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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회 탐방] 생활 씨름 전성시대...거제에 부는 씨름 붐!
[동호회 탐방] 생활 씨름 전성시대...거제에 부는 씨름 붐!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22.07.2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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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차차 ‘더위는 날리고, 씨름은 즐기고’

7월20일 오후6시30분, 계룡산자락에 위치한 거제시씨름장에 씨름동호인들이 찜통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1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거제씨름동호회의 면모는 화려하다. 어릴 때 씨름을 하다 그만두고 직장에 다니는 사람도 있고, 유도, 레슬링, 역도선수 출신도 있다. 천부적이든 힘을 잘 활용할 줄 아는 회원이 수두룩하다. 도내씨름대회와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회원도 여럿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사등면민 동호인을 합치면 50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씨름얘기만 나오면 사족을 못 쓰는 그야말로 씨름 광들이다.

씨름여제(女帝) ‘이다현 신드름’이 불어서인지 여성회원도 많이 늘었다. 언뜻 보기에도 30대는 적어보이고 40대가 더 많이 보이는 10명이 조금 넘는다. 어린자녀의 조막만한 손을 꼭 잡고 다른 한손에는 샅바를 잡고 같이 씨름장으로 가는 정겨운 모습이 눈길을 끈다. 비록 빼어난 개인기도 없고 힘도 부족하지만 더위도 아랑곳 하지 않고 모두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거제에서 유일한‘아씨 단’회원들이다.

회원은 전업주부도 있고 사업을 하는 사람. 직장에 다니는 사람 등 하는 일들이 다 다르고 나이도30~40대로 편차가 크지만 건강을 우선시하며 생활씨름저변확대를 위해 한마음으로 운동하고 있다.

“다른 지역사람들은 씨름을 즐기는 여성동호인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을 보고 부러워합니다.”아씨 단‘초대회장을 맡고 있는 정은림(48·거제도생선구이)씨는 거제여성씨름열기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아씨 단’여성동호회 창단 식은 25일(월요일)오후6시30분 유노대가횟집에서 열린다.

정 회장은“계룡초등학교 운동부 양사문감독의 권유로 학부형 몇몇이 저녁운동을 하면서 씨름을 시작했지만 해보니 재미가 있었어요. 당시몸무게가 많이 나갔는데 열심히 운동한 성과는 살을 빼는 결실로 제게 다가왔어요.”

“그동안 배드민턴이나 헬스, 등산 등 여러 운동을 해 봤지만 많은 시간을 운동해야 원하는 땀방울을 얻을 수 있었는데 씨름은 운동량이 많아 조금만 뛰고도 충분히 땀을 흘릴 수 있어 좋다”며“그래서인지 하루 종일 주방에 서 있어도 남들보다 피곤함을 덜 느끼고 건강에는 자신을 갖게 됐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정씨의 씨름사랑 덕에 덩달아 가족들도 씨름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정씨의 아들과 남편까지 매주수요일에 참석해 다른 동호인들과 힘겨루기를 한다.

오후7시. 어느새 거제씨름클럽동호인들이 씨름을 할 채비를 갖추고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스트레칭은 경남대학교씨름선수출신이자 거제씨름동호회코치인 석민주(32·거제시씨름협회실무차장)씨가 맡았다.

마산중학교씨름선수(김광무·김태산·권기한)들과 함께 달리기, 몸 풀기, 국민체조에 이어 팔굽혀펴기 20회가 끝났는데 미소는 머금고 있었지만 호흡이 상당히 가빴다. 모래판에서 하는 스트레칭이라 평지보다 훨씬 운동량이 많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씨름동호회인 만큼 스트레칭에는 약간의 장난기가 묻어났다. 석 코치가“옆으로” “빠르게” 말하면 우람한 체격의 많은 회원이‘우왁’하고 넘어지려했고 서로 등을 향해 손을 뻗으며 웃기도 했다.

“한 판하시죠.”드디어 회원들이 서로샅바를 잡으며 자신의 실력을 뽐낸다. 모래판중앙에 두 명의 회원이 들어서자 곧장 훈수가 이어졌다. “밭다리 걸어!” “들어야지!” “중심잡고 버텨!”경기 중인 선수들의 온몸에 금세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회원들끼리 샅바를 움켜잡는 사이 씨름장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회원은 협회회계를 담당하는 김창식(38)씨. 별안간 초보로 알려진 김 씨에게 샅바가 채워졌다. 푸른색헝겊의 띠는 허리를 돌아 넓적다리를 감은 후 단단히 매듭을 지었다. 상대는 선수출신이면서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지내는 유상길 협회전무이사. 오른손을 김 씨의 허리춤에 집어넣어 헝겊을 붙잡고 왼손은 넓적다리에 둘러진 샅바를 휘어감 듯 잡았다.

“씨름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몸을 맞대어 하는 운동이자 상대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스포츠”라고 말하며 모래바닥에 엎어진 김 씨를 일으켜주었다.

신기한 것은 상대를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오히려 친밀감을 느끼는 감정이 도드라져 보인다는 점이다. TV에서 경기중계를 보면 프로씨름선수들은 경기를 마치고 각자반대방향의 벤치로 돌아가 ‘이기기 작전’에 몰입하지만, 이곳동호회에서는 서로얼굴을 마주하고 방금 전 경기에 약점과 강점을 이야기했다.

“이보다 적극적인 소통이 있을까요? 여러 말 필요 없이 씨름을 하고나면 모두친구가 되지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힘쓰는 운동이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유 전무는 “씨름은 단순히 힘으로 승부하는 운동이 아닌 기술과 예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며“승자와 패자가 서로격려하며 성장하는 운동이 씨름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거제씨름동호회회원들은 매주수요일 오후6시, 거제시씨름장에서 씨름대결을 펼친다. 전직씨름선수들이 대부분이지만 샅바한번 매 보지 않은 초보자들도 있다. 과거의 명성에 비해 인기가 떨어진 종목이지만 샅바를 움켜 쥔 이들의 눈빛에선 승리를 위한 불타는 의지를 엿 볼 수 있었다.

씨름은 힘과 기술의 조화로 승부를 겨루는 우리민족고유의 스포츠다. 제 아무리 체격이 좋고 힘이 세다 하더라도 기술을 부리지 못한다면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처럼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힘을 겨루는 종목이다 보니 일반인이 보기에 거칠고 부상의 위험도 많아 보인다. 씨름에 대한 흥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도전을 못하는 이유도 바로여기에 있다.

거제씨름동우회훈련과 경기를 총괄하고 있는 유상길 전무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아마추어 규정에 맞춰 훈련을 지도하고 있기 때문에 회원들 모두부상 없이 운동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거제씨름은 현재계룡초등학교씨름 부 학생11명과 거제시청씨름단선수5명이 있고, 일반남자씨름동호인은50명이상이며 ‘아씨 단’회원13명도 씨름을 즐기고 있다. 이들은 거제시씨름장에서 상시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대회가 있기 한두 달 전부터는 거제시청 최석이 감독과 계룡 초 양사문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특별훈련도 진행한다.

거제시씨름협회에 가입하기 위해선 우선 상담이 필요하다.010-3887-6658으로 연락하면 김창식 거제시씨름협회총무이사와 상담이 가능하다.

거제시씨름협회는 문지훈회장을 비롯해 자문·고문단, 임원, 이사 등 4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장취임 후‘거제시장배전국씨름대회’, ‘2022평화의도시거제장사씨름대회’를 유치하는 등 거제씨름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지훈 회장은“지난3월에 치러진 ‘거제장사씨름대회’이후 씨름에 대한 거제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씨름동호인들의 수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유소년씨름교실과 생활씨름전국대회, 여름철해수욕장씨름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성 행사를 통해 씨름을 새롭게 알릴 필요가 있다.”면서“수요일과 토요일저녁에 거제시씨름장을 개방해 씨름을 배우고 싶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습회를 여는 등 거제시체육회와 더불어 거제씨름활성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거제씨름의 숙원사업인 씨름전용훈련장이 건립된다면 동계훈련선수를 500명 이상 유치해 낼 자신이 있다.”며“100명이상의 관객석과 씨름장, 헬스장, 샤워장이 구비 된 씨름전용훈련장은 거제씨름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전용씨름훈련장건립과 중·고등학교 씨름 부 창단 등 모든 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는 여건 속에서도 거제씨름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거제시씨름협회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글·: 손영민/새거제신문 논설위원

사진: 김창식/거제시씨름협회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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