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3:23 (금)
물은 돈이다
물은 돈이다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3.20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곳의 형국은 갈마음수형(渴馬飮水形)의 명당입니다. 그런데 목마른 말이 물을 먹으려면 혈 앞에 물이 넘쳐야 하는데, 개울밖에는 없으니 독을 막아 연못을 만드세요”

물형론에서는 말(馬)은 물을 많이 먹어야 힘을 쓴다고 한다. 하지만 무조건 물을 먹었다고 말이 잘 뛰는 것은 아니다. 목이 말라도 개울물이면 충분한데, 더 큰 욕심과 발복을 위해 억지로 연못이 가득찬 물을 먹이려 든다. 물을 먹되 적당히 먹어야 잘 달리지, 자연의 이치를 무시하고 억지로 말에게 물을 많이 먹인다면 물배가 터져 죽을지도 모른다.

자연은 몇 억 년의 세월동안 음양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지금에 이르렀다. 양(물)이 커지면 음(산)도 따라서 커지고, 양이 작아지면 음도 따라서 작아져 서로 균형을 이루어왔다. 만약 인위적으로 연못을 막아 양인 물의 기운을 키운다면 음인 산도 양의 기운에 따라 변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곳에 묻힌 시신은 급격한 자연의 변화에 따라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따라서 풍수는 발복을 위해 인위적으로 자연의 조화를 파괴하는 것을 꺼려하고 두려워한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 자연의 순환이 잘못되어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살 수 없는 땅은 풍수적 술법을 감행하여 자연을 고치고 치료해야 한다.

안동에는 여러 곳에 거대한 고목이 하늘로 치솟아 있는데, 이것들은 정승 맹사성이 낙동강의 물 기운을 차단하기 위해 심은 것이라 한다. 맹사성이 안동 부사로 부임 했을 때, 그 곳에는 젊은 과부가 많아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풍수에 뛰어났던 그가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그 원인을 물의 기운이 너무 세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즉시 낙동강의 물길을 고쳐 흐르게 하여 물 기운을 줄이고, 나아가 나무를 심어 바람까지 막아버렸다. 그러자 안동 땅에서는 젊은 과부의 울음소리가 멈추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자연의 흉한 기운을 인위적으로 막고 치료하여 그 피해를 줄이는 것을 비보방살(裨補防殺) 혹은 비보풍수(裨補風水라) 하며 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지리 사상이다.

풍수에서 물은 재물로 해석하여 귀하게 여기는데, 꼭 흐르는 물이 아니라도 도로나 바람이 통과하는 공간도 물과 같은 개념으로 본다. 바람과 물은 같은 양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이 있다고 무조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물의 깊이나 흐름이 산세와 조화를 이루어야 좋지, 조화롭게 못한다면 그 역시 흉할 뿐이다.

예를 들어 어부의 묘 터를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잡았다면 길지에 잡은 것일까? 아니다. 만약 산세와 바닷물이 서로 균형을 이룬다면 그런대로 쓸만 하지만, 대개는 산세에 비해 물의 기운이 거세어 양이 음보다 지나치게 강하다. 이럴 경우는 혈장의 기맥이 물 기운에 압도당하여 지극히 흉하다.

토질을 살펴보면, 부석부석하고 자갈이 많아 개미나 벌레가 들끓기 쉽고, 바람 때문에 윤기나 끈기조차 없다. 풍수의 기본인 바람조차 가두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가 응집되지를 못한 것이다.

섬이나 바닷가에 묘 터를 잡을 경우라면 오히려 산이 앞을 가린 곳이나, 오목하게 들어가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이라야 좋다. 다만 멀리 바닷물이 잔잔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좌우의 청룡과 백호가 혈장을 완벽하게 감싸줘 매서운 바닷바람을 막아준다면 재복이 따른다고 여긴다.

풍수의 격언에 ‘바닷가에 귀인(貴人)이 없다’고 한 것은 바다를 정면에서 대하는 곳치고 명당이 없다는 뜻이다.

큰 저수지나 강물을 바라보면서 온갖 석물로 위엄 있게 치장한 묘가 우리의 산하에는 수없이 많다. 아마도 경관이 수려하기 때문에 산 사람을 기준으로 그런 곳에 부모를 모시는 모양이다.

세월이 오래도록 흘러 땅이 물과 서로 조화를 이루어 흙이 밝거나 차진 기운이 있으면 문제는 별반 없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고 대개는 부석부석하거나 자갈이 많아 못 쓸 땅이다. 모두 정신 나간 사람들이 자연의 이치를 모르거나 무시 한 채 저지fms 짓이다.

풍수는 물의 종류를 여러 가지로 분류하여 길흉을 따진다. 물은 혈장의 좌우와 앞을 유순하고 천천히 흘러야 좋다. 구불구불 서서히 다가와서 혈장을 둥글게 감싸 안으며 흐르거나, 혈을 향해 사각에서 물이 들어와 나갈 때도 머뭇거리는 듯이 서서히 빠져야 좋다.

본래부터 혈장 앞에 넘치듯이 고여 있는 샘, 즉 연못은-풍수는 이를 진응수(眞應水) 혹은 선저수라 부른다-산세가 극히 왕성한 증거라고 여기며 게다가 맑고 수려하다면 재복(財福)이 크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곡식이 쌓여서 썩을 정도로 부귀하다는 좋은 물이다.

반면 혈을 향해 직선으로 쳐들어오면 혈장에 나쁜 살(殺)을 불러 들여 생기 맥을 파괴하고, 혈에서 물이 빠지는 것이 보이면 재물이 들어와 끝없이 나가는 것으로 여겨 흉하다. 단, 물이 혈장을 향해 오는 모습이라면 좋은 징조로 간주한다.

그 이외에 물을 오행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물이 혈장 앞을 활처럼 둥글게 감싸 안고 흐르면 이를 금성수(金星水)라 하여 귀한 것으로 친다. 금성수가 흐르면 부귀하고 세상의 존경을 받는 후손이 태어난다.

다음은 혈 앞으로 물이 일자(一字)처럼 곧고 길게 흐르면, 이는 목성수(木星水)로 부자는 못 되어도 성품이 강한 자손이 대대로 이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혈 앞을 천천히 흐르되, 그 흐름이 꾸불꾸불하면-풍수는 이를 수성수(水星水) 혹은 구곡수(九曲水)라 부른다-후손 중에 거부가 나고, 물이 혈자 앞에서 직선으로 곧게 빠지면(화성수) 성품이 오만한 후손이 나며, 물이 혈 앞에서 호치키스의 철심처럼(‘⼌’ 모양) 흐르면 자손이 번성하고 대대로 부자로 산다고 한다.

물과 연관하여 또 다른 격언은 ‘물 안은 행복하고 물 바깥은 불행 하다’란 말이 있다. 이것은 물이 ‘S’모양으로 굽이굽이 굽어 흐를 때-풍수는 ‘之’자나, ‘玄’ 자로 흐른다한다-‘S’자의 안쪽은 생기가 모인 곳이나. 바깥 부분은 물이 가득 찬 곳으로 피하라는 뜻이다.

안동의 하회(河回)마을을 예로 들면, 낙동강이 복주머니의 바깥 선을 따라 그린 것처럼 휘감아 흐른다. 이 경우 복주머니 안쪽에 위치한 마을은 길하고, 바깥쪽에 위치한 마늘봉 아래의 절벽은 물길이 혈장을 등지고 흐르는 반궁수(反弓水)에 해당되어 흉한 곳이다. 하회마을은 ‘택리지’에서도 살기 좋은 곳으로 첫 손가락에 꼽았고, 태백산과 소백산이 감싸 언제나 포근한 정취가 느껴진다.

사람의 욕심은 한도 끝도 없다. 물이 있어야 좋다고 하니까, 인위적으로 물 흐름을 바꾸거나 혈 앞쪽에 큰 연못을 만든다. 그런 경우 풍수적으로 어떨까. 물론 두말하면 잔소리다. 풍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풍수는 넓은 의미에서 사람이 자연의 섭리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 최상의 자연 조건을 찾는 것이다. 자연을 마구잡이로 변화시키거나 파괴하면 그 흉살이 곧바로 광중에 모신 시신에게 미치고, 그 다음에는 후손에게 영향을 미쳐 각종 쟁아에 시달린다고 경고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