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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개와 표범과의 한판승부…⑥
만주개와 표범과의 한판승부…⑥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5.2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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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회에 이어>

한동안 뛰어 산정을 넘어서자 개들의 소리는 살기에 가득 차 있었다. 곰과 개들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곰은 앞발로 덮쳐드는 개를 후려치고 있었는데 곰의 앞발에 맞은 개는 팽이처럼 구르며 나가떨어졌으나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나 덤벼들고 있었다. 개들의 집요한 공격에 곰은 마침내 대노했다.

곰이 정면의 개를 향해 돌진하자 개는 뒷걸음을 치며 아슬아슬한 순간에 곰의 손아귀를 빠져 나갔다. 동료가 위험해지자 다른 개들이 곰의 뒷다리를 물고 늘어졌고 곰이 그 개를 뿌리치면 뒷걸음 쳤던 개가 다시 역습, 곰의 앞발을 물고 늘어졌다.

홍포수가 고함을 치며 개를 곰과 떨어지게 했으나 이미 한 마리의 개가 곰의 발밑에 깔려 있었다. 사람이 고함을 지르며 다가가자 곰은 개를 버리고 사람에게로 덮쳐들었다.

홍포수는 총을 발사했으나 왼쪽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순간 곰은 무릎을 꿇었으나 이내 일어나 홍포수에게로 덮쳐들었다.

희미해진 그의 시야 속에 곰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두 마리의 개들이 곰의 뒷다리를 물고 늘어져 있었고 한 마리는 홍포수의 앞을 막고 맹렬히 짖고 있었으나 곰은 두 마리의 개를 질질 끌면서 홍포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홍포수는 앞을 가로막고 있는 개를 총신으로 밀어내면서 발사했다. 산더미 같은 곰은 천천히 붕괴됐다.

그러나 개들은 만신창이가 됐다. 하지만 개들의 강인한 체력은 1주일 후 모두 건강을 되찾았다.

그 일이 있은 지 1년 만에 그들은 다시 만나 또 한번 목숨을 건 싸움을 벌여야 했다.

이번의 상대는 표범이었다.

그 표범은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일대 산골을 누비고 다니며 돼지와 양들을 물고 갔지만 특히 개를 좋아해 두 달 사이에 여섯 마리의 개를 물고 갔고 어떤 때는 대낮에 마을 어귀에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개를 물고 갔다.

그곳 사람들은 "표범이 눈 깜짝할 사이에 개에게 덮쳐들어 개의 등 뒤에 올라타고는 비틀어 쓰러뜨린 다음 목줄을 물어뜯고 가볍게 물고 갔다“고 말했다.

<⑦회에 계속>
더러는 개가 표범을 잡았다는 애기를 하지만 사실 개는 표범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병신이 되었거나 노쇠한 표범이 다른 먹이를 잡을 수 없어 마을부근에 나타났다가 개들에게 당한 일은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상적인 표범은 체력, 이빨, 발톱, 속력 등 어느 면에서도 개를 압도했다.

현지에 도착한 이틀만에 개들은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코가 예민해 언제나 사냥을 선도하는 나비가 갑자기 멈칫하더니 두서너 발걸음을 쳤다, 두목인 누렁이도 코를 킁킁이며 주위를 돌다가 육식동물의 냄새를 맡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그의 조상인 만주개들이 지니고 있던 잔인한 야수의 눈빛, 꺼지지 않는 투혼은 오히려 신명을 부추기고 있었다. 개들은 산이 떠나라 짖으며 한 덩어리가 되어 달려갔다. 호각을 불어 개들을 불러들이려 했으나 이미 그의 호각은 효력을 잃고 있었다.

개와 곰의 싸움은 동작이 느린 곰이 불리했다. 곰은 항시 치고 도망가는 개의 전법에 말리기 마련이지만 표범은 개보다 빠르기 때문에 표범이 달려들 경우 개는 맞받아 싸우는 길 외는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이 싸움은 속전속결로 이어지며 대개의 경우 표범의 갈구리 같은 발톱과 이빨에 개의 배가 갈라 지던가 목줄이 끊겨 죽게 됐다. 포수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미친 듯이 뛰어갔다.

개들의 당당한 위세에 눌린 것인지 개들을 유인하려는 것인지 표범은 산기슭 들판 쪽으로 달아나다 드디어 싸움을 시작했다.

표범은 마치 수 천 개의 태엽이 한꺼번에 끊어지듯, 독한 소리를 내지르며 개들에 덮쳐들었다. 뛰어가던 포수들은 멀리서 그 싸움을 볼 수 있었으나 총을 쏠 수는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개들이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포수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이겨라 누렁아, 힘내라 나비야”가 고작이었다.

표범이 마지막 도약을 하고 있었다. 지상 1미터 공중을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앞발로 누렁이에게 치명상을 입히려 했다. 그러나 표범의 앞발이 누렁이의 머리를 후려치기 직전에 나비가 옆에서 총알처럼 뛰어나가 표범의 몸을 받았다.

나비의 돌격에 표범은 균형을 잃고 배를 보이면서 나가 떨어졌고 누렁이는 그의 품속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누렁이는 표범의 목줄을 물고 나비는 그 앞발을 물었으며 검둥이는 뒷발을 물고 늘어졌다. 개들의 완벽한 합동작전이었다.

하지만 표범은 그때 놀라운 재주를 보였다. 그의 몸을 고슴도치처럼 오그리더니 용수철처럼 공중으로 뛰어 올라 개들을 뿌리치려 했다. 고양이과 짐승들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재주였다. 그 바람에 나비와 검둥이는 튕겨져 나가고 누렁이만 떨어지지 않은 채 표범의 목줄을 물고 같이 뒹굴고 있었다. 누렁이의 위기였다.

바로 그때 검둥이가 돌진, 표범과 부딪혔다. 만주개 후손 검둥이는 어린 개였지만 몸무게가 18관이나 되고 대단한 힘을 갖고 있었다.

표범은 다시 뒹굴었고 누렁이는 표범에게 올라탔다. 개들은 표범에게 두 번 다시 재주를 부릴 여유를 주지 않았다. 두 마리의 개들이 표범을 짓누르고 있는 사이에 누렁이가 표범의 목줄을 힘껏 물어 당겨 끊어 버렸다. 표범은 목줄에서 피가 분출되며 서서히 저항력을 잃어 갔다. 포수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표범은 마지막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만주개의 장렬한 한판 싸움이었다.

<⑦회에 계속> 
                                                                                          글 : 경남투데이 반용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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