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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보주(黃金寶珠) 유자
황금보주(黃金寶珠) 유자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11.1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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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유자(柚子)는 해풍의 짠맛에 길들어져 그 향기가 매혹적이라, 노란 금빛의 유혹에 감히 고개를 돌릴 수 없다.

어린 시절, 유자나무 밑둥 주위 흙을 조금 파내고, 바닷가 썩은 생선과 각종 해초를 묻고 집안에 보관 중인 거름과 함께 흙을 듬뿍 덮으면, 해갈이도 없이 유자가 주렁주렁 열렸다.

특히 해초를 거름으로 많이 줄때면, 그 유자의 과즙이 얼마나 진한지.. 온 마을이 유자 향기로 새벽을 열수 있었다.

남구만(南九萬)이 1680년 남해도에서 이르길, 숙부께서 진도(珍島)로 유배 가셨을 때에 유자 껍질을 잘게 썰고 가늘게 썰은 배〔梨〕와 실처럼 썰은 전복과 합하여 김치를 담았는데, 풍미(風味)가 뛰어나서 연화(煙火) 가운데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나도 이것을 본받아 김치를 만들었다고 기록했는데, 이는 옛날 남부해안지방에서 유자라는 토산품을 활용해, 담아먹었던 최고급 김치였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이르기를, “유자는 위(胃) 속의 나쁜 기운을 없앤다.” 하였으니, 그 성미(性味)가 훌륭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습담(濕痰)을 제거하고 장기(瘴氣)를 이기는 데 유자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고 하였다. 또 《본초강목》에서, “과일 중에 아름다운 것은 운몽(雲夢)의 유자가 있고, 귤은 바로 동정(洞庭)에서 생산되는 것을 으뜸으로 친다.” 하였으니, 아마도 운몽과 동정 지역사이의 토질의 차이인가 여겨진다.

《주역(周易)》의 박괘(剝卦)는 음(陰)이 성할 때에 양(陽) 하나가 남아 있는 상(象)이다. 음(陰)인 겨울에 날씨가 추워 모든 나무가 다 시들었는데, 유자나무만이 유독 푸름(陽)을 말한다며, 대나무와 다름없이 절개와 지조의 상징성을 대표하는 식물이라 찬양했다.

《사기(史記)》 권129 화식열전(貨殖列傳)에, “촉한(蜀漢)과 강릉(江陵) 지방의 천 그루의 귤나무는 그 수입이 천호후(千戶侯)에 봉해진 것과 같다.”하였는데, 유자 역시 그 수입이 많아 귤나무와 같다 하여 말한 것이다.

귤이 항상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이 마치 ‘고행하는 불자(佛者)의 모습과 같다’ 하였다. 유자가 자기 몸을 갈라 사람들에게 먹게 하는 것이 마치 불자의 희사와 같음을 말한 것이다.

‘민속자연사박물관‘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에는 350여 품종의 감귤(柑橘)이 재배되고 있으며, 그 중 재래 감귤로는 청귤(靑橘), 병귤(甁橘), 유자(柚子), 당유자(唐柚子), 하귤(夏橘) 등 약 15종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귤보다 유자를 더욱 귀한 과실로 여겨 왔는데, 《맹자》편에 다음과 같은 고사(古事)가 전한다. 추(鄒)나라와 초(楚)나라는 모두 춘추ㆍ전국 시대에 있었던 나라 이름으로, 추나라는 작고 초나라는 강대하였다.

“맹자가 ‘추나라 사람이 초나라 사람과 싸운다면 왕은 누가 이기리라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묻자, 제(齊)나라 선왕(宣王)은 ‘초나라 사람이 이길 것입니다.’하고 대답하였다.”라고 하였는바, 귤은 작고 유자는 크므로 귤이 유자만 못하다고 빗대어 말한 것이었다.

또한 맹자(孟子)는 당시 강대국인 제(齊) 나라와 위(魏) 나라의 군주에게는 인정(仁政)을 행하면 왕자(王者)가 될 수 있다고 말하였으나, 작은 나라인, 등(滕)나라 군주 문공(文公)에게는 “등(滕) 나라는 작은 나라여서 비록 인정을 행하더라도 왕자는 되지 못하고 단지 왕자의 스승이 될 뿐이다.” 하였다.《孟子 滕文公上》 이 역시 작은 귤은 큰 유자를 당할 수 없음을 등(滕) 나라에 비하여 말한 것이다.

500년 전의 이행(李荇)과 한충(韓忠) 선생은 거제도에 유자나무가 우거졌고 귀한 과실로 대접을 받았다고 한시를 남겨 전하고 있으며, 또한 거제 유자는 조선시대말까지 각종 상납 물품과 특산물로서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거제도와 오랜 역사적인 인연이라 그런지, 왠지 친숙하게 다가오는 늦가을 보배이다. 거제(巨濟)사람은 12월 유자의 공덕을 이렇게 칭송한다. “유자는 얽어도 제사상에 오르고 탱자는 고와도 똥밭에 구른다"

고려사에 따르면 감귤(재래감귤 품종은 유자, 산귤, 당유자, 홍귤, 탱자 등 5품종)은 고려 문종 6년(1052년) 이전 제주 특산품으로 임금님께 진상되는 귀한 과일이었으니 거제 유자도 이 당시부터 개경으로 진상되었으리라.

거제도 사람들은 육지 사람에게 선물할 때에는 말린 전복, 표고버섯과 더불어 가을에는 유자를 가장 많이 보냈다.

가을 추수가 끝난 후, 육지 먼 길 친척집에 갈 때도 유자를 반드시 챙겨 갔고, 1800년대 초 거제 선비 유한옥은 김해 이학규선생께 선물로 유자를 보냈다. 그 만큼 당시 육지에선 귀한 물품이었으리라.

유자(柚子)의 공덕은 첫째, 유자의 독특한 향기는 삶에 대한 낙관(樂觀)을 선사한다. 유자를 한 바구니 담아서 방안에 놓아두면 근심이 사라진다.

둘째, 유자를 잘게 썰어 꿀이나 설탕에 재어서 만든 유자차(柚子茶)의 맛은 입안을 향기롭게 만든다. 숙취에도 유자차가 좋다. 셋째, 유자는 비타민이 풍부해서 감기에 좋다. 유자는 씨도 약이 되고 껍질도 약이 된다. 버릴 것이 없다.[조용헌]

 

1) 거제도 가을풍경[右岐城詠] / 이범(李範 1535~?) 조선초기 학자.

烟花開千戶 연화(煙火)는 온 마을에 피어나고,

桑麻蓋四鄰 상마(桑麻)는 사방을 덮었네.

海山秋色秀 바다와 산에 가을 색이 빼어나고,

洲橘晩香新 물가에 열린 귤(유자)은 늦게까지 향기 새롭네.

[주1] 연화(煙火) : 사람의 집에서 불 때는 연기(煙氣)

[주2] 상마(桑麻) : 뽕나무와 삼.

집집마다 불 때는 연기(煙氣)인 ‘연화(煙火)‘는 곧, 의식주 중에서 음식과 잠자리를 의미하고, ’뽕나무와 삼’을 뜻하는 상마(桑麻)는 옷가지를 뜻한다.

거제도 늦가을 자연과 풍광을 아름답게 묘사하였다. 여기에다 유자(귤)는 거제 토산물로써 그 향기 속에, 오감의 풍류와 문화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거제도의 한시 중에 이 시편을 가장 좋아한다. 너무나 평온하고 행복한 고향 거제도 모습을 가장 멋지게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 시의 배경은 늦가을 저녁나절, 집집마다 아궁이에 군불을 넣을 때인가 보다. 거제도 초가집마다 굴뚝에 연기가 올라가고, 뽕나무와 삼나무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데, 물가마다 노란 유자가 열려, 그 향기가 온 마을을 덮었으리라. 시편 3구까지는 온통 시각적인 그림을 펼쳐 놓더니 마지막 구에는 시각에서 후각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범 선생의 문학적 천재성을 엿보게 한다.

2) 거제보주 유자[岐城寶珠柚子] / 고영화(高永和)

岐城南海上 거제도 남해 바다에는

全村蓋金光 온 마을이 금빛으로 덮이고

家家滿黃柚 집집마다 황금유자 가득하여

人人錦繡腸 사람마다 고운 마음씨 가졌다네.

綠樹層層玉 푸른 나무엔 층층이 옥이요

柚實箇箇黃 유자 열매엔 알알이 황금이라,

洲林翠黃疎 물가 숲에 푸르고 누런빛 성기니

海邑滿淸香 바닷가 고을에 맑은 향이 뒤덮는다.

滿袖馥透肌 소매에 가득 찬 향기가 살 속에 스며들고

更憐竹隣相 대나무와 서로 이웃하여 더욱 사랑스러워라.

棘化淡白花 가시가 변하여 담백한 흰 꽃을 피우니

道消化陰陽 도(道)는 음양의 조화에서 기인한다네.

[주] 금수지장(錦繡之腸) : 비단결같이 고운 마음씨를 이름, 아름다운 마음씨의 소유자.

3) 식유[食柚]  유자를 먹으며. / 1520년 가을 거제도 신현읍 수월리 배소에서 유자를 처음 먹어 본 한충(韓忠)선생은 그 맛에 감탄하여 다음 "식유(食柚)" 한시(漢詩)를 지었다.

南溟島嶼長 남쪽 큰 바다엔 도서(島嶼)가 줄 잇고

地暖秋無霜 따뜻한 땅이라 가을에도 서리가 없구나.

冬靑多橘柚 사철나무인 귤과 유자가 많아

佳實壓枝黃 맛좋은 과실이 가지마다 누렇게 처져 열린다.

昔分晉符左 예전엔 곁에다 증표를 끼어 구분하고는

異產稱此果 진귀하게 자라난 이 과일을 칭찬했다네.

包匭進中宸 상자에 싸서 대궐 장부에다 올리었고

賓盤分亦可 쟁반에 담아 손님을 대접해도 역시 좋다.

野人瀉筠籠 야인이 대바구니에 쏟아놓고

箇箇驪龍裹 낱낱이 검은 용 싸듯 한다네

津津齒生漿 푸짐하니 이빨 사이에 즙이 나오며

馥馥香滿坐 그윽한 향기가 자리에 온통 가득하다.

擘作黃金杯 손으로 쪼개 만든 황금술이

瀲灎中涵醅 가득 넘치는데도 질리지도 않구나.

邇來隔風調 근년에 시(詩)의 아취(雅趣)를 등한히 하니

抱病山中來 늘 지닌 병이 산중까지 따라왔도다.

何人遠致饋 멀리서 먹을거리 보낸 이 누구인가?

一見病眼開 한번 보아도 병든 눈이 낫는구나.

先嘗愧自佳 먼저 맛을 보니 너무 좋아 부끄러워지며

親遠不得懷 멀리 계신 어버이 부득이 생각난다.

物美豈異昔 유자가 아름다운데 어찌 전과 다르리.

但恨人事乖 다만 다정다감한 사람들이 일에 어그러져

風流念如掃 풍류를 거절할 것 같은 생각에

蕭蕭鬢雙皓 소소한 양쪽 귀밑털이 세는구나.

對此感流年 이러한 감응을 매년 마주하니

回頭傷我抱 머리 돌려, 품은 마음 애태운다.

소동파의 식감시(食柑詩) “한 쌍의 비단 보자기로 진귀한 물건 나누어 주지 않았는데, 숲 아래에서 먼저 맛보니 쫓겨난 신하 부끄럽네(一雙羅帖未分珍 林下先嘗怪逐臣)”라고 하였다.

옛날 궁중에서 가까운 신하들에게 귤이나 밀감을 하사하게 되면 황색 비단 보자기(羅帖)에 싸서 주었는바, 아직 궁중에서 하사하기 전에 귀양 온 자신이 먼저 먹게 되어 부끄럽다고 말한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4) 남주유가[南州柚歌] 거제유자찬가 / 김진규(金鎭圭) 1694년 겨울.

南州炎德産柚樹 남녘 고을 더위 덕에 유자나무 자란다네

處處人家種園圃 인가(人家) 앞뒤 이곳저곳 울안밭에 심었구나

婆娑株榦閱歲月 세월 지나 나부끼는 유자나무 줄기와

沃若枝條含霧雨 가지에 윤기 바르르, 안개비 머금었다

猗嗟嘉木世所稀 아~ 멋있고 아름다워라, 이 세상에 희귀한 것,

燕棗秦栗非其伍 대추 밤 제수과실 그 다섯은 아니네.

歲暮嚴霜悴草木 세모의 된서리에 초목이 파리해도

滿林佳色獨盈矚 아름다운 빛깔 우거진 유자 숲, 어찌 그리 교만할까?

葉茂森森競翠竹 우거진 잎 삼삼하여 취죽(싱싱한 대나무)과 다투는데

子熟煌煌映黃菊 익은 열매 번쩍번쩍 노란국화 초라하다

望中村落張錦繡 촌락을 보노라니 비단 옷 그림이라,

摘來衣裳襲芬馥 유자 따 와서 보니 옷에 배인 향기 뿐,

乍破香霧爪甲濕 안개 향기 지나가니 손발톱이 축축하고

細嚼流霞膓肺沃 살짝 씹은 신선(神仙)의 술, 마음까지 부드럽다

南州吏民不敢甞 남쪽고을 백성들은 맛보지 아니하고

十襲題封獻君王 열 겹이나 귀히 싸서 군왕께 올린다네.

蓬萊殿上深秋日 깊어가는 가을날, 전각 위 축하 장식,

荊楚包開滿庭香 연회 위해 연 보따리, 궁궐에 향기 가득,

想見天笑一爲新 웃는 하늘 바라보니 온 누리 새로워

頓覺玉食增輝光 맛난 음식 나타나 찬란하게 빛나도다.

君餘仍復徧恩錫 임금의 은혜로 모두에게 나누어,

小臣亦甞霑聖澤 신하도 맛을 보니 두루 미친 성은이네.

豈知流落此相見 이렇게도 만나는데 귀양 간 나를 알아줄까?

臨風三嗅淚垂臆 바람 따라 맡은 내음, 가슴속 눈물이라.

聞說昨夜貢使發 어젯밤 소식으론 올린 공물 온다는데

幾時當到長安陌 서울 길거리에 언제 당도하려나?

羨爾遙生瘴海村 부러워라, 생산된 먼 장기 낀 어촌에서

猶得年年近至尊 해마다 지존(임금)께 가히 사랑받으니..

自憐懷中餘舊核 가엾다, 마음속에 예전 그 씨앗 남아

美人天末空嬋媛 거제도 미인의 아름다움 헛되는구나.

欲將丹心比珍果 진귀한 과실보다 참된 정성 으뜸인데

安得伴爾朝天閽 어찌 너와 벗되어 도성 문(門)서 배알할까?

嗚呼安得伴爾朝天閽 아~ 어찌 너와 벗되어 도성 문(門)에서 배알할까?

김진규(金鎭圭)선생이 거제면 동상리에서 귀양살이 할 때 유자 맛을 본 후, 유배가 끝난 1694년 초겨울, 서울로 올라온 선생은 대궐 앞에서 공물로 올라 온 '거제 유자'와 함께 임금을 배알하는 심정에, '거제유자찬가(南州柚歌)'를 지은 아름다운 한시이다.

5) 말 위에서 석류꽃을 보고[馬上見榴花] / 이행(李荇) 1506년 作.

海榴高幾尺 석류가 몇 척 높이로 섰으니

籬落暮霞丹 울타리에 저녁노을이 붉어라

有客經時出 타향살이 오랜만에 밖으로 나가

斜陽立馬看 비낀 석양에 말을 세우고 보노라

應隨橘柚貢 유자와 함께 공물로 바쳐져야겠고

更恐斧斤殘 도끼에 무참히 베어질까 걱정일세

/고을현(縣) 사람 중에 유자나무를 벤 자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聞縣人有伐柚子樹者).

莫怪無佳句 좋은 시구가 없다 괴이쩍어 말라

衰年苦少歡 노년에 괴롭게도 기쁜 일이 적단다.

[주] 좋은 시구 없다 말라(莫怪無佳句) : 용재가 석류를 보고, “너를 읊을 좋은 시구가 없다고 이상하게 생각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다.

 세종 1426년 남부지방에 유자와 귤 재배를 중앙정부에서 권장해, 착과량을 호조에 보고하게 하고 직접감사가 작황을 조사하여 상납하게 하였다.

또한 동국여지승람에는 “유자 생산지역이 전남은 영남, 장흥, 해남, 강진, 진도, 순천, 낙안, 보성, 광양, 고흥이고 경남은 곤양, 남해, 사천, 하동, 창원, 거제, 사천, 기장이다.”라 적고 있다.

그러나 이후 관리들이 이를 착복하기 위해 열매가 달리면 일일이 개수를 세웠다가 늦가을에 이 숫자에 맞추어 공물로 거두어들이니 백성의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에 남몰래 유자나무 밑둥을 베어내기에 이른다. 조선 말기에는 유자도에 유자나무가 없어졌고 대나무만 울창하여 명칭도 죽도(댓섬 竹島)로 바뀐다.

6) 자진이 반죽 지팡이를 준 데 사례하다.[謝子眞乞斑竹杖] / 이행(李荇) 1506년 作.

故人住近柚子島 내 벗은 유자도 가까이 머무나니

柚子島多斑竹林 유자도에는 반죽의 숲도 매우 많지

乞我錚錚一枝足 내게 금옥 같은 대지팡이를 주었으니

白雲岑上要登臨 흰 구름 봉우리 위로 올라가리라

[주1] 자진(子眞) : 崔淑生(최숙생)의 자(字). 위의 걸(乞) 자는 거성(去聲)이다.

[주2] 반죽(斑竹) : 대과(科)에 딸린 대의 한 가지. 줄기 겉에 흑색의 아롱진 무늬가 있는 것이 특징(特徵)이며, 바소 모양의 잎은 가지 끝에 1~5개씩 달림.

고현만 앞바다에는 삼성조선소에 의해 매립되어 사라진 유자도[現 댓섬(竹島), 현재 유자섬(橘島)은 당시에는 소도(小島)]가 있었다.

장평동 삼성호텔자리에 유배 살던 홍언충과 최자진(최숙생)은 종종 유자도에 놀려갔다가 유자도 따오고 대나무도 잘라 와서 동료들에게 선물을 주곤 했다. 이행(李荇)선생은 최숙생에게 지팡이 선물을 받고 읊은 노래이다.

7) 조홍시가[早紅柿歌] 제1수 / 박인로(朴仁老 1561-1642)

["반중 조홍감이 고와도 보이나니

유자(柚子)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품어 가 반길 이 없을 새 글로 설워하나이다."]

조홍시가[早紅柿歌] 4수의 연시조 中, 제1수에서, 유자를 보고 어머님을 떠올린 것은, 옛 중국 고사 ‘오나라 아이(吳兒)’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삼국 시대 오나라의 육적(陸績)이, 여섯 살 때 원술(袁術)을 뵙고는 그가 주는 귤을 품에 넣고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드린 고사로 유명하다. 여기서는 자신이 육적처럼 부모에게 유자를 갖다드리지 못해 서럽다 말한 것이다.

조선의 문인이자 무인이며, 조선 3대작가로써 오륜가 등을 지은 노계(蘆溪) 박인로(朴仁老)의 "조홍시가(早紅柿歌)"이다.

한음 이덕형이 접대로 내놓은 홍시감을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지은 시조이다. 박인로는 1599년에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옛 조라포)城 성주(만호)를 역임 했다. 군사력 배양을 꾀하고 선정을 베푸니, 사졸들이 유애비(遺愛碑, 善政碑)를 세워 덕을 기렸다[行萬戶朴公仁老遺愛碑].

 

8) 유자를 즐기며[賞柚實] / 귤산(橘山) 이유원(李裕元) 1881년 거제도 作.

八月歧城秋色遅 8월의 거제는 가을빛이 아직 더디어

滿庭柚實半黃皮 뜰에 가득한 유자의 껍질이 아직 절반만 누렇구나.

藏身翠葉仙人掌 몸을 숨기 듯, 푸른 잎이 신선의 손바닥 같아

擁鼻酥香妃子肥 깨끗하고 매끄러운 향기가 코를 찌르니 황후의 인심도 넉넉해지네.

9) 남쪽 사람이 보내온 유자[南人送柚子] / 성현(成俔 1439~1504)

南國丘墟千木奴 남국의 황폐한 곳에 무성한 나무가 있는데

團枝剡棘黃金珠 날카로운 가시나무 가지에 황금 구슬이 주렁주렁 열린다.

自從渡淮變作枳 저절로 물 건너와 탱자나무가 귤로 변한다더니

風土所繫形模殊 풍토에 의탁한 바, 모양이 뛰어나구나.

/南人封襲筐篋 남녘 사람들이 큰 나무상자에 층층이 봉해 보냈다.

年年充貢朝玉闕 해마다 공물을 채우려 대궐에 조회하니

時時黃帕賜臣僚 때마다 누런 수건으로 싸매어 신하에게 베푼다.

歸遺細君相怡悅 돌아가 아내에게 주었으니 서로 즐겁고 기쁜데

豈料至尊啓供餘 어떻게 헤아려 남은 공물을 지존에게 아뢸까?

/飛塵萬里來遺余 만 리를 티끌 날리며 나에게 전하려 왔다.

十箇帶葉如新採 열 개의 잎을 둘러, 갓 따온 듯하고

光華滿室驚睢盱 빛깔이 방안에 가득해 휘둥그레 놀란다.

噀人香霧霏霏射 입에서 뿜는 자욱한 향기가 흩날려 비추는데

剝皮如肉甘可嚼 껍데기도 고기같이 씹을수록 맛좋다.

或漬崖蜜調爲漿 혹은 언덕의 벌꿀에다 담가 알맞게 즙을 만들고

或成黃流作杯杓 혹은 누런빛 즙을 떠 넣으려 술 국자를 만든다.

色香與味俱三絶 색과 향기와 맛, 뛰어난 세 가지 갖추니

庶幾慰此相如渴 바라건대 “나의 갈증을 적셔줘 위로해주시길”

[주1] 귤화위지(橘化爲枳淮) : 옛날 중국 춘추시대에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라, 《안자(晏子)》라는 책에 나온다.

[주2] 세군(細君) : 원래 제후의 부인을 뜻하는 말인데 동방삭(東方朔)이 자기의 부인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뒤로부터 아내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한(漢) 무제(武帝)가 관원에게 하사한 고기를 동방삭이 허락도 받지 않고 칼로 잘라 집으로 가져가자 무제가 자기비판을 하도록 명하였는데 이에 동방삭이 “허락도 받지 않다니 이 얼마나 무례한 말인가. 칼을 뽑아 잘랐으니 이 얼마나 씩씩한가. 많이 가져가지 않았으니 이 얼마나 청렴한가. 돌아가 세군에게 주었으니 이 얼마나 인자한가.[歸遺細君 又何仁也]”라고 하자, 무제가 그만 웃고 말았다는 고사가 전한다.

[주3] 상여갈(相如渴) : 한 나라 때 효문원(孝文園)의 영(令)을 지낸 사마상여(司馬相如)는 항상 소갈병을 앓았다.

1493년 경상도관찰사를 지낸 성현(成俔)의 작품세계는 매우 다양했다. 형식적 측면에 있어서 고시(古詩)·율시(律詩)·악부(樂府)·사부(辭賦) 등의 양식을 고루 창작했다.

주제면에서도 사회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관리나 승려 등의 부패와 횡포를 비난하고, 그들로 인해 고통 받는 백성들의 실상을 묘사했다.

우리나라 풍속을 소재로 한 국속시(國俗詩) 계열의 작품을 썼으며, 명나라 여행 중에 쓴 시를 모아 엮은 〈관광록 觀光錄〉은 그의 이름을 중국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일상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도가적 초월을 지향하는 시를 남기기도 했는데, 자연에서의 즐거움과 한적한 심경이 잘 나타나 있다. 형인 성임(成任)과 성간(成侃) 역시 시를 잘 썼는데, 그 두 사람은 성현의 문학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죽은 뒤 수개월 만에 갑자사화가 일어나 부관참시 당했으나, 뒤에 신원(伸寃)되었고 청백리로 뽑혔다.

10) 유자를 먹고[食柚子] / 정희량(鄭希良) 1500년 김해 귀양살이 作.

江風海雨朝朝濕 바다에 비오고 강바람 불어 아침마다 축축이 젖은

綠葉初看病眼新 푸른 잎을 처음 보니 병든 눈이 새롭구나.

擘破霜皮香落手 서리 맞은 껍질을 엄지손가락으로 쪼개니 손에 향기가 떨어지고

嚼殘金瓣冷霑唇 누런 과일을 씹어보니 맑게 젖어드는 생소함에 놀랍도다.

袖中每日懷慈母 매일 소매 속에 어머님을 품는데

林下先嘗愧逐臣 시골에서 먼저 맛을 보니 쫓겨난 신하 부끄럽네.

移取千頭堪命僕 하인이 분부 받잡고 천 그루 유자를 옮겨 심었으니

故山歸臥未全貧 고향에 돌아가더라도 구차하지만은 않으리라.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의 육적(陸績)이 여섯 살 때 원술(袁術)을 뵙고는 그가 주는 귤을 품에 넣고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드린 고사(古事)와 소동파의 식감시(食柑詩)에 “한 쌍의 비단 보자기로 진귀한 물건 나누어 주지 않았는데, 숲 아래에서 먼저 맛보니 쫓겨난 신하 부끄럽네.”라고 한 말, 그리고 양양(襄陽) 이형(李衡)이 가족 몰래 무릉(武陵) 용양주(龍陽洲)에 귤나무 천 그루를 심어 놓고 아들에게 “나에게 나무하인[木奴] 천 명이 있으니, 너의 의식(衣食)에 아무 걱정이 없다.”고 이른 고사에서 인용하여 유배문학 시편(詩篇)을 완성하였다.

 

11) 유자[柚子] / 이경여(李敬輿 1585∼1657) 七言律詩

品物流形孰主張 만물이 형상을 이룬다고 누가 주장하는고?

洪匀元不限遐荒 원래 크고 넓은 먼 거친 땅이 아닌데도

后皇嘉樹生南國 천지간에 아름다운 나무가 남쪽나라에서 생겨나

錫貢惟楊走北方 공물을 바치려 양주(楊州)에서 북방으로 달리었다.

何處家封千戶素 어느 곳에 봉해진 천호(千戶) 조졸 우두머리 집안이던가?

幾枝香散九秋黃 몇 개의 가지에 향기 퍼지는 누런빛의 늦가을(음9월)에

上林苑隔長淮水 상림원(上林苑)이 긴 회수의 물에 가로막히니

安得移根獻未央 어찌 뿌리를 옮겨와 끝없이 바치기를 바라느냐.

[주1] 회해유양주(淮海惟楊州) : 양주는 9주의 하나로 회수와 바다 사이에 있다. 강소·안휘·절강·강서·복건성에 걸치는 지역이다. 『서경(書經)』「우공(禹貢)」

[주2] 상림원(上林苑 上林園) : 왕실의 숲. 중국 장안(長安)의 서쪽에 있었던 대궐 안의 동산.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가 창설하고, 한(漢)나라 무제(武帝)가 중축하였다. 조선시대 왕궁의 상림원(上林苑)을 관리하는 기구를 동산색(東山色)이라 하였고 태조3년(1394) 7월에 동산색을 상림원(上林苑)이라 개칭하였으며 상림원(上林苑)은 새와 짐승과 꽃과 과일나무를 맡아 관리하는 곳이었다. 

12) 유자[柚子] / 박윤묵(朴允默 1771~1849)

産於南海上 남해(南海) 바닷가에서 산출(産出)되어

品質出凡常 품질이 범상(凡常)하게 생산된

可愛登盤顆 쟁반에 오른 사랑스런 유자,

翻成滿室香 집안 가득히 향기 뒤덮는다.

苞分生玉液 나뉜 유자 알에서 옥 같은 진액이 나오고

皮潤帶金光 번지러한 껍데기는 금빛을 둘렀다.

咀嚼渾餘事 씹어 음미하니 모든 일이 관심 밖이라,

吾先侈小床 내가 먼저 작은 소반을 떠났다네.

13) 고금도 첨사 유자를 읊조리다[古今島僉使柚子吟]一絶 / 이익필(李益馝 1613∼1691)

木奴來自海中島 감귤(柑橘)이 바다 섬에서 나왔는데

四顒圓黃訝許金 크고 둥근 4개의 누런 과일이, 금덩이 같아 놀랐네.

乍置案頭霜滿座 서리 가득한 자리 책상 모퉁이에 잠깐 두니

洞庭秋色入淸唫 동정호 가을빛에 맑은 시(詩)를 읊조리게 만든다.

[주] 목노(木奴) : 목노(木奴)는 감귤(柑橘)의 별칭이다. 양양(襄陽) 이형(李衡)이 가족 몰래 무릉(武陵) 용양주(龍陽洲)에 귤나무 천 그루를 심어 놓고 아들에게 “나에게 나무하인[木奴] 천 명이 있으니, 너의 의식(衣食)에 아무 걱정이 없다.” 고 이른 고사에서 인용한 말.

14) 병마절도사가 유자와 석류를 보내줘 감사하며[謝兵相贈柚子石榴] / 안헌징(安獻徵 1600~1674)

病後淸羸只自憐 병든 후에 허기져 야윈 걸 절로 알겠는데

小窓長對藥爐烟 작은 창문에서 약탕기 연기와 늘 마주하다가

却看仙果眞瓊液 도리어 복숭아를 바라보니 진기한 진액이 뚜렷하여

此日甞新憶去年 이날 햇과실을 맛보며 지난해를 떠올린다.

15) 홍사랑이 당유자를 보내와 감사하며[謝洪士良寄唐柚子] / 이익(李瀷 1681~1763)

瀛洲仙子五雲棲 한라산에는 신선이 오색구름에 깃들고

琪樹參差結子低 옥 같은 나무가 들쑥날쑥, 열매는 주렁주렁,

土養眞黃交錯落 샛노란 열매가 땅에서 자라나 뒤섞여 둘러있는데

椀盛霛液暎玻瓈 신령스런 액체가 주발에 담겨 수정처럼 비친다.

十分爽味關情得 매우 상쾌한 맛은 마음을 분명히 움직이고

千里名香滿握攜 천 리 유명한 향이 손안에 가득하다.

多謝故人靑李帖 옛 친구의 서첩(書帖)이 매우 감사한데

厥苞相伴手封題 그곳의 공물과 동반하여 손수 글을 써 봉하였네.

[주] 청리첩(靑李帖) : 진(晉) 나라 명필 왕희지(王羲之)가 ‘청리내금(靑李來禽)’이라 써서 서첩(書帖)을 만들었다. 청리는 오얏, 내금은 능금이다.

◯ 한국에는 840년(문성왕 2) 신라의 장보고가 중국 당나라 상인에게 얻어와 널리 퍼졌다고 한다. 하지만 서기 797년에 편찬된 ‘속일본기(續日本記)’에 “나라(奈良)의 도(都)에 떨어진 운석의 크기가 유자만 했다.”라는 기록이 있고, 일본에 유자가 전파된 것이 한반도를 경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이 보다 역사가 더 오랜 된 과일임을 알 수 있다.

《세종실록》 31권에 1426년(세종 8) 2월 전라도와 경상도 연변에 유자와 감자를 심게 한 기록이 있다. 이로 미루어 재배 시기는 세종실록에 기록된 것보다 훨씬 오래 전으로 추정된다.

종류에는 청유자·황유자·실유자가 있다. 한국·중국·일본에서 생산하는데, 한국산이 가장 향이 진하고 껍질이 두껍다.

유자주(柚子酒)는 유자를 두툼하게 썰어서 꿀이나 설탕에 재어 항아리에 담고, 소주를 부어 밀봉한 다음 30일 후에 복용한다.

피로회복 피부미용에 좋으며, 여성의 미용에 좋은 약주이며, 고혈압 동맥경화에도 효과가 있다. 유자열매의 껍질이 울퉁불퉁하고 신 맛이 특징이며, 바닷가나 민가부근에서 자란다. 중국 양쯔강 상류가 원산이며 남쪽에서 과수로 심는다.

높이 약 4m이다. 가지에 뾰족한 가시가 있고 빛깔은 밝은 노란색이며 겉이 울퉁불퉁하고 향기가 있다. 번식은 종자나 접붙이기 등으로 한다.

관상수로 심으며, 열매는 부드럽고 즙이 많지만 신맛이 강하고 향기가 있으므로 요리에 사용한다. 익지 않은 것은 한방과 민간에서 탱자 대용으로서 건위·건담에 약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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