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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거리'
'시거리'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4.2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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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해변

거제에는 백사장 해수욕장도 있지만, 몽돌해수욕장이 많이 있다. 필자의 안태고향인 망치의 ‘갱빈’(해변, 바닷가)도 멋진 몽돌밭이 널따랗게 펼쳐져 있다. ‘몽돌’은 ‘모나지 않고 동글동글한 돌’로 과거엔 사투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단어의 확산에 힘입어 거의 표준어화 된 것으로 여겨진다. 유독 거제에서 많이 쓰는 말이며, 거제시의 마스코트도 ‘몽돌이와 몽순이’다.

‘깨벗고’(발가벗고) ‘목간’(목욕, 수영)하고, ‘사까다치’(다이빙, さかだち 逆立ち)도 하면서 ‘갱물’(바닷물)을 튀기며 떠들곤 했던 기억이다. 조용했던 ‘갱빈’(해변)이 우리들의 요란으로 너울이 커지면서 ‘뉘’(너울, 파도)가 거세진다고 믿었다. 사실 그러한 경우가 많았다.

‘시거리’

최근에는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데, 여름이나 초가을의 밤바다에는 ‘시거리’ 또는 ‘시거리불’이 있었다. ‘몽돌밭’에 부딪히는 물결에 인광이 파르스름하게 번져나가는 휘황한, 마치 저승사자의 호출부호 같은 불빛을 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전남방언사전>에 의하면 ‘시거리불’이 완도에서 사용되며 반딧불을 뜻한다고 하였다.

조약돌을 바다에 던지면 동그라미의 물결에 따라 일어나는 그 황홀한 빛깔의 무늬. 어렸을 적에 한없는 낭만으로 인도하였던 그 불빛을 이제는 구경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설혹 구경을 가끔은 하더라도 예전처럼 휘황하지 못하다.

이 불빛은 참으로 신비로워 어느 남해안 출신의 해양생물학자는 어렸을 적에 바닷가에서 본 이 ‘시거리’에 빠져 그 의문점을 풀려다 결국에는 해양생물학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도 오랜 기간 궁금해 하다가 나중에 그 불빛이 인(燐)으로 인한 불빛, 즉 ‘인광(燐光)’이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사전에도 거의 없는 ‘시거리’가 무엇인지, 사투리인지, 외래어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최근에야 알았는데, 이 ‘시거리’는 야광충의 불빛이란다. 2㎜정도의 단세포동물로 세포질 속에 여러 개의 발광성 알갱이가 있어 물리적 자극을 받으면 발광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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