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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8경, 거제시∙문동∙기성∙일운
거제도8경, 거제시∙문동∙기성∙일운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9.2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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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제도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문화

거제도(巨濟島)는 크고 아름답다.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으로 해안선만 900리에 달하며 70여개 섬을 알처럼 품고 있다.

조선 초기 이행(李荇)은 거제도를 “나무들은 빽빽이 우거지고 맑은 물은 콸콸 쏟아진다. 항상 구름이 머물러 있고 천년의 아름다움 간직했구나.”라고 찬양했다. 또한 조선중기 홍성민(洪聖民) 선생은 “경치가 뛰어나고, 신선의 세계에 가까운 바닷가, 산이 비단처럼 곱고, 옷소매가 바람에 나부끼는 즐거움에, 세속의 번뇌가 사라지는 곳.”이라고 소회를 읊었다.

거제도는 전형적인 반농반어촌의 특징을 보여준다. 주민들은 예로부터 농사는 물론이거니와 고기잡이, 각종 해산물 등을 채취하며 살아왔다.

사면이 바다인 환해천험(環海天險)의 거제섬은 왜구가 눈앞에 놓여 있었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한 요해처(要害處), 즉 적을 막기에 긴요한 용반호거(龍蟠虎踞)의 땅이었다.

계속된 이민족의 침탈(異民族侵奪)과 지배층의 피압(被壓迫階級)은 이 땅 거제도민에게, 세상 사람들을 경계하도록 만든 계세관(戒世觀), 잦은 자연재해로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자강불식(自强不息),

이에 이웃끼리 서로 돕고 서로 구원(救援)하는 호조호원(互助互援) 정신이 유달리 강했다. 산진수회처(山盡水廻處)라는 말이 있다. '산이 다하고 물이 돌아나가는 곳'이라는 뜻인데, 거제도는 한반도의 동남쪽 대한해협의 끝자락에서 궁벽하고 고독한 곳에 머물지 않고 대양을 향해 나래를 펴는 산명수수(山明水秀)의 고장이다.

또한 옛 거제도는 넓은 바다를 품에 안고서, 집에 대문이 없어 폐쇄적이지 않고 마음이 넓고 자유로워 상상력이 풍부한 유전인자를 가질 수가 있었다.

거제도민의 정신은 "자강(自强) 수분(守分) 강인(强忍) 호조(互助) 절검(節儉) 근면(勤勉) 조강(粗剛) 실리(實利) 대망(待望) 동락(同樂) 개척(開拓)"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바다에 갇힌 섬은 고독하다. 거제도사람들은 더 이상 도피할 곳이 없다는 절박함을 갖고 살았다. 그 섬에서 태어나 바닷바람을 맞으며 성장한 섬사람에게는 독특한 정서가 있었다.

거제 섬 출신들은 어려서부터 거친 바닷바람과 태풍을 맞으며 수평선 저 너머의 세상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가졌다. 거친 바다와 빈궁한 삶은 미래의 행복, 곧 영생(永生)으로 이끌어 주리라고 바라는 이상향(理想鄕) 즉, 바다 밖의 상세향(常世鄕)이 있다고 믿었다.

때로는 해신(海神)이 바다를 건너 와서 이 땅을 구원해 주리라 소망한다. 아주 옛적 선조들이 험한 바다를 헤치고 왔듯이 고해(苦海)의 현실인 세상(此岸)에 넉넉한 즐거움이 충만한 정토(淨土,彼岸)의 세상이 되길 기원했다.

거제도는 고대 해상교통의 요충지로써 교역에 의존해 살아왔다. 우리나라 남부해안 지역과 제주도 대마도 이끼섬 큐우슈우 등지로 왕래하여 재정이 풍부하였고 여러 문화가 용광로처럼 융해되어 다양성과 역동성이 넘쳐난 곳이기도 했다.

고려시대 1128년 중앙정부가 해상족 거제민 820명을 육지로 강제 이주한 사건과 1271년 삼별초의 침입으로 약 1000 여명을 육지로 소개 시킨 이후부터 섬의 풍속이 점점 다양성을 잃게 되었다.

이후 잦은 왜구의 침입으로 편안한 날이 없었다. 조선시대 중후기에는 임진왜란과 더불어 유교의 영향으로 또 다시 거제 특유의 풍속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고대에는 육지와 같이 남녀의 구분이 엄중하지 않았으며 남녀의 의복 또한 간편․ 화려하고 세속적이었다.

조선시대로 들어서면서 남녀 가사노동의 구분이 명확해졌다. 이러한 역사의 토양아래 거제 섬의 여자들은 생활력이 강하고 억세며 노동에 능숙해졌다. 무속이 행해지는 일도 육지보다 몹시 현저하고 무당의 수도 매우 많았으며, 주술과 각종 신(神)들이 난무하는 다신사상(多神思像)의 고장이었다.

 

2) 거제도 8경(巨濟島八景)과 각종 시편(詩篇).

팔경의 '8'을 생각해 본다. 왜 꼭 여덟 가지를 정했을까? 세상 어디를 봐도 비슷한 곳은 없는데 가는 곳마다 꼭 팔경이다. 중국신화에 보면 이 세상이 여덟 개의 기둥, 곧 팔주(八柱)로 받쳐져 있다 하고, 1년도 팔절(八節)로 돼있으며, 바람도 팔풍, 곡식도 팔곡이요, 정치도 요나라 때에는 팔주(八州)로 나누어 팔정(八政), 팔법(八法), 팔형(八刑)으로 다스렸다.

인륜도 팔덕(八德)이요, 사람의 운명도 팔자(八字)라 했다. 뿐만 아니라 경치도 팔경(八景)이 으뜸이요, 미인도 팔방미인(八方美人)이 제일이라고 할 정도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는 음양오행이나 주역팔괘(八卦)의 연관성도 부인할 수는 없을 듯하다.

우리나라는 고려중후기부터 자연 경관이나 운치가 뛰어나게 아름다운 여덟 군데를 골라 [○○八景]이라 이름하고, 그 풍광(風光)을 즐겨왔다. 넓게는 전국을 아우르는 대한팔경[大韓八景]을 비롯하여 관동팔경[關東八景]∙단양팔경[丹陽八景] 등 곳곳에 많은 8경(八景)이 있다. 이는 중국의 소상팔경[瀟湘八景]에서 유래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소상팔경이란? 중국 후난성 동정호(洞庭湖) 일대의 빼어난 경관 여덟 장면을 말하며, 이후 널리 성행해 이상적인 경치를 표현한 산수화의 상징이 됐다.

소제목 소상팔경(瀟湘八景) 8가지는, 연사모종(煙寺暮鍾)∙원포귀범(遠浦歸帆)∙동정추월(洞庭秋月)∙강천모설(江天暮雪)∙어촌낙조(漁村落照)∙소상야우(瀟湘夜雨)∙산시청람(山市晴嵐)∙평사낙안(平沙落雁)이고, 일본(日本)의 산수8경(山水八景)은, 매오잔춘[梅塢殘春]∙운림장하[雲林長夏]∙해안천장[海岸千檣]∙도구장풍[渡口長風]∙노저군홍[蘆渚羣鴻]∙연강만죽[煙江萬竹]∙호정추일[湖亭秋月]∙강촌제설[江村霽雪]이다.

한·중·일 3국은 유교와 도교라는 공통된 정신적 유산을 공유하고 있다. 이런 정신적 지향성은 선비와 도인 정신으로 귀결됐다. 산 좋고 물 좋은 산수풍경에까지도 유교와 도교의 가치를 투영했다.

근대에 들어와서 이 8경(八景)이 12경(十二景)으로 확대된 곳도 있으며, 시대의 변천에 따라 최근에는 새로운 8경을 선정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거제시에도 강산의 멋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팔경이 있다. 조선시대부터 전해오는 거제면 지역의 ‘기성팔경[岐城八景]‘이 대표적인 8경(八景)인데, 현대에 들어와서 새로 지정된, 거제시8경[巨濟市八景]∙문동8경[門東八景]∙일운8경[一運八景] 등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 최소한의 글자로 표현하고자, 한시(漢詩) 작법 상의 규칙이나 운률(韻律)은 지명의 글자 수나 한자어가 고정되어 있어 무시했음을 밝혀둡니다.^^

(1) 거제시 8경[巨濟市八景]

內島外島神祕境(내도외도신비경) 신비한 경치가 있는 곳 ‘내도’ ‘외도’

絶景名勝海金剛(절경명승해금강) 아름답고 훌륭한 명승지 ‘해금강’

汝次虹浦玉海岸(여차홍포옥해안) 옥처럼 맑고 깊은 바다 해안 ‘여차 홍포’

形勝眺覽鷄龍山(형승조람계룡산) 뛰어난 풍경을 조망하는 ‘계룡산’

玉礫鶴洞黑眞珠(옥력학동흑진주) 아름다운 몽돌 흑진주 ‘학동’

冬柏花林只心島(동백화림지심도) 동백꽃 숲을 이룬 동백섬 ‘지심도’

神仙臺風岸明麗(신선대풍안명려) 새뜻하고 아름다운 ‘신선대와 바람의 언덕‘

花園海邊佳公串(화원해변가공곶) 아름다운 해변의 꽃밭 정원 ‘공곶이’

 

 

(2) 문동 8경[門東八景] 거제시 상문동 문동. 여문평(余文平)

東嶺月出瀑布(氵+布)水(동령월출폭포수) 달이 뜨는 동쪽 재의 ‘폭포수(瀑布水)’

西山落照萬里城 (서산낙조만리성) 서산에 해가 지는 곳, ‘만리성(萬里城)’

錦繡山川配合峙 (금수산천배합치)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다운 산천, ‘배합치(配合峙)’

春來花鳥甑峰山 (춘래화조증봉산)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새가 우는 ‘증봉산(甑峰山)’

朝夕鐘聲龍珠寺 (조석종성용주사) 아침저녁마다 종소리 울리는 ‘용주사(龍珠寺)’

禾田灌漑貯水池 (화전관개저수지) 벼논에 필요한 물을 대는 ‘저수지(貯水池)’

古鵝源泉水道窟 (고아원천수도굴) 옛 군진(軍陣)의 물의 근원, ‘수도굴(水道窟)’

男女風流觀光臺 (남녀풍류관광대) 남녀가 풍치가 있고 멋스럽게 노는 ‘관광대(觀光臺)’

경오년 1990년 가을, 석봉 여문평(庚午秋 石峰 余文平)

(3) 기성팔경[岐城八景] 거제면 8경. ‘기성8경’은 거제시 거제면 자료에서 발췌한 것임.

黃沙落雁(황사낙안) 죽림 모래사장에 기러기 앉아 노는 광경

竹林棲鳳(죽림서봉) 죽림의 대숲에 온갖 새가 놀고 있는 광경

水晶暮鐘(수정모종) 수정봉아래 있는 세진암의 종소리

烏岩落照(오암낙조) 오수 뒷산 까마귀바위로 넘어가는 낙조

內浦漁火(내포어화) 거제만에 고기 잡는 어선들의 불빛

燕津歸帆(연진귀범) 고기잡는 배가 나룻가에 돌아가는 장관

五松起雲(오송기운) 오송마을 뒤에 구름이 일고 있는 광경

角山夜雨(각산야우) 각산 부두에 밤 비 내리는 광경

 

① 黃砂落雁(황사낙안) : 남동리에서 오수로 이어지는 해안을 황삿날이라 불렀다. 늦가을에 황삿날 모래해변에 내려앉는 기러기 떼를 아름다운 경관으로 묘사했다.

② 竹林捿鳳(죽림서봉) : 죽림포 마을을 감싸는 한 폭의 수채화처럼 떠있는 야산. 대나무로 뒤덮힌 이곳에 마치 봉황이 깃들어 있는 모습을 나타낸 경관이다.

③ 水晶暮鍾(수정모종) : 수정봉아래 수정사에서 고요하게 울려 퍼지는 저녁 종소리를 일컫는다. 지금은 세진암이 있지만 그 옛날에는 수정사라는 절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④ 烏岩落照(오암낙조) : 긴긴 여름 해가 소량 뒷산 옷바위 너머로 넘어가고 난 다음, 서쪽하늘을 물들인 낙조는 또 한 폭의 그림이다.

⑤ 燕津歸帆(연진귀범) : 고기잡이 나갔던 어부들이 만선의 깃발을 펄럭이며 연치를 돌아오는 모습을 장관으로 표현 것이다.  

⑥ 內浦漁火(내포어화) : 거제만 포구안에서 밤에 배마다 횃불을 밝혀놓고 고기잡이 하는 광경이다.

⑦ 五松起雲(오송기운) : 비온 다음 날 남부면 오송마을 위에서부터 피어 올라 하늘을 수놓은 뭉게구름 떼를 상상해보자.

⑧ 角山夜雨(각산야우) : 각산은 아주 작고 볼품은 없지만 거제면민이면 가슴에 아련히 그려지는 각산부두 입구에 있는 산이다. 지금은 대형부두가 건설돼 있지만 아무런 구조물이 없던 시절 굵은 빗줄기가 밤바다를 내리치고 사이사이 번갯불이 번쩍일 때, 드러나는 각산 앞바다의 밤비 내리는 아름다운 광경이다.

(4) 일운팔경[一運八景] 거제시 일운면.

外島觀光神祕境(외도관광신비경) 신비한 경치를 관광하는 ‘외도’

絶勝遊客舊助羅(절승유객구조라) 뛰어난 형승을 유람하는 ‘구조라’

臥峴沙汀海浴場(와현사정해욕장) 바닷가 모래톱의 해수욕장 ‘와현’

冬柏花林只心島(동백화림지심도) 동백꽃 숲을 이룬 동백섬 ‘지심도’

公串花園佳海邊(공곶화원가해변) 아름다운 해변의 꽃밭정원 ‘공곶이’

航海漕泊知世浦(항해조박지세포) 항해하다 배를 정박하는 ‘지세포’

內島風趣濃藍海(내도풍취농람해) 짙은 쪽빛바다의 풍취 ‘내도’

燈臺海程鼠咡末(등대해정서이말) 바다 뱃길의 등대 ‘서이말’

 

(5) 일운팔경[一運八景] 남운 원신상(南雲 元信常 1929~2011)

옥녀봉 품은 푸른 지세포만에

달빛 백사장에 소곤대는 밤

항해를 마친 지심도 닻을 내리고

바다의 밀어가 감미롭게 들린다.

내도 외도 나란한 쪽빛 바다 섬

동백 후박 팔손이 남녘 수풀로

언제나 꽃피고 새 우는 곳에

관광에 몰려드는 극치의 섬

남으로 뻗어 멈춘 서이말등대

뱃길 길잡이로 잠들지 않고

돌아앉은 갯가 공곶이에는

한유한 세월을 다지고 있다.

와현 구조라 푸른 바닷가에

모래성 쌓고 인어가 살다 간

옛 물기에 찰랑대는 모래 밭

한여름 해수욕이 눈이 시리다.

(6) 운문폭[雲門瀑布] 문동폭포. 고영화(高永和)

운문폭포(雲門瀑布) 오르는 길

해향(海鄕)의 깊은 가을날 속,

온갖 풀들 희희낙락

문동저수지 골짜기 소요동(逍遙洞)

구불구불 하천 길을 소요하다가 비탈진 벼랑 이끼 낀 곳,

굉음이 쏟아지는 으슥한 폭포에 이르렀다.

우뚝한 모습 어찌 그리도 장대한고?

눈앞의 운문폭(雲門瀑)에다 휘파람 부니

하늘 바람 불어 물줄기 휘날리고

선비는 오랜만에 한 곡조 읊는구나.

풍류스러운 흥취는 시를 지을 만하고

조금 서늘함은 술도 마실 만한데

앉아서 폭포 위에 떠오른 달을 보니

때 낀 함에서 꺼낸 거울과 같구나.

시문(詩文)을 읊조리는

용재(容齋)와 상재(像齋)의 풍류(風流)가 귓가에 맴도는 곳.

한 길 넘는 운문폭 용소(龍沼)

신청담(神淸潭)은 정신을 맑게 하고,

깎아지른 벼랑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지족정(止足亭)에서 발걸음 멈춰,

못에 발 담그고 휴식하니

세상 풍진이 씻겨 진다.

구름 사이(雲間)에 떨어져 돌 웅덩이 되니

밑바닥 없는 사발 모양,

신물(龍)에 의탁한 신청담

운문폭포 창공을 울리는 음향.

용의 읊조림이 숲을 흔들어 서늘케 하는데,

혹시 급한 소리는 변괴인가?

아님, 옥녀봉 산신령의 울음인가?

울음이 재, 누이의 흐느낌이던가?

겹겹의 짙푸른 봉우리는 비낀 가을 햇살 속에 환히 웃고,

계곡의 반공중에선 폭포 소리가 요란한데,

그 누가 은하수 한 가닥 보냈느뇨?

오백년 전, 문사(文士)의 옛 자취 이끼 속에 묻혀 있고

참 비결 전하지 않으니 마음이 괴롭지만,

하늘이 소선(蘇仙)을 보내서 적선(謫仙)에게 화답케 하였다네.

어찌 알았으랴!

산문(山門) 깊숙한 이곳에서 병든 나그네가

비 갠 뒤의 산뜻한 경치 반갑게 만나 볼 줄이야.

소유천(小有天)은 어쩜 그리 깊이 숨었나?

신선세계 가는 길은 깊기만 하네.

인간 세상 잠깐 사이에 덧없는 세월,

이행(李荇)∙김세필(金世弼)∙최숙생(崔淑生)∙홍언충(洪彦忠)∙이윤(李胤)∙이려(李膂)

선생의 당시 시편을 어루만지매

차마 어이 읽을꼬.

운문폭(雲門瀑)에 내 다시 가 노닐어도

속된 내 마음 어이할 수 없어라.

바닷가에 비바람 종일토록 거세게 몰아쳐

해산(海山)의 골짜기로 교룡이 깃들더니,

춤추듯 휘날리는 하얀 물보라로 변해,

한 마리 용이 광란 속에 희롱하는

진경(眞境)의 선경(仙境)이 되었고나.

기절묘절 폭포수(奇絶妙絶瀑布水)여~

만고세월(萬古歲月) 거제도의 맥원지(脈源池)로다!

 

 

(7) 거제해변(巨濟海邊) / 고영화(高永和)

萬雲眼中過 온갖 구름이 눈앞에 지나가고

炊烟海岸斜 밥 짓는 연기가 해안을 덮었구나.

聯巖鳴水獺 잇닿은 바위에는 수달이 우니

灣頭舞金沙 포구 머리 황금모래 춤을 춘다네.

簷明海潮上 밀려오는 바닷물, 처마 지붕 불그스름,

輕紅海岸花 연분홍 고운 빛은 해안에 핀 꽃이로다.

海淸時流影 맑은 바닷물엔 때마다 달그림자 흘러가니

海顔響鳴沙 웃음 띤 모래 소리 울려 퍼지네.

(8) 거제 해금강(巨濟 海金剛) / 고영화(高永和)

斲破千仞斷崖麓 천 길 낭떠러지 기슭을 파고 깎은 곳,

海邊奇巖點點浮 해변에는 기이한 암석 점점이 떠있네.

滄海絶境終誰至 넓은 바다 이 절경 누가 와서 차지할 건가?

閱盡滄桑不勝愁 온갖 변고 다 겪고도 시름을 이길 수 없구나.

欲問徐市千古事 먼 옛날 있었던 서불의 일 묻노라니

葛島樓船採藥遊 갈도까지 누선타고 선약 캐려 떠돌았다네.

扶桑咫尺天盡頭 부상(扶桑)의 지척, 하늘 끝머리에서

絶景無事不風流 절경(絶景)보니 풍류 아닌 일이 없어라.

(9) 지심도 동백꽃 / 고영화(高永和).

칼날 위에 선 세한고절(歲寒孤節) 인동(忍冬)의 동백꽃잎

낙엽 진 저문 날에 짙붉은 불씨 살려

미소망상(微小妄想)의 겸허함에 그 자태 고고하다.

노오란 속눈썹이 동그란 열매될 때

진홍색의 아린 핏줄 칼끝으로 갉아내고

대양(大洋)의 소소곡절(小小曲折) 품에 안고 휘날리네.

햇살은 깊어가고 춘풍(春風)이 밀려오니

참았던 피눈물을 땅바닥에 흩어놓고

하얀달무리(白月暈) 동박새(白眼雀)가 상주(喪主)되어 통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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