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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을 공격한 글 격사문(擊蛇文) >
< 뱀을 공격한 글 격사문(擊蛇文) >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9.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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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金鎭圭) 선생은 1689년에서 1694년까지 약5년 동안 거제시 거제면 동상리에서 귀양살이 하면서, 죽천기(竹泉記)․몰인설(沒人說)․격사문(擊蛇文) 등등, 설(說)․문(文)․기(記)는 물론, 많은 한시를 남겼다.

특히 격사문(擊蛇文)은 평소에 곤충이나 파충류를 상당히 싫어했는데, 거제도로 유배 와서 자연과 함께 생활하니 뱀에 대한 두려움과 근심을 극복하게 되었다. 이 글은 선생의 입장에서 다소 주관적인 면이 있지만, 선생이 보고 겪고 느낀 바를 대체로 상세히 표현해 냈다.

당시 조선시대 양반 귀족의 관점에서 본, 그 표현이 세밀하고 획기적이다. 뱀이라는 하나의 파충류를 이 정도 묘사하고 글을 남긴 분은 아마도 조선시대에 저자 外 ,한두 명밖에는 찾기 힘들다. 정배된 거처(배소)는 물론이거니와 작은 울안밭에도 뱀이 많다는 걸로 봐서, 거제도에는 예로부터 뱀이 번성했고 많이 살았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땅 속에서 새끼를 기르는 모습은 물론, 마치 뱀과 자신이 서로 소통하듯 표현하였다. 뱀을 싫어하는 4가지 마음, 즉 사특(四慝)은 ‘방자’, ‘완고’, ‘도둑질’, ‘최상의 독을 가진 것’이다.

거제도 옛 어르신들은 "집 지키는 뱀을 죽이면 재앙이 온다"고 전한다. 또한 집안의 복을 지켜주는 '구렁이' '두꺼비' 등을 해하지 않는 업신앙이 유별났다. 두꺼비가 지네와 싸워 주인을 구한다는 설화와 집안 창고와 재물을 지켜주는 큰 구렁이 이야기는 우리네 주위에서 여러 가지 설화 형태로 전해지는 업신앙의 한 형태였다.

거제도 유배시절 선생의 저서 <죽천집(竹泉集)> 잡저(雜著)에는 샘 우물의 찬양 글 〈죽천기(竹泉記)〉, 사특(四慝)을 싫어하는 마음으로 뱀을 잡으면서 지은 격사문〈擊蛇文〉과 전복(全鰒) 따는 잠수부의 인생론을 적은 <몰인설(沒人說)> 등이 있다. 다음은 <격사문> 내용이다.

1) 격사문[擊蛇文]. 巨濟島 유배시절 사특(四慝)을 싫어하는 마음에 뱀을 잡으면서 지은 격사문(擊蛇文). / 김진규(金鎭圭).

나의 천성은 죽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무릇 벌레가 무리지어 꾸불꾸불 움직이면 반드시 피해야 하고 밟아서도 안 된다. 남쪽 거제도, 뱀이 많은 곳에 유배 와서 보니 난서밭(울안밭) 울타리로 뱀이 항상 구부리고 감돌아 다니는데 하인이 번번이 공격하다 그만두라며 삼가하고 피해 물러나라고 타일러 말했다.

오늘 낮에 하늘에서 비가 오다 태양이 비치니 새로워서, 담장을 열어 앉아 있으니 참새 무리가 갑자기 심하게 지저귄다. 하인이 놀라 알리면서 말하길, "써까래 처마 받침에 긴 뱀이 있다"고.. 거기에서 참새 새끼를 삼키니 참새들이 이러한 연유로 떠들썩하게 지저귄다.

이에 이미 새끼를 삼키고는 곧장 담장을 지나 집으로 들어간다. 공격하자고 청하기에 나는 공격하려다가 못하였다. 그 후에 생각해 보니, 이는 아마도 지난번과 어찌 다름이 있겠나마는 무릇 하늘은 사람으로 하여금 집에서 사는 것과 수풀 속에 뱀이 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진실로 능히 각각의 그 장소에서 평안이 지낼 수 있으리라. 뱀이 비록 독을 가지고 있다지만 어찌 핍박하겠는가?

어찌 해치고자 사람이 분주히 다니며 저기 난서밭(울안밭) 울타리 수풀 가까이로 내쫓으리오. 또한 항상 머무르는 곳이 사람과 다르고 발이 없어 꾸불꾸불 기어가는 모양이 기이하며 뱀은 사람을 핍박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이 먼저 공격한다.

이미 지난일이 아니겠는가? 옛날에 그만 두었던 것(아주 먼 옛날의 생존 경쟁)이 여기에 남아 있어서겠지. 이제는 뱀이 사납고 날래다 못해 모질어져 그렇고 그러하니 언제나 편안한 곳이 없어,  사람들이 뱀을 핍박하며 살고 있다.

처마 받침돌에서 새 새끼를 삼키고 저 불안하여 미끄러졌구나. 뱀을 핍박하면서 사람이 살고 있으니 둔하고 무디다. 처마 받침돌에 사악한 도둑(뱀)이 있어 심히 독하게 새 새끼를 삼켰다.

이처럼 가려서 못하는 것이 심히 방자한 것이며, 또한 완고(頑)하다는 것은 지극히 사납다는 것이다. 도둑질 하는 것은 더욱 흉악한데 더욱 괴로운 것은 최상의 독을 가진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이 뱀이 지닌 네 가지 사특함이다. 악하고 추함이 누가 이보다 더 클까? 그러해서 사람이 공격을 한다. 마땅히 그냥 지나치지 않아야한다. 또한 악하고 사특한 저걸 버리고자 나의 성품으로 쫓아 돌아다닌다면 어찌 편안하리오.

그러하여 마침내 공격하길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또한 알고 있다시피, 그 의미는 요물이 아니다. 이로서 내가 말하길, 옛날이나 지금이나 뱀은 괴이할 뿐이다. 이를 알리고자 글로서 말한다.

“뱀은 참으로 우습다(요물이다) 너 뱀은 비할 데 없이 악하고 편벽되었다. 저기 용과 거북은 신령스럽고 봉황과 기린은 길하고 경사스럽다. 벌레 날짐승 온갖 것이 아무리 제각각 형상이 달라도 사람이 사용치 않는 데가 없고 더불어 만물은 해함이 없다.

생각해 보니, 해치고 사나운 건 범과 표범이다. 또한 문신과 무관도 서열이 있고 구분이 있는데 어찌하여 계집애(요사스런 것)를 낳는 것과 같은가? 비록 추하고 악하지만 그것들이 잘 갖추어져 있어 달릴 때는 발가락이 안 보인다.

날개의 깃털이 모자라니 상서로우며 허우대가 구불구불하고 어둡고 검푸르죽죽한 피부색이다. 번지레하게 끼여 있는 그 기운에 가까이 하기가 어렵고, 용모가 추하고 굴속에 있어 깜짝 놀란다. 재주는 없고 은덕도 없다. 하는 일이라곤 물고 씹는다.

이빨이 침을 놓기 위해 늘어서 있으며 혀를 부리며 비늘을 문지른다. 높은 곳으로 향하면 좋은 인연이 있는데 오로지 벌어진 틈사이로만 능히 다닌다. 그늘진 응달에서 씹어 해독을 끼치려 넘겨다보며 근심과 재앙을 드러냄으로서 심히 완고하니 무서워 자빠져 도망친다.

비록 작지만 몸에 해함이 남아있으니 뱀 꼴이 참으로 우습다. 하늘이 너를 만들어 음양에 화를 부르니 남에게 넘기어 편향되더라도 시가를 읊조린다. 이로써 숲으로부터 너(뱀)를 멀리하리라. 사람과는 사는 곳이 다르지만 사납고 해롭진 아니해도 모두 다 편안하니 괴롭진 않으리라.

뱀들은 마땅히 굴속에서 빙 둘러 포개어 감아 뱀 무리를 보호한다. 양육하는 뱀 새끼는 땅속에 있고 즐겁게 노는 뱀은 산골짜기에 있다.

하늘의 뜻에 따라 그런 식으로 편안이 지내며 또한 즐거이 논다. 이것은 계획된 게 아니며 그리고 서로 침범하여 더럽히기도 하며, 처마 밑 서까래 받침  여기는 정말로 사람이 사는 집인데 뱀은 뜻밖에도 엿보며 고개를 쑥 내밀었다. 감히 받침돌에 의지한다.

생각해보니 돌 받침이 문제가 아니다. 그 기세로 집에 들어와 다니다가 꽈리를 틀고 사람을 엿보며 흉악하다. 성난 눈으로 엿보면서, 하물며 소리가 새 새끼가 지저귀는 것과 같다. 그 재주가 태어날 때부터 얻어 갖추어져 있다.

허기진 입으로 새 새끼를 삼키면서 숨을 들이쉬고 배가 불러오고 그 결과 배가 충만하게 되었다. 그때 새 어미는 새끼를 보며 탄식한다. 바퀴벌레가 음산하게 다닐 때 새는 가련하게 운다. 뱀 꼴이 우습고 천박하다.

네가 싫고 악하여 놓아주지만 이미 지나간 사람의 근심이다. 또한 만물을 해롭게 하여 앞질러 나누어지고 넘어 지나가며 맞서니 방자하게도 그 사악한 짓이 정상이 아니다. 예전에는 뱀을 멀리 하였다. 너그러이 슬기롭게 겪어보니 이제는 뱀의 핍박으로부터  비로소 공격하고 죽이게 되었다.

예전엔 스스로 몸을 돌보지 못했는데 그게 순하거나 공격적이라도 이제는 편안히 대한다.  개천에 뱀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는 없지만 사람들이 뱀이 집안에만 박혀 있으면 길하다 하여도 제멋대로 범하는 놈은 죽여야 한다.

너(뱀)가 알지 못해 길을 헤매면 이는 스스로 죄를 빨리 받기 위한 것일 뿐이다. 무성한 숲과 들판에서 너는 곱고 참으로 번성할 것이다. 너(뱀)는 홀로 오래 살다 죽을 것이고 저기(숲과 들판)서는 모두 다 잘 살며 장수하리라. 잠시 살펴보며 생각하고 돌아가라. 가히 원통하지 않다는 걸 알 것이다.

너의 독에 스스로 뉘우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를 원수로 여기거나 원망하진 말거라. 아! 뱀은 참으로 우습고도 천박하다. 나의 말을 총명하게 들어 줄려나....“

[ 余性不喜殺 凡蠕動之屬 必避而不踐 南來地多蛇 園圃籬落 常紆紆而行 僮欲擊輒止之 諭令謹避 今晝天新雨日照 啓牗而坐 衆雀忽甚噪 僮驚報曰有蛇盤簷椽 方呑雀鷇 雀故如是噪 是呑鷇已則將經 牗入室 請擊之 余又欲止之 已而思之 是盖有異乎前者 夫天使人宮居而蛇藪處 苟能各安其所 無偪焉則蛇雖毒 豈遽害人 彼園圃籬落去藪近 又非人所常處 蛇行無足恠 蛇不逼人 而人先擊之 不已過乎 玆余昔所以止之 今蛇悍然獰然 不安所 逼人居 盤簷而呑鷇 夫不安所汰也 偪人居頑也 盤簷賊也 呑鷇酷也 汰者肆之甚 頑者戾之極 賊者凶之尤 酷者毒之最 具是四慝 惡孰大焉 然則人之擊之也 宜而非過也 亦安可但循余性而舍彼惡耶 遂不止其擊 而又意其不靈不自知之 而謂余今昔異 乃告以 文曰 嘻乎蛇乎 女惡絶類 彼龍龜以靈 鳳麟爲瑞 凡百禽虫 雖各形異 莫不於人爲用 與物無忮 暴惟虎豹 亦文而武 豈如女生 唯惡是具 走無脚趾 翔乏翅羽 蜿蜒之軀 黮黲之色 氣臊難近 狀醜孔愕 無德無技 所事齚齧 列鍼爲齒 磨釵作舌 善緣于高 能行於隟 陰覬疾噬 以逞禍孽 大固斃亡 小猶殘疾 嘻乎蛇乎 天之生汝 陰陽之沴 偏畀而賦 是以遠女于藪 與人異所 俾毋虐害 俱逸無苦 女宜蟠女穴保女族 食女土嬉女壑 遵天之命 式安且樂 不此之圖 而相侵瀆 侯簷侯椽 寔人攸宇 女乃闖焉 敢盤而據 匪惟盤之 勢行入戶 包兇伺人 怒目以覷 矧嚶者鷇 纔得生成 饞口噏呑 脹腹果盈 嗟鷇之母 亂蜚哀鳴 嘻乎蛇乎 女惡難貰 旣爲人病 又作物害 踰防軼分 肆其賊盭 昔蛇之遠 嘗宥嘗惠 今蛇之偪 迺擊迺殪 昔非加愛 今非加厲 其宥其擊 靡不在渠 深居則吉 妄犯者誅 女迷不知 實自速辜 蓁蓁林野 汝麗寔繁 女胡獨斃 彼胡皆存 試反以思 可知不寃 悔女之毒 無我讐怨 嘻乎蛇乎 明聽我言 ]

 

◯ 다음 글은 정약용(丁若鏞) 선생이 한여름 초목이 무성한 집에 있는데, 뱀이 연잎에서 헤엄치고, 우물에 들어가고 부엌에 누워 있으며, 쫓아가도 도망가지 않고 있어, 일하는 사람이나 쉬는 사람으로 하여금, 밥을 먹어도 입맛을 잃게 하고 잠을 자도 불안하였다.

선생이 말하길, “이 추악한 미물이 번성하여 나의 정자와 못을 더럽히고 나의 정원을 어지럽힌다. 그 독에 쏘이게 되면 그만 생명을 잃게 되니 뱀을 격살해야 한다”하니 어떤 이가 말하길, “모든 물건은 그 물건의 본성이 있어 만물이 쓰이지 않는 것이 없다.

뱀에게는 뱀의 본성이 있으니 뱀을 홀대할 수 없다. 그런데 선생께서 함부로 그 칼날로 범하려 하니 부질없고 번거로운 일이 아닌가.”하였다. 이에 선생께서 말하기를, “간사하고 아첨하는 무리를 쫓아내어 어진 신하를 보호하는 것이니,

이는 곧 천지의 지극한 인(仁)이다. 그러므로 주공(周公)이 관제(官制)를 제정할 때 산사(山師)를 두어 도롱뇽과 뱀 등을 몰아내게 하였으며, 숙오(叔敖)가 요사한 뱀을 죽여 묻음으로 해서 끝내 복을 받았고, 기노(寄奴)가 완악한 뱀을 사살함으로써 사방의 나라가 복종하였다.”면서, 뱀을 탐관오리에 비유해, 뱀을 죽여 쫓아내야 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힌 글이다.

2) 뱀을 격살(擊殺)하는 데 대한 해(解). / 정약용(丁若鏞)

다산(茶山) 선생이 다산관(茶山館)에 은거해 있는데, 성하(盛夏)가 되어 초목이 무성해지자 뱀이 꼬여 굼실댔다. 그 구불구불한 것은 마치 솔연사(率然蛇)가 꼬리를 돌돌 만 것 같고, 거꾸로 매달린 것은 마치 촉산(蜀山)의 건비사(褰鼻蛇)와 같다.

인끈 무늬와 비단 채색 같은 것이 연잎에서 헤엄치며 노닐고, 묵은 등나무와 괴이한 덩굴 같은 것이 배나무를 감고 있다. 심지어는 우물에 들어가고 부엌에 누워 있으며 기둥을 감고 벽을 뚫는다. 쫓아도 가지 않고 굴택(窟宅)에 만연하고 있어 일하는 사람이나 노닐며 쉬는 사람으로 하여금 밥을 먹어도 입맛을 잃게 하고 잠을 자도 침석을 불안하게 한다.

고물고물 자라는 무고한 미물들을 함부로 물어 해치며, 개구리ㆍ두꺼비 따위는 하나도 놓아주지 않는다. 특히 머구리와 올챙이는 작든 크든 가리지 않고, 비둘기ㆍ까치의 살진 것이나, 제비ㆍ참새의 파리한 것도 먹어서 토하는 법이 없다. 밤낮으로 수색하여 둥우리를 엎어 알을 찾아 삼키니, 그 혈맥이 다 없어짐에 초조히 부르짖는 어미들의 소리가 처량하고 애처롭다.

그러나 의로운 매도 오지 않고 새매도 한 마리 공격하지 않는다. 이에 교만 방자하게 횡행하여 마음대로 배를 채우는데, 그 혀를 널름거리면서 삽시간에 먹어치우곤 하여 배가 그만 울퉁불퉁해져 결핵(結核)이 된다. 그의 죄악이 이에서 더 클 수 없으니 덕으로 다스릴 일이 아니다.

이에 원정(園丁 정원 관리하는 하인)을 불러 당하(堂下)에 세우고 조약(條約)을 주며 서계(誓戒)를 분명히 하였다. 그 서계사(誓戒辭)에 대략 말하기를,

“이 추악한 미물이 번성하여 나의 정자와 못을 더럽히고 나의 정원을 어지럽힌다. 그 독에 쏘이게 되면 그만 생명을 잃게 되어 웅황(雄黃)도 그 벽사(辟邪)의 효험을 베풀지 못하고, 평제(萍虀)도 그 해독(解毒)의 이름에 부응하지 못한다.

한번 물리기만 하면 후회해야 소용이 없고 상처를 잘라내야 이에 안심하게 된다. 이것이 이른바 마땅히 끊어야 할 것을 끊지 않아 도리어 그 앙화를 받게 되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이 독충을 모두 죽이고 놓아주지 말라.

오초사(烏梢蛇)ㆍ백화사(白花蛇)에게 재물을 탐하는 일이 없게 하고, 사익육족(四翼六足)에게 공포를 받지 않게 하라. 또한 시신사(豺身蛇)ㆍ용각사(龍角蛇)가 신기로운 변화를 자주 부리며, 체호사(彘豪蛇)ㆍ계관사(鷄冠蛇)의 형상이 무섭다 하더라도 적도(赤刀)를 뽐내고 아홀(牙笏)을 아끼지 말아서, 반드시 그 지수(軹首)를 분해하고 풍뇌(豐腦)를 먼저 깨뜨려 영원히 산림(山林)의 독해를 밝힐 것이요, 참고 묵인하는 과오를 범하지 말라.

네가 만약 이와 같이 아니하면 매와 꾸지람이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일그러지는 표정으로 미간을 찡그리면서 간하는 자가 있어 말하기를,

“선생께선 어찌 불인(不仁)을 말하는가. 무릇 하늘과 땅이 나누어지자 온갖 물건이 그 자연의 운명을 받아 충화(冲和)ㆍ여학(厲虐)이 각각 그 본성을 따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난새[鸞]가 있는 반면 올빼미[梟]가 있고, 기린[麟]이 있는 반면 이리[獍]가 있고, 오[奡]와 도척(盜跖)이 있는 반면 안자(顔子)와 맹자(孟子)가 있다. 이 처럼 모든 물건이 똑같지 않은 것은 그 물건의 본성인 것이다. 우주가 널리 감싸 포용하므로 만물이 용납되지 않는 것이 없고, 신의 조화를 궁리해 보면 만물이 쓰이지 않는 것이 없다.

어지러이 널려 있어도 그 중정(中正)을 잃지 않는 것이 곧 천지의 커다란 본심인 것이다. 그러므로 뱀에게는 뱀의 본성이 있는 것인데, 선생께선 어찌 그리 극심히 질시를 하는가. 또한 뱀은 홀만이 대할 수 없는 것이다.

태세(太歲)에는 진사[辰巳 진은 용(龍) 사는 뱀(蛇)]가 있고, 하늘에는 천사(天蛇) 즉 용(龍)이 있다)가 있다. 그리고 비유사[肥?蛇 신사(神蛇)]는 태화산(太華山)에서 영험을 떨치고, 재동(梓潼)은 서파(西巴)에 사당을 세워 그 변화의 권한을 잡아 희롱하지 않는 것이 없고, 그 하늘의 기화(氣和)를 출납하지 않는 적이 없다.

그러므로 구슬을 머금어 은혜에 보답하는 신의를 보였고, 술잔에 들어 원수를 갚는 독기를 보였다. 그리고 청낭(靑囊)이 새로 변하여 날고 백의(白衣)가 말에서 내려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이처럼 무수히 변환하여 귀신도 되고 요물도 되어서 반석같이 도사리고 있으므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선생께서 함부로 그 칼날에 범하려 하니 부질없고 번거로운 일이 아닌가.”하였다. 이에 선생께서 말하기를,

“아아, 어찌하여 그대는 품류(品類)를 모르는가. 사물을 생성(生成)함은 하늘이 하고 물건을 사용함은 사람이 한다.

그러므로 옹이가 많아 쓸모없는 저륵(樗櫟)과 가시가 있어 먹지도 못하는 절명(䓆冥)은 베어 버려 소나무나 대나무를 잘 자라게 하고, 호랑이와 이리 등 살상하는 맹수를 죽여 없애어 사슴이나 노루를 편하게 하고, 가라지를 제거하여 곡식 싹을 실하게 하고, 돌을 쪼아 옥을 드러내고, 간사하고 아첨하는 무리를 쫓아내어 어진 신하를 보호하는 것이니, 이는 곧 천지의 지극한 인(仁)이다.

그러므로 주공(周公)이 관제(官制)를 제정할 때 산사(山師)를 두어 도롱뇽과 뱀 등을 몰아내게 하였으며, 숙오(叔敖)가 요사한 뱀을 죽여 묻음으로 해서 끝내 복을 받았고, 기노(寄奴)가 완악한 뱀을 사살함으로써 사방의 나라가 복종하였다.

그리고 강량신(强良神)이 뱀의 머리를 물고 길이 달렸으며, 뇌공(雷公)이 도끼를 메고 용(龍)을 질축하였다. 이처럼 인신(人神)이 모두 질시하는 바로 이 독충보다 더 심한 것은 없다. 비록 그 기운이 능히 사슴을 먹고, 그 힘이 능히 코끼리를 삼키며, 또 그 몸이 낭풍(閬風)의 동산을 두르고, 그 꼬리가 광대한 곤륜산(崑崙山)을 감싸며 하늘을 날아오르고 신통한 영험을 편다 하더라도 마땅히 쳐부수어서 포육도 만들고 국도 끓여서 진인(秦人 진나라 사람)의 먹이로 제공해야 한다.”하였다.

[주1] 뱀을 격살하는 데 대한 해(解) : 뱀[蛇]을 탐관오리(貪官汚吏)에 비유하여 백성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주2] 솔연사(率然蛇) : 뱀의 일종으로 상산(常山)에 서식한다. 이 뱀은 머리를 치면 꼬리가 이르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이르며 허리를 치면 머리와 꼬리가 함께 이르는 것으로서 병가(兵家)의 진법(陣法)에서 이를 본받는다고 한다.

[주3] 건비사(褰鼻蛇) : 백화사(白花蛇)의 별명으로 촉군(蜀郡) 산중에 많이 서식한다.

[주4] 웅황(雄黃) : 광물(鑛物)의 일종인 석웅황(石雄黃)으로서 뱀이 침범하지 못하므로 꿩이 알을 품을 때에는 새끼의 보호를 위해 이 광물을 먼저 구하여 둥지 근처에 둔다고 한다.

[주5] 평제(萍虀) : 뱀의 독을 제거하는 약초.

[주6] 오초사(烏梢蛇) : 뱀의 일종으로 오사(烏蛇)ㆍ흑화사(黑花蛇)라 하기도 하는데, 약용(藥用)으로 쓰이는 희귀물이며 봉상부(鳳翔府) 농주(隴州)의 특산물이다.

[주7] 백화사(白花蛇) : 독사(毒死)의 이름으로 양자강(揚子江) 연안에 서식한다. 약용으로 쓰이는 희귀물로서 이 뱀에 물리면 즉사한다고 한다.

[주8] 사익육족(四翼六足) : 일종의 뱀 이름으로 날개가 넷이 달리고 발이 여섯이다. 이 뱀이 나타나면 큰 가뭄이 든다고 한다.

[주9] 시신사(豺身蛇) : 뱀의 일종으로 몸뚱이는 시랑과 같고 머리는 사람과 같다. 산양(山陽)땅 돌구멍 속에 많이 서식하는데 이것이 나타나면 큰물이 진다고 한다.

[주10] 용각사(龍角蛇) : 뱀의 일종으로 머리에 뿔이 있다.

[주11] 체호사(彘豪蛇) : 대함산(大咸山)에서 서식하는 뱀 이름. 긴 몸뚱이에 털이 났다.

[주12] 계관사(鷄冠蛇) : 뱀의 일종으로 이 뱀이 보이면 큰물이 진다고 한다.

[주13] 지수(軹首) : 양두사(兩頭蛇)의 별칭인데, 여기에서는 곧 뱀의 머리를 뜻한다.

[주14] 풍뇌(豐腦) : 독사(毒蛇)의 별칭인데, 여기에서는 곧 뱀의 머리를 뜻한다.

[주15] 오(奡) : 중국 하대(夏代)의 강포자로 한착(寒浞)의 아들이다.

[주16] 태세(太歲) : 세성(歲星). 12년에 하늘을 한 바퀴 도는 목성(木星)의 이명(異名)으로 곧 해[歲]를 이르는 말이다.

[주17] 구슬을 머금어 은혜에 보답하는 신의 : 수후(隋侯)가 길가에서 상처를 입은 뱀을 치료해 살려주었는데, 그 후에 뱀이 진주(珍珠)를 물어다가 그 은혜에 보답하였다는 고사.《搜神記》

[주18] 숙오(叔敖) : 춘추(春秋) 시대 초(楚) 나라 사람 손숙오(孫叔敖)가 어렸을 때 밖에 나가 놀다가 양두사(兩頭蛇)를 보고 죽여 땅에 묻어 후인들에게 음덕을 임힙으로써 뒤에 초상(楚相)이 되어 후한 녹을 받는 보답을 받았다. 이 양두사를 보는 사람은 죽는다고 한다.

[주19] 기노(寄奴) : 기노는 남조(南朝)의 송 무제(宋武帝) 유유(劉裕)의 자(字). 유유가 미천했을 때 신주(新州)에서 갈[荻]을 베다가 두어 발이나 되는 큰 뱀을 쏘았다. 그 이튿날 그 자리에 가보니 청의 동자(靑衣童子)가 약(藥)을 찧고 있었다. 그 사유를 물어보니, 주인이 유기노의 화살을 맞아 그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 하였다. 유유가 호령하여 쫓아내고 그 약초를 얻었는데, 후인들은 그 약초를 유기노초(劉寄奴草)라 이름 하였다. 뒤에 유유는 진 공제(晉恭帝)의 선위를 받아 임금이 되고 국호를 송(宋)이라 하였다.《述異記 卷上 任昉》

[주20] 강량신(强良神) : 호랑이 머리에 사람의 몸뚱이를 가진 신(神)으로 능히 뱀을 먹는다고 한다.《山海經 大荒北經》

[주21] 뇌공(雷公) : 뇌전(雷電)을 맡은 신의 이름.

[주22] 낭풍(閬風) : 신선이 산다는 곤륜산(崑崙山)의 머리.

 

◯ 만병통치약 백사주(白蛇酒)

옛날 어떤 부잣집에서 큰 독에다 술을 담가 놓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서까래만한 큰 백사(白蛇)가 죽어 있었다. 혹시나 싶고 두려워 그냥 덮어 두었는데, 마침 문둥병 환자가 부잣집에 와서 술 한 잔 청하기에, 그 집 하인이 문둥병에게는 줘도 괜찮겠지 싶어, 술독 채로 먹고 싶은 만큼 먹으라고 주었다.

문둥병 환자가 술독을 열어보니 가득 찬 술독에 허연 게 떠 있었으나, 상관없이 바가지로 실컷 퍼 먹고 잠이 들었는데, 그의 콧속에서 나비들이 나오고 눈썹과 머리카락이 빠졌다. 그 후에도 며칠 동안 계속 마시고나니 문둥병이 다 나아 깨끗해졌다.

이 술은 마시면 안 낫는 병이 없는 만병통치약이었다. 문둥병 환자였던 이 사람은 나머지 남은 술을 가지고 저잣거리에서 팔아 부자가 되었다는 설화가 전해온다. 이러한 설화 때문인지 옛 어르신들이 백사주가 ‘몸을 보하고 병자의 정력을 세게 하는 보신고정(補腎固精)’, 최고의 약술이었다고 전한다.

3) 백화사[白花蛇] / 김시습(金時習)

嘉爾稟形雖至毒 아무리 독이 있다지만 네 모습 아름답다.

殺身摩頂便成仁 자신의 정수리를 갈아 죽어서 곧 인(仁)을 이루었네.

蜿蜓得意椒陰裏 꿈틀꿈틀 산초 그늘 속에서 자득했다지만

時聽跫音驚俗人 사람의 발자국 소리 들리면 흠칫 놀라구나.

뱀은 땅을 기어 다니며 정수리까지 갈아 없앨 듯하기에, 그 모습이 아마 살신성인하는 구도자의 인(仁)을 실천 하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에도 흠칫 놀라서, 마음과 몸이 따라 움직이는 미물일 뿐이다. 저자의 현재 상황을 비유해서 읊은 7언절구이다.

4) 격사홀명[擊蛇笏銘]. 뱀을 공격한 홀(笏)에 대한 명문(銘文) / 중국 석개(石介)

석개는 중국 북송 때의 학자로 자는 수도. 연주 봉부사람이다. 진사과에 급제한 후 지방관으로 있다가 부모가 죽자 추라이 산 밑에서 농사를 지으며 역(易)을 가르쳤다. 후에 국자감 직강이 되자 따르는 학자들이 많아 이때부터 국자감이 점차 융성하게 되었다.

‘괴설중국론’을 지어 불가와 노가의 설(設)을 공격했고, 당감(唐鑑)을 지어 간신 환관 궁녀들의 폐단을 비판했다.(1005~1045). 여기서 홀이란 조정조회에 입조하는 대신들이 손에 드는 조각의 하나로 대나무로 만들어 그날의 회의 순서를 기록하기도 하고, 지시하상을 비망록처럼 기록하는 대나무조각이다. 벼슬아치들은 보통 이 홀을 항상 소매 속에 넣어 지니고 다녔다.

여기서 격사홀이란 말은 “뱀을 공격한 홀”이란 뜻이다. 석개는 역학의 대가로 유교 이외의 학문을 배척했다. 마음을 다스리고 행동함에 있어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고 반드시 바른길로 가도록 하라는 것이다.

“하늘과 땅이 비록 넓고 크지만 그 안에 간사하고 흉포한 것들이 널려 있는 것은 마치 천지가 그들을 놓아길러서 그대로 놓아두는 것 같고 만물 중에 사람이 가장 영특하다지만, 요망하고 음란하며 이단을 믿는 것을 보면 사람이 그것들을 덮어주어서 세상에 드러내지 않는 것 같다.”고 전제하고, 영주 땅에 천경관이란 곳에 요망한 뱀이 살았는데 그 고을 자사로부터 모든 백성들이 뱀을 용이라 하고 하루에 두 번씩 찾아가 절하고 공경하라하였다.

그 때 공도보(孔道輔)라는 사람이 자사를 따라가 뱀을 보고 말하기를 “밝은 곳에는 예가 있고, 어두운 곳에서는 귀신이 있다 했으니, 이 뱀은 용이 아니라 백성을 속이고 풍속을 어지럽히는 요물이다.”하고 소매 속에서 홀(笏)을 꺼내어 뱀에게 내리쳐서 뱀을 죽였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과거 중국에서 당시에 각종폐단을 일으켰을 때, 현자가 나와서 해결했던 예를 들어 그 결과를 하나하나 설명하고, 끝으로 홀에 대한 명(銘)을 지었다. 명이란 돌 같은 곳에 새기는 운문이니 ‘공도보가 홀로 뱀을 쳐 죽인 덕을 기려 많은 사람들의 교훈’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

 

5) 봄 우레가 울매 용과 뱀이 땅속에서 가만히 엎드려 있지 않음을 읊은 부[春雷作龍蛇不安於蟄戶賦] / 이견(李堅)

비늘껍질 가진 동물 중에 용과 뱀이 가장 걸물인데 동면에서 왜 가만히 엎드려 있지 않으려 하는고? 봄 천둥이 은은히 울려오기 때문이다. 봄기운이 따스해지자 새로운 소리가 나고 숨었던 파충류들이 문득 일어나 옛 구멍을 떠나 나온다. 원래 더위가 가고 추위가 오며 음이 사라지자 양이 생겨 하늘의 철이 갈아들고 물러가니 물건의 이치도 통함과 막힘이 있네.

음산한 겨울에야 용과 뱀인들 어찌 신령을 발휘하리. 봄 곧 돌아와서 천둥과 번개를 만나서야 힘을 뽐내나니 그러므로 동풍이 산들산들 화기가 후끈후끈 찬 기운이 북지에서 사라지고 따뜻한 음률이 봄을 불어 내면 우르릉 만물을 고무하는 소리가 하늘과 땅을 울리고 하나씩하나씩 꿈틀, 후다닥 일어나 안개와 구름 속으로 올라간다. 왜 그런가?

어둠 속에 있는 물건은 굽힌 지 오래면 펴게 마련 동면의 곤충을 놀래는 소리는 먼 데도 들리지 않음이 없으므로 저 꿈틀거리는 물건들이 우루룽 땅땅 소리로 일어나네. 백 리를 뻗쳐 멀리 놀람이 철을 만나 고동하면 두 동물이 아무리 무지해도 후다닥 일어나 뛰놂이다.

돌이켜 생각건대, 용의 덕은 신비함이 그지없고 뱀의 신령함은 변화를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구멍살이의 칩거를 풀고자 하면 반드시 천둥소리가 일 때를 기다려야 한다.

만 리 구름 하늘에 뛰올라 달릴 길이 있음을 알겠고 한 번의 소리가 문득 변화의 시기를 이룸이니 이 어찌 뱀의 나옴이 수후의 연못에서와 같고 천둥의 울림이 저 주 나라 산 옆에서임이 아니랴. 이로써 보면 놀래 주는 천둥은 기실 풀어 줌이니 신물이 움직여 제멋대로 함이 마땅하도다.

몇 해 만에 검으로 화하여 뇌환의 앎을 만나고저 다른 날 구슬을 입에 물고 수후의 덕을 갚았다. 멋지도다. 밖으로 하늘을 넘나들 기세를 뽐내고 안으로 만물을 적실 생각을 품었도다. 잠긴 놈, 엎드린 놈을 일으킴은 워낙 고무하고 격동해 주기 때문이라, 제갈의 초려는 이미 세 번 돌아본 총애를 입었거니 개자추 산 밑에 누가 하나를 버리는 슬픔을 일으키리까?

[ 蚹甲之屬 龍蛇最奇 於蟄戶何不安也 蓋春雷作以殷其淑景方融 俄報新聲之發 潛鱗欻起 各離舊穴之畢 原夫暑往寒來 陰消陽息 以天時或代或謝 故物理有通有塞 適當冬慘 雖龍蛇豈得效靈 必待春廻 遇雷霆然後奮力 玆故仁風蕩漾 和氣氤氲 寒威斂於北陸 暖律吹於東君 虺虺揚鼓物之音 訇天振地 一一奮蹯泥之迹 游霧升雲 何則 在幽之物 久屈乃伸 驚蟄之聲 無遠不聞 故彼蜿蜒之狀 起自殷訇之韻 振百里驚遠也 鼓動於時 雖二虫無知乎 騰躍而奮 議夫龍之爲德也 其神莫測 蛇之爲靈也 其變難知 然欲解穴居之蟄 必且須雷奮之時 萬里雲霄 知有騰驤之路 一聲雷雨 忽成變化之期 豈非出猶隋澤之中 殷彼周山之側 此驚雷所以作解 宜神物動而自得 幾年化劒 願逢雷煥之知 他日含珠 應報隋侯之德 旨哉外奮凌霄之勢 內懷澤物之思 顧爾興潛者伏者 蓋本由鼓之動之 葛亮廬中 已被顧三之寵 子推山下 誰興棄一之悲 ]

[주1] 따뜻한 음률이 봄을 불어 내면(暖律吹於東君) : 연(燕) 나라에 한곡(寒谷)이 있으니 추워서 곡식이 되지 않았는데, 추연(鄒衍)이 난율(暖律)을 불어 넣으니 따뜻한 기운이 돌아왔다.

[주2] 수후의 연못(隋澤之中) : 《회남자(淮南子)》의 남명(覽冥) ‘수후(隨後)의 구슬[珠]’ 주(註)에, 수(隋)는 한수(漢水) 동쪽의 나라인데, 수후가 큰 뱀이 상해 끊어진 것을 보고 약을 발라 주었더니, 뒤에 뱀이 강 중에서 큰 구슬을 물고 나와 은덕을 갚았다. 그래서 수후의 구슬이라 했다.

[주3] 천둥의 울림 주나라 산 옆(殷彼周山之側) : “우르릉 저 천둥소리가 남산 옆에서 나네.[殷其雷 在南山之側]”하는 시가 있다.《詩傳》 이 시는 출정한 남편이 고생함을 민망히 여겨 어서 돌아오기를 바라는 여인의 노래이나, 구설(舊說)은 뭇 선비들이 주문왕(周文王)의 어진 정사를 천둥에 비겨 주(周) 나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시로 해석한다.

[주4] 뇌환(雷煥) : 진(晉)의 예장 사람. 천문(天文)을 보고 풍성(豐城)에서 용천(龍泉)과 태아(太阿)라는 두 보검(寶劍)을 찾아냈다 함.

[주5] 제갈(諸葛) 세 번 돌아봄(三顧) : 세 번 돌아봄[三顧]은, 삼국 때 유비(劉備)가 제갈량(諸葛亮)을 남양(南陽) 초려(草廬)로 세 번 찾아간 일이다. 제갈량은 와룡(臥龍)이라 하기 때문에 여기에 인용한 것이다.

[주6] 개자추(介子推) : 춘추 때 진(晉) 나라 개자추(介子推)가 문공(文公)을 좇아 19년 동안 망명했더니, 문공이 돌아와 임금이 되자, 그만을 빠뜨리고 벼슬을 주지 않았다. 개자추가 어머니와 함께 면산(綿山)에 숨었다. 당시에 사람들이 노래를 짓되, “여러 뱀이 용을 따랐더니 한 뱀은 버림을 받았다.” 하였다.

6) 영주사부[永州蛇賦] / 이목(李穆, 1471~1498)

어슬렁어슬렁 기이한 생물이 나의 꿈속에서 배로 기어 다니고 꼬리로 멈추더니 뵙기를 청하였다. 옛날 나는 좋지 못한 때에 태어나 임금의 자리 가운데 꽃잎에 속했었다. 정사(政事)를 맹호처럼 사납게 행하니 풍속이 어찌 야생 사슴으로 돌아오더냐.

쪽문으로 쓸쓸히 물러나며 붙잡힐까 두려워 당시에는 긴 뱀을 원망하였다. 혹시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면 관아로부터 사람들에게 고혈을 짜내리라. 가을이 오기 전에 세금을 독촉하고 기계를 잘 다루어 반쯤 직물을 짰는데도 닭의 알을 깨뜨리니 쉼 없이 크게 짖으리라.

백성은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여 열 집 가운데 아홉 집이 떠나갔다. 높은 하늘을 향해 구부리다가 땅을 살금살금 부드럽게 기어가며, 온화하게 떨다가 굶주림에 왕성하게 울부짖는다. 이는 곧 백리의 뱀을 말하는 것이다.

이리의 머리에 쥐의 눈, 푸른색에 드리운 자줏빛을 끌고 흉악한 호랑이를 보는 듯하니 높은 고개에서 제사를 올렸다. 독한 불꽃을 뿜어내면 시들어 죽으며 사나운 불길이 세차서 뼈가 타버린다. 드디어 세상을 구제할 존경받을 사람이 바다 지경에서 독충과 뱀과 함께하다가 장대한 뜻으로 살무사를 베었으나 마침내 길을 잃고 여러 번 떨어졌으니 이는 즉 조정의 뱀을 말하는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은 위로는 손(手)이 없고 아래로는 발(足)이 없어 날개를 접고 뿔이 잘렸다. 겨울에는 구덩이에 지내다가 여름에 나타나, 길게 사람들이 다투듯 모이니 나는 이러한 일에 사로잡히게 되어 세상의 재앙을 피해 숨었다.

내가 해악을 범하여 비록 아홉 번의 죽음을 마땅히 달게 여긴다 하더라도 대궐문에서 채찍을 맞고 멀리 쫓겨남은 그 당시의 정치가 그러하도록 하였었다. 그 마음에 즐거웠던 바가 아니었던가? 돌아보니 작은 일이라 족히 헤아릴 것이 없으니 슬프도다!

수많은 백성들이 의지할 곳을 잃어 내가 말 하려고 해도 서럽다. 어슴푸레하게 문득 깨닫고는 이에 낙심하여 허탈하게 말한다. 아~ 슬프도다. 이 어찌 장씨에게 원망하지 않고 유씨에게 한탄하리오. 옛날 선왕(先王)은 백성의 산업을 잘 제정하여 세금을 적게 거두고 형벌을 덜어 살피니 어떤 것 하나도 가진 것이 없었고 따로 얻지 못하였다.

비옥가봉(比屋可封)의 풍속이 되었고 이에 스스로 박씨 상제 노릇을 하며 깨끗한 상옷을 입었다. 세상의 이치는 태양이 기울고 달이 엷어지듯이 천지가 하나의 그물에 갇혀 있어, 아무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돌이켜 도마뱀에서 태어나 자라나듯이 나는 심히 가혹한 정치를 헤아리지 못했으니 이에 이러한 혹독함에 이르렀다.

어찌 사람들 중에 뱀에 사로잡힌 이가 있는 줄 알리오. 병든 세상의 좋은 약이 되어 우주를 씻어내고 태평성대를 열은 연후에, 너와 같이 돌아와 우리의 정원에서 노닐자꾸나. 우리의 언덕 구멍으로 돌아와서 그 형상을 벗고 용으로 변하자꾸나.

아름다운 수후지주(隋侯之珠)를 바치니 이제야 다 되었구나! 요순성대 멀어졌고 희ㆍ황 시대가 아득하도다. 재잘재잘 지껄이는 백성들, 어디로 가려하는가? 사람도 모르고 뱀도 모르면 어찌 그것이 독(毒)이라 하리오.

[ 蜿然異物 我夢得之 腹行尾立 請對以辭 昔余生之不辰 屬唐家之中葉 政已暴於猛虎 俗何回乎野鹿 縮脩竇而畏捕 怨當時之長蛇 或虎而翼 血人于牙 先秋催稅 機絶半織 鷄卵折晢 大吠無歇 民不堪毒 十室九離 跼高天而蹐厚地 暖呼寒而豐啼飢 此則百里之蛇也 狼頭鼠目 拖紫紆靑 羊狠虎視 據社負城 吹毒燎而枯死 扇虐焰而燻骨 遂使濟世山斗 侶蟲蛇於海域 斬虺壯志 竟蹭蹬於百越 此則朝廷之蛇也 若余者 上無手下無足 折翼去角 冬穴夏出 永人爭募 捕余是役 避世之虐 犯我之毒 雖九死其猶甘 遠公門之鞭扑 然時政之使然 豈其心之所樂 顧微物不足數兮 哀萬姓之失所 余悲欲語 怳然驚悟 乃憮然曰 嗟哉 是豈非蔣之怨而柳之所嘆者耶 昔先王制民之產兮 薄稅斂而省刑罰 無一物不獲其所兮 有比屋可封之俗 曰自朴喪而淳衰 世道日澆而月薄 天地一網而無所逃兮 反寄生於蛇蜴 吾不圖苛政之甚 乃至於此極也 安得捕人中之蛇 以爲醫世之良藥 滌宇宙而開壽域 然後使爾來遊我園 來穴我丘 脫其形 變化爲龍 獻明珠於隋侯 已矣乎 唐虞世遠 羲黃邈焉 喋喋黔首 將安適焉 人耶蛇耶 何其毒耶 ]

[주1] 당가(唐家) : 대궐 안의 임금이 앉는 자리 위나, 법당의 부처를 모신 자리 위에 다는 집의 모형.

[주2] 타자우청(拖紫紆靑) : 우청타자(紆靑拖紫). 푸른 옷을 두르고 자색옷을 끌음. 고관이라는 뜻으로서 한대이후(漢代以後)에 구경(九卿)은 청색(靑色)인 끈을 쓰고 공후(公侯)는 자색(紫色)인 끈을 썼음으로 이름.

[주3] 비옥가봉(比屋可封) : 집마다 가히 표창(表彰)할만한 인물이 많다는 뜻으로, 백성이 모두 성인(聖人)의 덕에 교화(敎化)되어 어진 사람이 많음을 이르는 말.

[주4] 수후지주(隋侯之珠) : 옛날 수(隋)나라 임금이 뱀을 도와 준 공으로 얻었다는 보배로운 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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