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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억원짜리 평화파크 ‘애물단지’ 전락
330억원짜리 평화파크 ‘애물단지’ 전락
  • 백승태 기자
  • 승인 2014.07.15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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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입장료 매출 478만원…전기요금조차 감당 못해
평화파크 전경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

"민간기업이라면 가만히 있었겠나?" 질타 이어져

지난해 10월 1일 개관한 ‘거제포로수용소 평화파크’가 관람객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적자행진을 계속하며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2008년부터 총공사비(부지매입비 95억 포함) 330억원을 들여 3만1570㎡부지에 평화탐험체험관을 비롯해 4D영상관 등 최첨단 전시 아이템을 갖추고 야심차게 개관한 이 평화파크는 개장한지 10개월이 지난 7월 현재까지 1일 평균 유료 관람객이 수십명에 불과하고 월 평균 입장료가 5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거제시가 현물출자해 관리운영하고 있는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을 다녀간 입장객은 35만여명이며, 이 가운데 25만명이 평화파크에 입장했지만 대부분 유료관은 이용하지 않고 둘러보는 관광에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해 평화파크 입장료 수입으로는 전기세조차 낼 수 없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며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는 ‘평화파크 3000원 데이’ 등 할인행사와 다양한 체험행사를 기획하는 등 적자난 극복을 위해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이 평화파크는 올해 감가상각비만 해도 13억2500만원으로 예상되고 있어,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전체의 경영수지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공사의 유일한 수익사업처로 알려진 포로수용소에서 벌어들인 13억원 이상을 그대로 평화파크가 집어삼켜야 한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10월1일 평화파크 개관식 장면

평화파크란?

거액의 공사비를 들여 화려하게 개관한 평화파크는 거제시가 조성, 현물출자로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가 자체사업으로 관리운영하고 있다.

관광자원의 다양화를 통한 지역관광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조성된 체험․학습형 테마파크로 평화탐험체험관과 4D영상관, 평화전시관, 평화수호대, 어린이평화정원, 빛의터널, 편의동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료 체험관은 4D영상관관(입장료 4,000원), 평화수호대(입장료 2,000원), 평화탐험관(입장료 4,000원) 등 3곳이다.

2006년 거제시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돼 추진된 평화파크 조성사업은 2007년 타당성 용역을 거쳐 2009년 6월 착공해 2013년 10월1일 개장했다. 건축은 창원시 소재 중앙건설(주)이 시공했고, 전시는 성남시 소재 시공테크가 맡았다.

개장식 당시 권민호 거제시장은 “6.25전쟁과 전쟁포로를 테마로 한 세계유일, 세계최고의 평화공원으로써 전후세대의 일반인과 청소년들에게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운영에 최선을 다해나갈 것”이라면서 “경남관광과 남해안관광의 위상을 높이는 대표관광자원으로 앞으로 국제관광시장 개척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개관 10개월이 지난 현재 권민호 거제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평화파크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고질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평화파크 입구

감가상각비만 매월 3억3122만원, 애초부터 잘못된 기획

평화파크는 애초부터 공사가 수탁 받지 말았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거제시의 출연기관인 탓에 뻔히 보이는 적자시설을 대책도 없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떠맡아 탈출구가 없다는 하소연이다.

지난해 10월 1일로 현물 출자된 평화파크의 매출액은 3개월 동안 1483만원으로 월 평균 494만원에 불과한 반면 인건비, 경비를 제외하더라도 자산의 감가상각비만 매월 1억3122만원에 달한다.

올해의 경우 평화파크 유료관 3곳의 1일 평균 입장객 수는 ▲평화수호대 4.37명 ▲평화탐험체험관 8.9명 ▲4D영화관 37.71명이다.

월 평균 입장료 수입은 ▲평화수호대 23만4천원 ▲평화탐험체험관 96만6천원 ▲4D영화관 358만3천원으로, 3곳 합쳐 월 평균 수입은 478만3천원이다.

이는 월 평균 전기세 499만6천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330억원짜리 평화파크 수입(임대료 제외)으로는 전기세도 내지 못한다는 단순계산이다.

특히 하루 35분간 12회 상영되는 4D영화 '거제도'는 평일에는 대기자가 없어 1~2명으로 1일 3~4회만 상영되고 있고, 평화탐험체험관과 평화수호대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관광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관광패턴을 감안할 때 한 시설에서 35분 분량의 영화관람은 애초부터 잘못된 기획이라는 지적이다.

거제시민 이모씨(52. 고현동)는 “평화파크가 단순히 영업이익만을 추구하는 시설이 아니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330억원의 혈세를 들여 만든 대규모 시설의 입장료 수입이 전기세조차 감당하기 어렵다니 이해가 안된다”면서 “만약 민간기업이 가만히 있었겠느냐”며 반문했다.

35분 분량의 4D 영상자료

구조적 문제, 단순한 개선책으로는 경영난 극복에 한계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관계자도 평화파크를 개장해 운영하면서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경영수지를 맞추기 어려워 걱정스럽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포로수용소 관람객의 평화파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관람동선을 단순화하고 통합요금체계를 검토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수익창출과는 직접 연결되지 않는 실정이다.

적자폭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12명 정원을 기간제 7명으로 인력을 감축한데 이어 직원들이 직접 재료를 구입해 보수공사를 하고, 풀베기와 도색작업을 하는 등 지출감소에 혈안이다.

그렇지만 워낙 수입이 적은데다 고정지출은 정해져 있어 적자폭을 줄이기는 ‘오십보 백보’ 차이에 불과하다. ‘평화파크 3000원 데이’와 야외현장학습 등을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짜내 이벤트를 마련해도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 된다면 평화파크의 적자 폭은 날로 늘어날 수밖에 없고, 거제시와 개발공사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거제시는 평화파크 조성공사 후 관리운영을 개발공사에 떠맡긴 채 ‘나몰라’라 하면서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개발공사 관계자는 평화파크의 경우 대행사업이 아니라 자체사업인 탓에 모든 책임을 공사가 떠안아야 되기 때문에 평화파크의 적자폭이 공사 전체의 경영수지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볼멘소리다.

이에 시민 윤모씨(55)는 “시스템 개선과 보고 즐길거리 확충 등을 통해 입장료 수입을 늘릴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면서 “거제시도 공사에 경영 타개책만 주문할 것이 아니라 시설에 대한 원초적인 책임이 있는 만큼 매월 3억여원에 달하는 감가상각비라도 지원해 주는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썰렁한 평화파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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