 법에 어긋난 민원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안 될 이다. 그런데 행정의 지침에 충실했는데도 안 된다면 민원인은 어떻게 해야 되는가.

거제시의 한 공무원은 “정부나 지자체가 못하는 폐기물처리사업을 개인 사업자들이 하겠다고 나서는데 오히려 행정이 이를 가로 막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같은 공무원인데 왜 이렇게 시각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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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5-08-04 09:39:06
항상 완벽하게 표준단어만 사용하는가 봅니다.
우리말 겨루기 대회에 한번 나가서 우승해보는게 어떠실런지 . .

음.. 2015-08-01 07:54:27
참..의미심장한 기사입니다. 얼마전에도 집회? 데모? 기사가 있었는데요. 맞습니다.
행정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요. 아닌건 죽어도 아닌거고, 맞는건, 설사 자기목이 날아가는 한이 있어도 맞다고 하는 그런 멋진 공무원을 찾아봐야 겠네요. 분명 있을겁니다. 공무원들도 집단민원, 집회. 데모한다해서 결정을 번복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집회나, 데모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꼭 찾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