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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거제를 부산에 편입시키자
[기고] 거제를 부산에 편입시키자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24.02.0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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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전 부산대 특임교수

거가대교로 바뀐 거제의 생활권

1992년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거제~부산 간 연결도로를 공약한 이후, 2004년 착공해 2010년 개통된 거가대교는 우리 거제 섬사람들의 생활권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첫 번째로 부산시가 생활권의 중심 도시화 됐다. 이전까지 거제도는 유일한 연륙교인 거제대교를 통해 통영과 마산을 주요 생활권으로 하고 있었다. 거제대교가 육지인 통영과 마산을 연결해 거제시민들의 교육 문화 경제가 연결되어 있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0년 거가대교 개통 이후, 점차 부산으로 교육 문화 경제의 흐름이 변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로는 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광역교통 경제권에 편입되게 됐다. ​도시권은 영향력을 크게 주고받는 도시들의 집합체를 의미하는데 지난해 9월 거제가 부산·울산권 대도시권의 범위에 편입되게 된 것이다. 이는 과거처럼 지형에 의한 행정구역 구분이 아닌 실제적인 교통의 흐름에 따른 경제권의 형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제가 부산 대도시권에 편입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확인해 준 사건이다. 교통의 흐름을 통해 과거 통영 마산 생활권이 이제는 부산과 연결된 생활권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다만 김해나 양산처럼 부산과 직접 접경하지 못하다 보니 깊이 인식하지 못했을 따름이다. 거가대교 통행료 문제가 우리 거제시민의 가장 핵심적인 이슈로 등장할 만큼 이미 거제는 부지불식간에 부산 생활권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환경의 변화와 행정구역 변경

그런데도 행정구역의 변화를 도모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이는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행정구역의 변화를 시도하려면 주민투표나 지방의회 의결, 중앙정부의 승인 등과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까지도 여러 지자체에서 행정구역 변화를 시도했지만 쉽게 진척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우리 또한 과거 거제시의 부산 편입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있긴 했지만, 이러한 이유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물론 지난해 경북 군위군이 주민투표와 입법과정을 통해 대구광역시로 이관되었던 사례는 공항 이전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지역 간 합의로 성사된 아주 예외적 사례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변수가 생겼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 힘에서 인구감소, 환경변화, 생활권 등의 이유로 행정구역의 변경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연한 듯 받아들였던 행정구역을 필요에 따라 주민 동의와 법률제정을 통해 변경할 수도 있다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선거를 앞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시민들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실제 행정구역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서 최근의 김포, 하남, 구리 등 수도권 지자체에서 제기되는 논란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방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도권 일극 체제 대응 해법으로 추진되었던 ‘부산·경남·울산 특별연합(메가시티)’의 추억도 되살아나고 있다. 단지 차이는 서울·김포 통합 추진 방안처럼 광역지자체 통합방식의 주도권 다툼이 아닌 부산시 중심의 인근 김해·양산 등을 편입하는 보다 쉬운 길이 모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부산시로의 편입 논쟁’에 우리 거제시는 보이지 않는다. 거제시는 거가대교 건설 이전에도 오랫동안 연안여객선으로 부산과 이어진 부산경제권이었고,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경남 도내에서 유일하게 민간 차원에서 찬성한 기초지자체이기도 했다. 양산과 김해는 거론되나 거제는 아예 배제된 이유는 지역에서 아무런 소리가 없는 것에서 기인하는 듯하다. 과거 거제에서도 잠시 부산시로의 편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바뀌었고 그 목소리를 키울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거제 부산 편입, 무엇이 달라지나?

하나. 가덕도 신공항의 최대 수혜지역 거제

거제는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할 당시 경남도 내에서 유일하게 밀양 공항 대신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한 지자체였다. 그만큼 지리적으로 밀접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가덕도 신공항이 예정대로 2029년에 개통되게 되면 가장 큰 혜택 또한 받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부산 가덕신공항이라는 이름에서 보듯 모든 계획이 부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창원과 거제는 부차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만일 가덕도와 가장 인접한 거제도의 행정구역이 부산으로 바뀐다면 지리적 특성상 공항 배후도시나 공항 배후 산업시설 등의 유치에 있어 인천 영종도, 홍콩 첵랍콕 공항(Hong Kong Chek Lap Kok Intl)처럼 실질적인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둘. 거가대교 통행료, 부산시 관내 유료도로 문제로 변경

거가대교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도로로 악명이 높아 여러 지자체가 통행료 인하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통행료 인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개통 당시 경남도와 부산시가 함께 운영사의 손실 차액을 보전해 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제를 적용하기로 한 것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 그러나 거가대교의 관리주체가 부산시로 일임되게 되면 거가대교가 광안대교나 부산항대교처럼 부산시가 관리해야 할 부산시 관내 유료도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부산시가 자체 관리하는 다른 8개 유료도로처럼 부산시 차원에서 해답을 모색해야 하는 문제로 바뀌게 된다. 근본적인 문제의 틀이 바뀌니 해법도 바뀌는 것이다.

세 번째. 거제 조선·해양 산업의 중흥 전기 마련

지난해 여름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거제 관내 양대 조선사가 부산에 R&D센터 등 연구인력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가슴 아픈 소식이 들렸다. 연구인력은 부산에 생산 현장은 거제에 남는다는 우려가 컸다. 그런데도 민간기업이 이익을 위해 사업장과 연구소 위치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 논리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거제보다 부산에 연구개발인력의 선호도가 높았다. 세계 조선·해양산업 시장에서 부산의 위상은 격년제로 부산에서 개최되는 조선 및 해양 산업전을 통해 이미 검증된 바 있다. 독일 함부르크, 노르웨이, 그리스, 중국 상해와 함께 세계적인 조선·해양 전시회로 자리매김한 부산 코마린은 세계 조선·해양산업 시장에서 부산이 차지하는 위상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어쩌면 거제의 부산시 편입은 기업으로서는 엄청난 호재가 될 것이다. 달리 생각하면 세계 최대 조선 도시인 거제와 국제적 조선·해양의 핵심 도시인 부산과의 시너지가 만들어져 거제 조선산업의 새로운 중흥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 거제 관광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

거제시의 100년 먹거리는 결국 조선·해양과 관광산업이다. 기존에 조선산업의 성장을 위해 부산과 손을 잡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거제 관광산업을 위해서도 대규모의 산업 투자나 시설 유치 그리고 관광객 모객을 위해서라면 부산시에 편입된 거제는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부산 기장이나 부산 해운대가 보유하고 있는 경관보다 우리 거제가 보유한 천혜의 환경이 절대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시 입장에서 거제는 기장이나 해운대와 함께 새로운 대규모 해외투자나 새로운 관광산업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계획을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정부는 남부권 5개 시도의 관광자원을 개발해 총 3조 원을 투입할 계획을 밝혔는데 부산에서 전남까지의 벨트 중 거제가 핵심적 위치에 놓이게 된다. 만일 부산으로 편입된 거제라면 남해안 벨트의 시발점에서 해운대나 기장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관광산업 지로 형성되어 거제 관광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형성되리라 본다.

다섯째. 남부내륙고속철도의 조속 착공과 가덕도 신공항 연결

남부 내륙철도는 당초 24년 착공, 27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기재부가 KDI에 사업 적정성 재검토를 의뢰하면서 기존 계획보다 3년 넘게 미뤄질 가능성이 큰 것이 현실이다. 이는 사업 적정성 검토 완료 후 총사업비가 재차 확정되어야 착공이 시작되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남부내륙고속철도 사업의 좌초 위기나 다름없다는 말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국토부 장관이 직접 전체사업을 재검토하는 것이 아니며, 일부만 적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라 해명하기도 했지만, 여하튼 거제를 종착역으로 하는 KTX가 경제성이 높지 않은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KTX의 가덕도 신공항까지 연결되는 명분을 거제시의 부산 편입에서 찾는다면 KTX의 조기 착공과 가덕도 신공항까지의 철도 연결은 훨씬 가속화되게 될 것으로 본다.

결론

물론 여러 가지 단점도 드러날 것이다. 예상해 본다면 첫째, 기존 지자체의 자체 활용 예산 감액과 공무원의 재량행위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때문에 의회나 공무원들의 반발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그만큼 시민들의 교육/경제/문화 등의 삶의 질은 확연히 개선될 것이라 확신한다. 둘째, 지역적으로 기존 마산 통영과 생활권을 공유했던 지역에서는 정서적으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거제의 인구나 경제 규모가 통영을 앞선 지 오래되었고 경제/교육/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부산으로의 편향이 진행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재 우리 거제의 환경이 시민들의 경제 교육 문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교통의 흐름을 통해 시민들의 부산으로의 편향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같다. 시민들의 높아진 눈높이가 더 이상 거제라는 작은 섬 안의 기준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의 가치는 도시 브랜드의 가치이다. 도시 브랜드의 가치는 도시 내 모든 자산가치의 상승을 견인한다. 거제시의 부산 편입은 거제시 도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라 확신한다.

김범준 - 전) 부산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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