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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보약 해삼(海蔘)
바다의 보약 해삼(海蔘)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9.0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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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인삼’이라는 해삼(海蔘)은 이름이 참으로 다양하다. 한자식 표기로는 사손(沙噀, 砂噀), 토육(土肉), 해서(海鼠)가 있고, 종류에는 나무해삼(목해삼), 풀해삼, 참해삼, 백해삼, 광삼, 홍해삼, 흑해삼 등이 있으며, 한글로는 ‘믜’, ‘삼’으로 기록하고 있다.

해삼(海蔘, 海参)의 ‘参‘은 厽(루)와 彡(삼)으로 나눌 수 있는데 ’厽‘는 별을 ’彡‘은 빛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海参은 “바다의 별빛“같이 언제나 우리 곁을 지켜온 소중한 식품이었다.

옛날 우리 선조들이 3대 정력 삼(蔘)을, “땅에는 인삼(人蔘)이요 바다에는 해삼(海蔘)이요, 하늘엔 육삼(陸蔘 까마귀)이다.” 라고 읊었다.

해삼(海蔘)을 영어권에서는 ‘바다의 오이’(Sea cucumber)라고 부른다. 길쭉하고 울퉁불퉁하게 생긴 독특한 모양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이학규(李學逵)는 ‘여주열매‘를 닮았다고 했으며,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바다에서 나는 ‘세 가지 귀중품’으로 해삼을 전복, 홍합과 함께 삼화(三貨)라고 했다.

해삼은 많은 한의서에서 기록하고 있는데 그 중 본초강목에 보면 해삼은 보신익정(補腎益精)이라 하여 남성들에게 좋으며, 신장과 몸을 보해주고, 정수를 불려 주어 양기를 돕고 변비와 궤양에도 좋다고 한다.

해삼의 효능은 ‘골다공증 예방, 피부미용, 빈혈예방, 원기회복’으로 정리 할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임신 중에 보약을 쓸 때에는 인삼을 빼고 대신 해삼을 넣는 것이 좋다“ 골수 보충, 신경 안정, 임신 중 하혈, 또 장을 눅여주어 대변을 부드럽게 해주며 임신 중에 변비나 가스로 인한 복압이 생길 염려가 없다.

방광의 압박을 막아줘 소변을 자주 볼 일도 없다. 또한 '해삼의 건조분말을 화농의 상처표면에 바르면 그 표면을 청정하여 치유된다'라고 기록돼 있다. 중국에서는 상어 지느러미, 해삼과 함께 '바다의 삼보(三寶)'로 꼽히는 식품이다.

거제도는 역사이래로 갖은 해산물이 풍부하여 육지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특히 해삼(海蔘)은, 수달(水獺) 왜닥(倭楮) 유자(柚子) 문어(文魚) 전복(鰒) 미역(藿) 대구(大口魚) 석류(石榴) 표고버섯(香蕈) 벌꿀(蜂蜜) 궁삭(弓槊)등과 함께 감영이나 중앙의 진상품과 공납물로 19세기말까지 이어졌다.

조선시대 제주도 여성 거상(巨商) 김만덕은 해산물 장사로 엄청난 돈을 벌어 굶주리는 백성을 규휼하는데 앞장섰다.

김만덕의 탁월한 사업수완과 백성 돕기는 대궐에까지 알려져 임금이 불러 큰 상을 내리기도 했다. 김만덕은 특히 제주근해에서 엄청난 양의 해삼과 전복을 잡아 이를 말려 독점판매 하면서 큰돈을 벌어 보람 있게 쓰게 됐다고 전한다.

해삼(海蔘)은 해삼류(海蔘類)에 딸린 극피동물로, 몸은 보통 밤색과 갈색이 서로 엇갈리어 얼룩얼룩한 무늬를 이룬다. 몸길이 40cm. 입 둘레에는 많은 촉수가 있고, 무르고 연한 외피(外皮) 속에는 자디잔 골편(骨片)이 있다.

관족(管足)은 배 쪽에 세 줄의 띠를 이루며 혹다리는 등쪽과 옆에 있어서 다소 똑똑하지 않은 온 몸에 오톨도톨한 돌기가 많다. 바다 깊이 10~30cm 되는 데에 살며, 물의 온도가 16℃ 이상이 되면 바다 밑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 그 속에서 하면(夏眠)한다.

우리나라ㆍ일본에 분포하며 알은 초여름에 놓고 살은 먹는 데 맛이 좋으며 영양가가 높다. 음식으로써의 효능은 성질이 약간 차고 혈분(血分)을 돕는 약의 하나로 혈(血)을 보하고 양기(陽氣)를 돕는 데 쓴다.

◯ 조선후기 해삼(海蔘)에 관한 각종 음식 조리법을 살펴보면,

① 날해삼을 내장을 빼고 썰어서 고추장에나 간장에 찍어 먹는 ‘해삼회(海蔘膾)’,

② 원미(元味 쌀죽)를 쑤다가 불린 해삼을 잘게 썰어 넣어 끓인 다음, 소주(燒酒)를 약간 섞어서 만든 ‘해삼원미(海蔘元味)’,

③ 마른 해삼을 물에 불려서 내장을 뺀 다음 다시 불려서 물을 뺀 뒤에 간장ㆍ기름ㆍ설탕 등을 넣고 끓이어 후춧가루와 잣가루를 친 ‘해삼초(海蔘炒)’,

④ 마른 해삼과 쇠고기를 넣고 끓인 음식으로 중화요리의 하나. 물에 불린 마른 해삼과 돼지고기를 삶아 죽순, 송이버섯, 풋고추 따위를 잘게 썰어 넣고 기름에 볶은 다음 녹말을 풀어 끼얹어 만든 ‘해삼탕(海蔘湯)’,

⑤ 해삼의 내장을 배고 토막을 쳐서 끓는 물에 잠깐 데치어 만든 ‘해삼백숙(海蔘白熟)’,

⑥ 마른 해삼을 물에 불려서 배를 가르고 쇠고기와 두부를 이겨 붙이고 달걀을 씌워 지진 뮈쌈, ‘해삼전(海蔘煎)’이 있었다.

 

1) 해삼[海參] / 인수옥집(因樹屋集) 丙寅年 1806년. 이학규(李學逵).

이학규 선생이 말하길, “해삼은 물렁물렁하고 입인지 꽁무니인지 분별하기 어렵고 앞뒤가 상세히 정해져 있지 않다. 눈은 해파리나 새우 눈처럼 작고 산 속에 사는 게의 창자를 연상케한다.

생긴 거는 싱싱한 오이에 좁쌀이 크게 돋아난 듯, 또는 여주열매가 긴 등나무에 떨어진 듯하다. 메기의 미끄럽고 끈끈한 액체가 피부를 덮고 있다. 바다에서 감태와 함께 줍고 채취하고 대합(大蛤)과 더불어 건조하여 보관하다 대나무뿌리 가지로 꿰어 관청에 보낸다. 반찬은 생강과 궁합이 맞다.”고 하였다.

西泠櫻笋罷 서쪽의 고달픈 앵두와 죽순을 내쳐버린

南客艑(上聲)艖傍 남쪽 나그네는 거룻배 곁에 있는데

土肉聞江賦 강의 세금이라 불리는 해삼을

海參見嶺鄕 영남의 바닷가 마을에서도 볼 수 있구나.

周身慚骨鯁 온 몸이 골경지신(骨鯁之臣)같아 부끄러운데

聚族任炰湯 친족을 모아놓고 통째로 끓인 물에 삼으면

淡味離鯹惡 담담한 맛이 비릿함을 제거하여

奇形屬脆良 이상야릇한 형태로 물렁물렁하게 붙는다.

口尻渾不辨 입인지 꽁무니인지 분별하기 어렵고

腹背定難詳 앞뒤가 상세히 정해져 있지 않다.

水母矜鰕目 해파리의 새우 눈을 자랑하고

山中憶蟹腸 산중의 게 창자가 떠오른다.

綠瓜生粟大 싱싱한 오이에 좁쌀이 크게 생겨난

錦茘墜藤長 여주열매가 긴 등나무에 떨어진 듯.

鮎訝留涎滑 메기의 미끄럽고 끈끈한 액체가 덮이었는데

蝟憐去刺芒 고슴도치 가련하다. 까끄라기 잘라 오돌토돌하네.

甘苔同採掇 감태와 함께 줍고 채취하고

文蛤與收藏 대합(大蛤)과 더불어 거두어 보관하고는

串餽捐孫竹 대나무뿌리 가지로 꿰어 보내 바치며

盤餐合子薑 반찬은 생강과 궁합이 맞다.

嘉名殊爾雅 아름다운 이름도 그 같이 맑고 뛰어나니

陋俗謾烹湘 천한 풍속에 삶은 요리로 거만하지만

尙慮門生議 오히려 생각하니 문하생과 의논한 끝에

先敎軒(去聲)切嘗 먼저 동헌에 알려 적절히 맛보게 해야 했다.

鵶頭來近市 까마귀 머리도 가까운 시장에 나와

金錯視空囊 금으로 도금하여 빈 주머니를 엿본다.

北地何曾識 북쪽 지방에서는 어찌 알겠는가?

分題永未忘 시제(詩題)를 나누었으니 영원히 기억하리라.

[주] 골경지신(骨鯁之臣) : 목구멍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듣기에 괴로운 직언(直言)을 하는 강직한 신하를 비유하는 말.

 

2) 태수가 여러 번 생해삼을 보내왔다[太守屢送生海參] 상 위의 해삼회를 대하니 느낌이 있어 짓는다[作膾對案有懷] / 조근(趙根 1631∼1690) 손암집(損菴集).

奉養常嘆欠旨甘 어른을 봉양함에 맛좋은 음식이 부족하여 항상 탄식하는데

長安此物貴如金 서울에서는 이 해삼이 금보다 귀하다네.

今朝獨自嘗佳味 오늘 아침 나 혼자 산뜻한 맛을 보다가

投筯增傷陟岵心 고향의 부모 그리워 젓가락 던지니 마음 더욱 아프다.

[주] 척호(陟岵) : 고향에 있는 부모를 그리워하는 일. 시경(詩經)척호편(陟岵篇)에서 효자가 부역(賦役)으로 먼 곳에 가서 그곳의 산에 올라가 고향의 부모를 그리는 효도의 정을 읊었으므로 인하여 타향에 있는 자식(子息)이 고향의 부모를 그리워함을 이르는 고사성어로 굳히게 되었다.

3) 연해의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한가히 짓는다[遍巡沿海漫題] / 이계집(耳溪集) 홍양호(洪良浩 1724~1802), 1843년 봄(庚寅春) 황해도관찰사로 임명되어(除黃海道觀察使).

周遊皆澤國 두루 다녀보니 모두가 물가의 고장이라,

物產異東西 물산이 동서가 서로 다르다.

春菜靑絲角 봄나물, 청사(靑絲), 짐승의 뿔,

鮮羹紫絡蹄 생선 고깃국, 자줏빛 낙지....

含醪海蔘醉 해삼을 안주 삼아 막걸리에 취하는데

噴浪水牛嘶 물결을 내 뿜으니 물소가 울고나.

風雅稱多識 시를 짓고 읊조리며 노는 멋을 학식이 많다하니

蟲魚入品題 벌레와 물고기도 시(詩) 속 논평에 들었으리.

[주1] 택국(澤國) : 산당고색(山堂考索)에 회수의 동쪽은 천(川)과 못의 나라이다. 작은 섬(사주)과 큰 저수지는 물 흐름이 둘러싸고 있어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곳으로 모두 수채(水寨)이다. 『독사방여기요』

[주2] 풍아(風雅) : 풍류(風流)와 문아(文雅). 시를 짓고 읊조리며 노는 멋. 『시경(詩經)』의 풍(風)과 아(雅). 곧, 시(詩). 고상(高尙)하고 멋이 있음.

[주3] 다식(多識) : 많이 알고 있음. 학식(學識)이 많음. 박학다식(博學多識).

[주4] 품제(品題) : 사물의 가치나 우열을 문예적으로 평가하는 일. 경전의 내용을 품으로 나눈 편장의 제목. 논평하다. 

4) 이웃 사람 권치덕이 세밑에 서울로 간다기에, 집 편지를 써서 맡겨 보내기 위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불렀다[鄰人權致德 歲終 有京師之行 付家書訖 口號爲贈] / 이학규(李學逵 1770∼1835).

黃江冬不雪 황강(黃江 낙동강)의 겨울에는 눈이 내리지 않고

舟檝在微波 노 젖는 배는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다.

霜後海參市 서리 내린 뒤에는 해삼 파는 시장이 열리는데

風歬溪女歌 바람 부는 시냇가에서 여인네 노래하누나.

音書歲垂盡 소식이 끊어 진지도 어언 한해이니

離索意如何 외로운 신세 그 마음 어떠하리오.

送子非今日 자식에게 보내는 일이 비단 오늘 뿐이랴만,

情親訪薜蘿 정(情)이 두터운 벽라(薜蘿)가 찾을 것이다.

[주1] 이삭(離索) : 이군삭거(離群索居) 즉, 동문에서 함께 배우던 벗들과 떨어져 홀로 지낸다는 뜻으로 《예기》〈단궁〉에 보인다.

[주2] 벽라(薜蘿) : 담쟁이나 칡덩굴 따위 또는 칡덩굴로 짠 베를 가리킨다. 전하여 은자(隱者) 또는 은자의 의복을 말한다. 벽라(薜蘿)의 벽(薛)은 줄사철나무이고 라(蘿)는 나무에 기생하는 덩굴 식물인 여라(女蘿)인데 그 잎과 줄기로 만든 옷이라는 뜻으로 은자의 행색을 뜻한다.

 

◯ 다음은 김려(金鑢 1766~1822)의 1803년 7언절구 2편에는, 고성군 거제시 창원시 인근 해안지역 여인들의 강인한 생활력을 칭송하고 있다.

험한 바닷가의 환경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남도 여인의 부지런한 생업이 상세히 그려졌다. 김려 선생은 자신이 가진, 내면의 예민한 감수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어촌의 현실을 곧바로 시로서 형상화하여 창작하였다.

섬마을 각시들은 남자 못지 않는 건장한 여인이지만 조개껍데기 노리개로 소박하게 꾸미고 유행에 신경 쓰지 않는다.

고성(固城)의 아낙은 자신이 직접 배를 몰고 진동까지 가서 매가리 젓갈을 팔정도로 생활력이 강한 여인네들이다. 위 두 편의 7언절구를 읽다보면, 해안가 어촌여인의 밝고 긍정적이며 또한 소박하고 진솔하게 살아가는 강한 여인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5) 섬마을 여인[島村女人] / 우산잡곡(牛山雜曲) 김려(金鑢).

島村閣氏健如男 섬마을 각시들 남자처럼 튼튼해서

膀濶腰豐竗理暗 엉덩이 크고 허리 풍성해 유행에 어둡지.

蛤蚧附鈿拳㨾大 부전조개를 비녀에도 붙이고 큰 조개 사랑하니

棉絛綰得染田藍 묶은 목화 끈도 들판의 쪽 풀로 물들였다네.

6) 매가리 젓갈[䱅(魚+曷)醯] / 우산잡곡(牛山雜曲) 김려(金鑢).

固城漁婦慣撑船 고성의 어촌 아낙은 배도 잘 부려서

棙柁開頭燕子翩 키를 돌려 뱃머리를 정하자 제비처럼 날아가네.

梅渴酸葅三十甔 매가리 젓갈 서른 항아리

親當呼價二千錢 당연히 2천 냥은 불러야지.

◯ 최근 연구에서 인삼을 대표하는 성분인 사포닌이 해삼에서도 발견됐다. 해삼은 적을 만나면 내장을 뱉어낸다. 내장에 물고기가 싫어하는 ‘홀로톡신(holotoxin)’이란 독소가 있기 때문인데, 이 홀로톡신이 사포닌의 일종이다.

다른 해양 생명체들은 싫어하는 독소가 인간에겐 최고의 보양식이 되는, 명실 공히 삼(蔘)인 셈이다. 선조들의 작명 솜씨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시아 역사 문화 전문가인 일본인 ‘쓰루미 요시우키’씨는 “해삼을 가장 먼저 먹은 민족은 한국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책 ‘해삼의 눈’에서 구석기 후반 우리나라 함경도 해안에 살았던 사람들이 염제 해삼을 구황 식품으로 먹었다고 밝혔다.

해삼을 잡아 말려서 저장하는 방법을 개발했으며 이 말린 해삼으로 교역도 했다고 일러준다. 그렇다면 해삼의 삼은 한반도의 산삼을 뜻하는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옛날부터 중국이 조공을 받거나 교역을 하는데 비단과 맞바꿨던 최고의 물품이 ‘말린 해삼’이었다.

중국인들은 해삼을 원숭이골, 상어지느러미와 함께 3대 진미로 친다. 또한 13억 인구가 세계 해삼의 90%를 먹어 치운다. ‘남삼여포(男蔘女鮑 남자에겐 해삼, 여자에겐 전복)이라 해서 남자들이 특히 해삼을 좋아한다. 해삼이 혈액을 맑게 하고 정자 생성을 돕는 강정식품이라는 의식에는 동서가 따로 없다.

◯ 우리나라에는 해삼이 좋아하는 파래, 실파래, 부착규조류 등이 자라고 있어 이를 먹고 자라 성장이 빨랐던 것으로 예측된다.

해삼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에 주로 분포하는 온대성 품종으로 칼슘, 철분, 사포닌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예로부터 고급요리의 재료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해삼(海蔘)은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해서(海鼠·바다쥐)로도 불린다.

일본명 역시 바다쥐란 뜻의 ‘나마코’다. 종류는 푸른색을 띤 청해삼과 붉은 빛의 적해삼으로 크게 나뉜다. 맛 차이는 별로 없지만, 적갈색 해초류를 먹고 자란 적해삼을 윗길로 친다. 우리나라는 주로 회나 볶음·찜, 일본은 내장으로 담근 젓갈 ‘고노와타(海鼠腸)’, 중국은 탕과 볶음을 즐긴다.

중국에서는 해삼이 원숭이골, 상어지느러미와 함께 3대 진미로 꼽힌다. 13억 인구가 세계 해삼의 90% 이상을 소비한다. 해삼탕·해삼백숙·해삼알찌개 등 기본 요리만 20여가지다. 해삼과 인삼을 함께 넣은 양삼탕(兩蔘湯)도 인기다.

성게나 불가사리와 같은 극피동물인 해삼은 재생력이 아주 강하다. 적의 습격을 받거나 강한 자극을 주면 창자를 버리거나 몸을 스스로 끊어 버리기도 하는데 수개월이 지나면 잘려나간 곳이 원래 모습을 되찾는다.

단백질, 칼슘, 철분 등이 풍부하여 치아와 뼈의 형성기에 있는 어린이가 먹으면 발육이 촉진된다. 특히 진액(津液)을 돋우는 효능이 인삼처럼 대단하다. 진액이란 최고의 영양물질로서 피를 위시한 사람 몸의 각종 체액, 호르몬 등을 일컫는다.

◯ 예전 거제도 여름날 썰물시기에, 또래들과 물놀이하다가 쨀피(잘피)를 뿌리채 뽑아서, 잘피 가장 아래쪽 부분을 양파처럼 벗겨 낸 속살부분과 붉은 뿌리를 먹었던 추억과 함께, 바다 모래 돌밭 사이에서 숨어있는 해삼을 잡아, 통째로 ‘후루룩’ 쏙~ 입안에 집어넣어 씹으면, ‘퍽‘ 터져 ’씁씁짭짤‘한 불쾌함에 순간 당황하다가, 이내 몇 차례 양쪽 이빨사이에서 ’갈가리’ 조각나면서 ‘오독오독’ 어금니 사이에서 ‘물컹물컹’ 씹히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10여 차례 씹힌 해삼이 입안에서 ‘소르륵‘ 녹아내리는데 아직도 남은 건더기를 혀로 돌려 다시 씹고 삼킬 즈음에는, 달콤한 젤리 같은 향기가 입가에 퍼져 마치 600만불의 사나이가 된 듯한, 묘한 기분을 느낄 수가 있었다. 특히 노란 해삼 내장의 맛은 환상적이었다.

해삼은 우리거제도의 천연약밥(天然藥食)이자, 한 개의 해삼도 반드시 나누어 음미(吟味)하는, 남아의리(男兒義理)의 음식(一個之海蔘必分而食品義理)이었다.

올 추석에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경치 좋은 바닷가에서 욕심 없이 즐겁게 놀아보자(海上風月主人和樂). 이에 거제도 바닷가 선착장에서 죽마고우(竹馬故友)들과 함께 둘러앉아, 교교히 비추는 달빛 아래, 시글이(시그리 螢波) 이는 고요한 바다를 보면서, 해삼 한 접시에 소주 한잔을 들이키는 추억을 만들어 보자.

아마도 밝고 맑은 달빛(明淨月色)이 우정(友情)을 더욱 도탑게 하리라. 비록 밤하늘의 별들이 어린 시절만 못하지만, 빈센트 반고흐 ‘별이 빛나는 밤’ 그림 속의 강렬한 별빛을 눈과 내면(內面) 속에 넣고, “바다의 별빛“ 해삼(海参)을 입 속에 넣어, 함께 심연 속으로 푹 빠져봄이 어떠하신지....

◯ 중추가절(仲秋佳節),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시기 바랍니다. --고영화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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