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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상의 巨濟萬事]巨山 YS가 거제의 정치지망생들에게 告함
[김갑상의 巨濟萬事]巨山 YS가 거제의 정치지망생들에게 告함
  • 김갑상기자
  • 승인 2015.12.02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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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김갑상 거제시민뉴스 사장

지난 11월 26일, 대한민국을 끔찍이 사랑했고, 의회정치를 존중했고,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민주화의 거목(巨木) 거산(巨山) 김영삼 전 대통령이 향년 88세의 일기로 눈발이 휘날리던 날 그렇게 우리들의 곁에서 떠났다. ‛지금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며 통합과 화합이라는 유훈을 남기고.

거산이 걸어 온 길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였다. 만 25세의 나이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그의 생애는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군사독재 정권에 항거한 고난과 역경의 삶이였다.

그렇게 살아 온 그를 우리는 대통령병으로 군부정권과 야합한 배신자라 매도했고 IMF 사태로 국가를 부도직전까지 몰고 갔던 무능한 지도자라 폄하했고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로 부도덕한 대통령으로 몰아 부친 반면 그가 이루어 놓은 업적에 대한 평가는 인색했다.

그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가 빌미가 되어 대한민국 최초로 제명된 국회의원이었고 유신정권이 끝난 후 신군부와 맞서 23일 간 목숨을 건 단식을 한 투사였으며 대통령에 취임 한 후 하나회 척결을 통해 군부가 다시는 정치권에 얼씬도 못하게 하였고 대통령 자신부터 재산을 공개해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일소하는데 앞장섰다.

이어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리는 지방자치제를 도입했고 검은 돈의 흐름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금융 실명제를 실시했으며 4‧19의거를 혁명으로 격상시켰으며 제주도 4‧3사태를 항쟁으로 바꾸었고 5‧18 광주사태를 민주화 항쟁으로 바로잡은 사람도 그였다.

또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했고 일제의 잔재인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고쳤고 12‧12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전두환, 노태우를 법정에 세워 역사바로세우기를 한 것도 그였다.

그런 그를 자신이 등용한 이회창과 이에 맞선 김대중은 대선 당선을 위해 끝도 없이 물고 뜯었으며 급기야 자신이 만든 신한국당에서 쫓겨 나온다.

퇴임사에서 그는 “영광의 시간은 짧았고 고뇌와 고통의 시간은 길었다.” 이 한마디로 통치한 지난 5년 세월을 압축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오는 15일이면 20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한다. 내년 4월 13일에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가 서서히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금배지를 꿈꾸는 지망생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거제는 민주화의 거목 YS를 배출한 고장이다. 옛말에 ‛호부(虎夫)에 견자(犬子)없다’고 했다. YS를 낳은 거제가 또 다시 제2의 YS를 배출하지 말란 법은 없다. 저승에 계신 그가 정치를 꿈꾸는 고향 후배 지망생들에게 이렇게 당부할 것 같다.

첫째, 명예를 지켜라. 그가 신조처럼 갖고 있던 대도무문(大道無門)은 ‘정의로운 길에는 거 칠 것이 없다’처럼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기관이다. 따라서 자부심을 갖고 길이 아니면 가질 말고 스스로 부끄러운 행위를 하지 말라.

둘째, 국가에 헌신하라. 권력은 국민의 힘에서 나오는 것이다. 국민에게 부여 받은 힘으로 항상 나라를 걱정하고 또 국가에 이익이 된다면 정적과도 손을 잡으라.

셋째,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라. 당선을 위해 정책과 소신을 멀리한 채 어둠속에 숨어 타인의 약점을 잡아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소인배는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 정치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넷째, 소통하고 화합해라.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산물이다. 귀를 닫고 떠들기만 하면 민심을 알지 못한다. 왜 신은 두 개의 귀와 한 개의 입을 만들었는지를 생각하라. 항상 시민과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고 정책에 반영하라. 또 정쟁은 있어도 편 가르기는 안 된다.

다섯째, 가슴이 따뜻한 포용하는 정치를 하라. 대해(大海)는 실개천도 마다하지 않는다(海不讓水)고 했다. 좁은 나라 좁은 지역에서 선거전이 끝난 다음 결과에 승복하고 정적의 편에 서있던 사람도 필요하면 중용하고 소인배처럼 보복하는 정치는 절대 행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 재임시절 통역하다 사투리 때문에 쩔쩔매는 비서를 보고 “니도 거제말을 좀 배아라” 민주화의 거목 YS는 뼛속까지 거제인이었다. 그런 그를 우리 스스로가 부화뇌동되어 폄하하지는 않았는지 되물어 본다.

“이(위)대한 국민 여러분을 믿습니다.”

아직도 그분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부디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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