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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무원] “저승사자라 불리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여자랍니다”
[이런 공무원] “저승사자라 불리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여자랍니다”
  • 백승태 기자
  • 승인 2014.02.12 14:08
  • 댓글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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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청 환경위생과 빈연화 주무관, 식품위생업소 단속 10년

“욕설•협박에 몸싸움도 예사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이기에..”

“식품위생업소 단속은 험한 일이라 남자 직원이 더 적합하다는 인식이 팽배했죠. 위험하고 힘든 일이지만 여성공무원도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누구보다도 더 도전의식을 갖고 법질서 확립을 위해 열심히 일해 왔어요”

지난 2004년부터 10년 이상 식품위생업소 단속만을 전담하다시피 해 온 거제시청 환경위생과 위생지도계 빈연화(보건7급) 주무관은 업주들 사이에서 ‘저승사자’ 또는 ‘독한 여장부’로 통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공직생활 22년 가운데 절반 가까이 단속업무를 계속하다보니 업주들에게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힘들고, 좋은말 한마디 들을 수 없어도 누군가 해야 할 일이기에 사명감을 하나로 버티고 최선을 다한다.

빈씨는 위생업소 및 식품접객업소 지도단속은 물론 행정지도•처벌이 주요업무이기에 업주들에겐 항상 깐깐하고 반갑잖은 상대다.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지요"
그러나 이 업무 최장기 근속자답게 이제는 미운정 고운정도 들어 업주들의 애로점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업무 특성상 법에 따라 과태료를 처분하고 영업정지명령도 내려야 하지만 업주들의 어려움과 속내를 들어주기 마다하지 않는다.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다’는 나름대로의 지론도 갖고 있다.

업주들도 거제시민이기에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최대한 앞뒤 정황을 살펴 잘잘못을 가리려 애쓴다.
식당이나 주점 등 업소를 찾은 손님들이 의도적으로 업주를 곤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청소년들의 비행이 잦아져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청소년 신분을 속이고 업소를 찾아 술을 마신 후 술값을 내지 않기 위해 직접 경찰에 전화를 걸어
“XX업소에서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고 있으니, 출동해 단속하세요.
그 청소년들은 0번 테이블에 XX색 옷을 입고 있어요”라면서 세세한 인상착의까지 신고하기도 한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출동하지 않을 수 없고, 업주는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한 혐의로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억울하게(?) 처벌을 받게 된다.

업주들이 청소년 신분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술을 준 잘못이 1차적 원인이겠지만, 문제는 마음먹고 신분을 속이려는 청소년들을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단속반으로써는 난감한 상황이지만 업주를 처벌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업주는 대개 과태료보다 더 무서운 영업정지 및 영업장 폐쇄라는 과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 빈연화 주무관은 “이 같은 청소년보호법 악용 사례가 허다하다. 이는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할 경우 업주들을 법에 따라 과중한 처벌을 받지만, 해당 청소년들은 부모나 학교에조차 업소 출입과 음주사실을 통보하지 않고 상황을 진술할 의무도 없기에 법을 악용해도 자신은 불이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법의 맹점을 악용하는 사례를 줄이고 효율적인 청소년 보호를 위해 청소년보호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성으로써 감당하기 힘들지만 보람도..."
여성으로써 식품위생업소를 단속하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한마디로 격무부서이고 기피부서로 통한다. 주간에는 일반 행정업무에 매달리고 일주일에 2~3회씩 밤늦은 야간단속을 나가야 한다.

현장에서 잠복근무도 해야 하고, 확실한 증거를 잡기 위해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손님들의 증언, 녹취, 불법 사실 확인서도 확보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업주들과 실랑이도 예사로 벌어지고, 업소 손님들로부터 항의와 욕설도 듣는다. 어깨(?)들로부터 출입을 제지당하기도 한다. 협박은 물론 몸싸움도 벌어진다.

지난해 초 M유흥주점 단속 과정에서는 전치 3주의 부상을 입기도 했다. 전국적 이슈가 됐던 가짜양주 단속 때도 갖은 항의와 회유, 압력도 받았다.

여성으로써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지만 건전한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서 누군가 해야 할 일이기에 묵묵히 업무에 매진한다.

다만 10년 동안 한 자리에서 같은 업무를 보고 있어 다른 부서에서 다양한 직무를 맡아 보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도 있지만, 식품위생단속의 업무특성상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 쉽게 자리를 옮기지 못하는 처지다.

특정한 자격을 갖춰야 하는 업무이기에 인력풀이 적은 관계로 순환보직이 어렵다. 그렇다고 특별히 근무조건이 좋은 것도 아니고, 기피•격무부서지만 인센티브도 미미한 실정이어서 개선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험하고 힘든 업무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오늘도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열혈 여성빈연화씨.
주부이자 엄마, 공무원이자 야간단속업무 등 1인 다역을 소화하면서도 “잦은 야간단속과 늦은 귀가에도 자식들이 성실하고 착하게 잘 자라서 너무 고맙다”면서 “뒷바라지조차 제대로 못했지만 큰 아들이 과학고등학교 합격소식을 전해줘 부모로써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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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이 2014-02-12 15:02:14
다른 여성 공무원들보다 고충이 많겠네요.훌륭한 여성 공무원인것같습니다.
화이팅 하시고 힘내십시오.

학이 2014-02-12 15:57:01
고생많으십니다. 빈주무관님...주무관님 덕분에 저희가 거제에서 안전한 식문화를 즐기는 거네요.. 격무에 힘드시지만 화이팅 하셔서 시 발전에 기여해주세요..

김군 2014-02-12 16:19:26
빈주무관님~ 늘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런저런 힘들일 많이 격으시지만, 최선을 다하시고 열정적인 모습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화이팅 하세요^^

거제 2014-02-12 16:30:30
고생많으십니다~! 실물이 훨씬 나아요 ㅎ

학이친구 2014-02-12 16:33:27
제목과 같이 정말 무섭고 화끈한 분이시지만 정말 마음만은 따뜻한 분이세요^^
장군의 딸
소주한잔 사주세요 누님 학이랑 같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