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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운전자, “살기 어렵다” 실력행사 돌입
화물차 운전자, “살기 어렵다” 실력행사 돌입
  • 배종근 기자
  • 승인 2014.10.08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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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부터 대우조선해양 물류 운송 단가 20% 인상 요구하며 장기 농성

지난해 고통분담 차원 운송료 5% 삭감 이어 유가하락에 따른 2.5% 추가 인하

화물연대가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물류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아 농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운송회사, 화물연대 등 삼자가 각각 계약 주체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테이블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8일 현재 화물연대는 전국의 소속 지회 회원 7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대우조선해양 서문 앞에서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운송료 20%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집회는 집회신고 인원은 700명이지만 실제 참가인원은 자체 추산 2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화물연대가 지난달 29일부터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집회를 개최하고 장기 농성에 돌입한 이유는 지난해 고통분담을 이유로 운송료 5% 삭감에 이어 올 들어 유가연동제에 따른 2.5% 추가 인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생활고로 화물차 운전자들은 화물연대와 함께 운송료 현실화를 위해 거리로 나선 상황이다. 화물연대는 협상 당사자로 물류의 원청사인 대우조선해양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화물차 운전자들의 계약 당사자인 운송회사와 협상할 사안이지 자신들은 협상대상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화물차 운전자들과의 계약 주체인 운송회사는 화물연대와 협상테이블을 꾸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화물연대는 대우조선해양과의 협상을 고집하며 운송회사와의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

이처럼 협상의 주체를 놓고 3자간 엇박자가 발생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계약 주체의 문제다. 대우조선해양은 물류수송을 위해 운송회사와 계약했기 때문에 협상의 주체는 운송회사가 된다고 주장했다.

운송회사는 대우조선해양과의 물류계약에 따라 원활한 운송을 위해 자체 화물차를 운행하거나 화물차 차주와 계약을 맺어 물류를 처리하고 있다. 이러한 화물차를 일명 ‘지입(持入) 차량’이라고 하며 대부분의 화물운송 구조가 이러한 지입차량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화물연대는 대부분 이러한 지입차주들이나 화물차 운전자들로 구성된 단체이며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이번 농성을 주도하고 있다.
 

화물연대, 운송료 20% 인상 주장하며 장기 농성 돌입

대우조선해양과 계약을 맺은 운송회사에 소속된 지입차량 중 이번 농성에 참가하는 차주나 운전자는 전체 65명 중 25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과 함께 화물연대가 합류해 화물차 운전자들의 고용보장과 함께 운송료 20% 인상을 주장하며 대우조선해양을 상대로 농성 중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경기침체에 따른 고통분담 차원에서 운송료 5%를 삭감하고 올해 유가하락에 따른 유가연동제를 적용해 2.5% 추가 인하해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외형적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속을 따지면 빈곤에 허덕인다는 것.

실제 운송회사에서 이번 농성에 참가 중인 25명에 대한 운송료 지급실태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적게는 연간 1억3000만 원에서 최대 1억7000여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견상 고액연봉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우선 2억 원에 육박하는 고액의 화물차 할부금으로 매월 300~45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연간으로 하면 4000~5000만 원 선이다. 여기에 유류비가 매월 200~300만 원으로 연간 2000~3000만 원이다. 또한 수입에 대한 부가세로 연간 1000만 원, 보험료로 1000만 원, 기타 감가상각비 등을 따지면 실제 이윤은 월 150~200만 원 수준이라는 게 화물연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입과 직결되는 물량도 운송회사가 부당하게 배정한다는 게 화물연대측 주장이다. 실례로 운송회사의 운전자들에 대한 처우의 부당함을 주장했다가 ‘찍힌 운전자’는 반나절 넘게 기다려야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까다로운 물량을 배정하는 반면 사측과 친한 운전자는 대기하는 즉시 물량이 배정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당한 물량배정은 수입과 직결돼 한달에 400~500만 원 이상의 수익차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운송회사와의 계약주체인 대우조선해양이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게 화물연대의 주장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화물수송의 원청사인 대우조선해양, 운송회사, 화물차 운전자 등 3자가 물량단가에서부터 수수료 등 일련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서로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우조선해양이 화물연대와의 협상에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지금 농성에 참가하는 운전자 대부분은 10여일 째 일을 못해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도 “부당한 운송료 삭감과 배차문제, 투명한 운임공개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이번에는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량 감소에 따른 수입하락이 농성의 원인?

화물연대의 운송료 삭감과 부당한 운영체계 개선 주장에 대해 운송회사측 관계자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운송료 삭감과 관련 운송회사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적자가 심각해 고통분담 차원에서 5% 삭감에 합의했고 운전자들과 일일이 만나 사정을 설명한 뒤 작년 5월1일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일감이 작년에 비해 20% 정도 떨어졌고 지난 8월 휴가와 9월 추석이 맞물리면서 근무일수가 적어 수입이 떨어진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물량배정에 따른 수익차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 운송회사 관계자는 개인의 노력 차이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운송물량이 일정치 않고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기 때문에 지입차주의 노력여하에 따라 물량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부지런히 운송회사에 출근해 대기하는 지입차주들은 현장에서 바로 물량배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차주들에 비해 물량이 많다고 부연했다.

물량에 대한 단가의 투명한 공개와 관련해서도 운송회사 관계자는 “운송 구간별 단가가 표시된 체크리스트를 운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부당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조율하자고 지입차주들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여러 차례 회의를 하고 협력과 조율 가능성을 설명했지만 일부 지입차주들이 대화의 자리에 나타나지 않고 화물연대와 함께 농성에 가담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그는 화물연대에서 주장하는 실수입 월 150~200만 원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번 농성에 참여한 25명 지입차주들의 지난해 실적인 1억3000~1억8000만 원 중 절반 정도는 실수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월 평균 400~500만 원 정도는 충분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입차주들의 생활고 원인을 과도한 씀씀이라고 주장했다. “지입차주들 대부분이 고급 자동차를 몰고 다니고 월 700~800만 원 정도 수익이 달성되면 아예 회사에 나타나지 않고 낚시를 다니거나 놀러 다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운송회사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보이지 않는 합의점, 입장차만 확인

운송회사 관계자는 현재 그들이 지급하는 운송료 단가는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 결코 낮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금의 단가로 지입차주를 공모하면 서로 달려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지난해 고통분담 차원에서 5% 삭감하고 유가하락에 따른 2.5% 인하가 이어졌지만 업계 평균과 맞먹거나 그 이상이라는 게 운송회사의 입장이며 따라서 화물연대에서 주장하는 20% 인상은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운송료 단가 협상과 관련해서는 화물연대가 개입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게 운송회사의 입장이다. 하지만 화물연대에서 협상을 제안해 오면 언제든지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

운송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대우조선해양과 운송에 관한 계약을 맺고 이에 따라 지입차주 개개인과 계약하기 때문에 협상의 주체는 우리와 지입차주이지 화물연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도 “협상에 나갈 이유가 없다. 운송회사와 지입차량의 단가문제는 그들끼리 협의할 사항이지 대우조선해양이 협상테이블에 나간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대우조선해양과 운송회사의 입장이 확고한 가운데 화물연대는 일부 지입차주들과 합세해 대우조선해양과의 직접협의를 고집하며 대우조선해양 일대에서 장기농성 태세에 돌입했다.

특히 지난 6일에는 화물연대 회원 20명이 대우조선해양 서문을 기습해 사내 진입을 시도하다 이를 저지하던 경비원 2명을 폭행해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며 화물연대 회원 2명이 N암벽 타워를 점령해 사내 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8일 현재 화물연대는 대우조선해양 서문쪽에 700명 규모의 집회를 신고하고 전국의 소속지회 회원들과 함께 대규모 규탄집회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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