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3:23 (금)
빼어난 향미(香味) 숭어(秀魚)
빼어난 향미(香味) 숭어(秀魚)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11.24 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숭어는 민물과 짠물을 오가는 바닷고기이다. 그래서 하구(河口)처럼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 이도저도 아닌 곳에 사는 중간자(中間子)이다.

바다에서 태어난 숭어 새끼는 봄이면 어마어마한 무리를 이뤄 민물로 거슬러 올라온다. 이때 숭어는 눈에 우윳빛 꺼풀이 덮여 눈이 먼다.

숭어를 백안(白眼), 곧 '흰 눈'이라고도 하는 것은 이런 생리 탓이다. 숭어는 농어목 숭어과로 전 세계적으로 온대와 열대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치어(鯔魚), 수어(水魚), 수어(秀魚), 출세어라고도 하며 어릴 때에는 '모챙이'라고도 불린다. 또한 숭어의 맛은 계절마다 다르다. 봄·겨울 숭어는 달고, 여름 숭어는 밍밍하며, 가을 숭어는 기름이 올라서 고소하다.

숭어는 바닷가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고향의 맛과 같은 생선이며, 숭어는 추울수록 잘 잡히고 제 맛이 나는 생선이다. 예전에는 거제도 하천 하구 곳곳에서, 회귀본능이 있는 숭어가 떼로 몰려들 때면, 온 마을 모두가 숭어 별미의 잔치를 열었다.

싱싱한 숭어회는 입 안에서 감칠맛이 돌면서 수박향(西瓜香)을 가득 풍긴다. 숭어회 비빔밥은 멍게 비빔밥과 함께 별미 중에 별미다.

우리나라 속담에 ‘숭어가 뛰면 망둥이가 뛰고,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 ‘삼월엔 숭어 눈 어둡다’ 등 해학적 내용을 전하는 속담에서 ‘겨울 숭어 앉았다 나간 자리 개흙만 훔쳐 먹어도 달다’, ‘여름 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 ‘숭어 껍질에 밥 싸먹다 집 판다’ 등 식탐을 소재로 한 속담도 많다. 방언과 속담이 많은 것처럼 숭어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삶을 같이해 왔다.

'치어(鯔魚)'는 '숭어'의 한자 이름으로 '수어(秀魚)'라고도 적지만 우리말을 비슷한 소리대로 적은 것일 뿐이다. 鯔는 魚와 甾(꿩 치)로 이뤄진 글자로, 甾자가 들어가면 보통 검다는 뜻이 있다.

검은 고기 치어(鯔魚)는 달리 오지(烏支) 오두(烏頭) 오치어(烏鯔魚) 흑이치어(黑耳鯔魚)라고도 한다.

숭어는 척 보면 등이 회색(灰色)을 띤 청색(靑色)이고 배가 은백색(銀白色)이다. 그런데 왜 烏(까마귀 오)나 黑(검을 흑)이 이름에 들었을까? 지느러미 부분이 검기 때문이다.

수어(秀魚)를 숭어로 읽게 된 일은 중세 국어의 'ㆁ'(옛이응) 때문이다. 옛이응은 이응에 꼭지가 달린 글자로, 옛이응은 초성(初聲) 즉, 첫머리 자음일 때 앞에 다른 소리가 있으면 앞소리에 가서 붙어버린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創製)할 무렵 우리 선조들은 魚를 '응어'라고 읽었을 게다. 그래서 부어(鮒魚)는 붕어, 이어(鯉魚)는 잉어, 사어(沙魚)는 상어, '노어(鱸魚)'는 '농어'가 되었다. 선조들이 ‘숭어(崇魚)’나 ‘수어(秀魚. 首魚)’라고 불렀는데 그 모양이 길고 빼어난 때문이다.

건수어(乾秀魚 마른 숭어)는 방언으로 모치, 모갱이, 준거리, 목시락이라 부른다.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생활하는 숭어는 이름이 많기로 유명하다.

숭어알로 만든 ‘어란’은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전통음식인데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며 생산량이 많지 않은 귀한 것인데다 고급스러워 주로 대궐에 진상되거나 대가(大家)집에서 술안주로 사용됐다.

한방에서는 숭어가 진흙을 먹기 때문에 어떤 약과도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고 높게 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사람의 위를 열어 먹은 것을 통하게 하고 오장을 이롭게 할 뿐 아니라 살찌게 하며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으므로 온갖 약을 쓸 때도 꺼리지 않는다.”고 했고, 황필수의 「방약합편」에서도 “백약(百藥)을 기(忌)하지 않으니 이 점을 높이 산다.”고 적고 있다.

 『경상도속찬지리지』(1469)에 수어(水魚)로,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에 수어(秀魚)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세종실록지리지』토공 및 토산조에는 수어(秀魚)와 비슷한 음의 수어(水魚, 首魚)로 기록되어 있다.

《자산어보》에는 치어(鯔魚)라 기재하고, 숭어의 형태·생태·어획·이명 등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몸은 둥글고 검으며 눈이 작고 노란빛을 띤다. 성질이 의심이 많아 화를 피할 때 민첩하다. 작은 것을 속칭 등기리(登其里)라 하고 어린 것을 모치(毛峙)라고 한다.

맛이 좋아 물고기 중에서 제1이다.”라고 하였다. 숭어는 예로부터 음식으로서만 아니라 약재로도 귀하게 여겼다. 또 고급 술안주로도 이용하였는데 난소를 염장하여 말린 것을 치자(子)라 하여 귀한 손님이 왔을 때만 대접하였다고 한다.

《난호어목지》에 “숭어를 먹으면 비장(脾臟)에 좋고, 알을 말린 것을 건란(乾卵)이라 하여 진미로 삼는다.”고 하였다.

《향약집성방》 《동의보감》에는 수어(水魚)라 하였고, “숭어를 먹으면 위를 편하게 하고 오장을 다스리며, 오래 먹으면 몸에 살이 붙고 튼튼해진다.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으므로 백약(百藥)에 어울린다.”고 하였다. 《세종실록 지리지》에는 건제품(乾製品)을 건수어(乾水魚)라 하며 자주 보이는 것으로 보아 소비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 숭어를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만도 100여 개가 넘는다고 한다. 평안북도에서는 굴목숭어·뎅이·덩에·나머렉이·쇠부둥이라고 부르고, 황해도에서는 동어·애정어·사릅·나모래정어, 서울 지방에서는 동어·모쟁이·뚝다리라고도 불렀다.

충남 서산 쪽에서는 몰치·모쟁이 준거리·숭어, 경남 통영 쪽에서는 모모대미라 한다. 숭어에 숭상 받을 숭(崇)자를 붙인 것은 미끈하고 큼직한 몸매에 둥글고 두꺼운 비늘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기품이 있어 보이고 제사상뿐만 아니라 수라상에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맛도 뛰어났다.

이 때문에 숭어는 수어(秀魚)로도 불렸는데 조재삼(趙在三 1808~1866)이 쓴 《송남잡지(松南雜識)》에 이에 관한 일화가 있다.

중국 사신이 대부도에서 숭어 맛을 보고 고기 이름을 묻자 역관이 수어(水魚)라고 대답했다. 사신이 “물에서 나는 고기면 다 수어(水魚)가 아니냐?”고 반문하자 옆에 있던 다른 역관이 “100가지 물고기 가운데 가장 뛰어난 물고기여서 수어(秀魚)라고 한다.”고 답하자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1) 숭어회 감회[凍鯔膾感懷] / 고영화(高永和)

水潔鯔依影 맑은 물의 숭어는 그림자를 따르고

斜陽鳥喚群 해 저문 산새들은 벗을 부른다.

風後月華生 바람 분 뒤 달빛이 생겨나더니

汽水魚播芬 강어귀 물고기가 향기 풍기네.

鯔膾佳雪花 숭어회가 눈꽃같이 아름다워도

珍味明可分 진귀한 맛을 환히 분간할 만한데

魚中最秀雅 물고기 중에서 가장 빼어난 것이라,

口內生糖雲 입 속에서 사탕구름이 이는구나.

2) 숭어[秀魚] / 이응희(李應禧 1579∼1651)

沈潛江海外 강과 바다 깊은 물속에 사는데

遊泳入人漁 헤엄치다 사람의 그물에 걸렸네.

美品傳來久 맛있다 예로부터 알려졌으니

佳名得不虛 그 명성 참으로 헛된 게 아니구나.

小鼎銀輝動 솥에 넣고 끓이면 은빛이 진동하고

高盤雪色舒 쟁반에 얹으면 백설처럼 하얗다.

莫餉膏梁客 고량진미 먹는 이에게 주지 말라.

宜投飯糗餘 먹지 않고 남겨서 버리게 될 터이니.

3) 세찬을 받고 짓다(숭어 편)[宣賜歲饌] 그 맛에 시 한편을 권하니 지영이 감동하였다.[一味侑一詩 以志榮感] 1783년 1월3일(歲癸卯之正月初三日也) / 유득공(柳得恭 1749~1807)

無人讀魚䟽 어보를 읽은 사람이 없는지

太半從俗呼 태반이 속된 이름으로 부르네.

春風洛水岸 봄바람은 낙수 기슭에 불어오는데

可憐檀板圖 가련하도다. 단판의 그림이여~

(鯔魚俗名秀魚 치어의 속명은 숭어이다.)

[주] 단판(檀板) : 박달나무로 만든 판으로, 두들겨서 박자를 맞추는 악기이다. 노래판과 술자리가 생각난다는 뜻.

4) 차황숙공[次黃叔貢] (時絅得▒秀魚 勸付行▒供慈廚 제철 숭어를 얻어 부엌에서 힘써 만들어 공양했다) / 김극성(金克成 1474년∼1540)

北風鏖雪撲征衣 북풍에 실려 온 강한 눈바람이 군복을 때리는데

陟屺恩深報力微 민둥산에 올라보니 부모의 깊은 은혜 보답할 여력이 없구나.

陸績永無懷橘日 육적은 귤을 품지 않는 날이 없었다하니

勸人猶得負魚歸 사람들에게 권하건대, “돌아온 숭어에 힘을 얻으라.”

[주] 육적회귤(陸績懷橘) : 중국 삼국 시대 오나라의 육적이란 사람이 여섯 살 때 원술이라는 사람을 찾아 갔을 때, 귤 대접을 받고는 그 중에 몇 개를 품에 품었는데, 하직 인사를 할 때 그것이 흘러 나와 발각되었다. 이에 원술이 그 까닭을 물으니, 집에 가지고 가서 어머니께 드리려 하였다 하였으므로 모두 그 효심에 감동했다는 일화로서, 부모님에 대한 지극한 효성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5) 성주부가 보내준 네 가지 물고기 가운데 숭어.[成主簿餉四種魚 其中鯔魚] / 유득공(柳得恭, 1748~1807)

鯔長一尺餘 숭어의 길이는 한자 남짓,

魚中最秀雅 물고기 중에서 가장 빼어난 것이라,

本艸劇稱佳 본초에서 맛있다 칭찬하지만

産於東海者 기실 동해에서 나는 물고기라네.

6) 윤상경(尹商卿)이 동어(凍魚)를 보내 준 데 사례하다 / 이행(李荇 1478~1534) 거제도 1506년.  

淸晨誰報故人書 새벽에 누군가 친구의 편지 전하더니

忽見登盤五凍魚 홀연 쟁반에 숭어 다섯 마리 올랐구나.

斫鱠更須傾五斗 회치매 다시금 다섯 말 술을 비워야지

老夫風味未全疏 이 늙은이 풍미 아직 다 없어진 건 아니라네.

[주] 동어(凍魚) : 동수어(凍秀魚)의 준말로 겨울철에 잡아서 얼린 숭어이다. 또는 숭어 새끼를 뜻하기도 한다.

 

7) 석성과 함께 마주하며 찐 숭어를 맛보다.[與石醒對嚼秀魚蒸] / 오횡묵(吳宖默 1834~?)

來從東里饋梅堂 쫓아 온 동쪽 마을의 사랑채(梅堂)로 음식을 보내왔는데

躍躍雙鱗尺許長 길이가 한자쯤 보이는 짝지은 물고기가 펄떡 펄떡 뛴다.

轟煎爐鐺花浪起 화로 위 철망에서 요란스레 타는 꽃물결이 일더니

爛咀齒頰玉津香 입안에 자지러진 환한 맛에 고인 침이 감미롭다.

饞僧適中淘糝嗜 스님도 좋아하는 쌀죽을 적당히 즐기니,

飢鶴初充白露膓 굶주린 학도 빈창자를 비로소 채운다.

願言贈謝吾何以 원컨대, 내가 무엇으로써 사례에 보답할까?

酒料官田秫未黃 관전(官田)의 조(秫)가 아직 여물지 않았는데 술이 생각나네.

8) 치어[鮂] /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치어(鯔魚, 숭어를 말한다)는 일명 자(鰦)라고 쓰니 치(甾)는 치(緇)를 줄인 것이고 자(玆)는 두 현(玄) 자를 취했으니 고기의 빛이 검기 때문이다.

또 유(鮋)ㆍ거(䱟)ㆍ수(鮂)라고 쓴다. 우리나라에서는 숭어[秀魚]라 부른다. 수(鮂)와 수(秀)가 음이 서로 비슷하여 민어(鰵魚)의 민(敏)과 민어(民魚)의 민(民)이 서로 가까운 것과 같은 것이다.

[鯔 一名鰦甾 取緇之省 玆取兩玄 以魚色黑也 亦曰鮋 曰䱟 曰鮂 我國稱秀魚 鮂與秀 音相近 如鰵魚之鰵 與民魚之民 相近也]

9) 평양에 가서 술과 물고기를 얻고 그 맛을 가리다.[適得箕城酒腰浦魚 甚思景執分味 代書] / 정원용(鄭元容 1783~1873)

思君何以贈 그대 생각하며 무엇을 드릴까?

呵筆細裁書 웃음꺼리 삼아 그냥 써 보오.

平壤甘紅露 평양의 감로주일까

中和凍秀魚 중화고을의 숭어일까요.

引醺瓊液是 좋은 술은 향기가 넘치고

飛膾雪花如 가는 회는 눈꽃과 같네.

兩味知常嗜 두 가지 맛은 항상 알고 즐기는 것이라,

辛勤意有餘 뜻이 있어도 맘에 정키 어렵네요.

[주] 평양 홍로주 나라에서도 품질이 아주 좋다. 동방에서 흔히 치어를 숭어라 부른다.(平壤紅露酒 爲國中佳品 東俗謂鯔魚爲秀魚)

시인은 감로주와 숭어를 선물 받은 친구를 대신해서 시를 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다는 평양의 홍로주, 그리고 백설 같은 흰 숭어회, 모두 좋은 것이라 어느 것을 친구에게 보낼까 고심하는 친구의 마음을 농을 삼아 쓴 시이다.

마음의 표시라 꼭 어느 것이 좋다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친구를 위한 세심한 마음을 표시한 것이다. 어쨌든 시인은 시를 지어주며 미주와 가효를 실컷 먹었을 것이다. 숭어는 맛좋은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진수의 삼국지에는 오나라 손권이 개상이라는 사람과 더불어 회를 논한 고사가 자주 나온다. 개상이 말하길, "숭어가 제일이다"하였다. 이에 손권이 바다에 사는 숭어를 어떻게 잡을 수 있느냐? 물으니, 개상이 바닷물을 떠오게 하여 늪에 가득 채우고 낚시를 드리우니, 순식간에 숭어가 잡혔다 한다.

10) 지주인 부친이 강서로부터 대동강 동숭어 2마리를 지주로 보내왔다. 나에게 조금 나누어 준다고[地主父親自江西送大同江凍秀魚二尾于地主 以一分我] / 소세양(蘇世讓 1486~ 1562)

浿江江水綠於藍 대동강 강물은 쪽보다 푸르고

江出鰡魚味獨甘 강에서 자란 숭어는 어찌나 맛좋은지.

幾度往來曾染指 몇 번을 왕래하니 이미 내 손끝에 물들었는데

渺然今日隔西南 서남쪽이 떨어져 있어 이제야 아득하다.

江西太守使君親 강서의 태수 그대와 친하니

遠送江心凍玉鱗 멀리서 보낸 강의 마음, 동숭어(언 옥비늘)로구나.

老老餘恩應及我 오래오래 특별한 인정으로 우리 함께 살자꾸나.

南烹終亦讓西珍 남쪽 음식을 채우고 나니 서쪽 진미 사양하네.

11) 고을 관아에서 밤에 술을 마시다가, 주인 사군(使君) 신여겸을 보며.. (숭어회 대접을 받고)[夜飮州衙 示主人使君愼汝謙] / 이하곤(李夏坤 1677~1724)  

酒谷高秋別 술골(酒谷)에서 높고 푸른 가을날 이별하여

綾州臘月逢 능주에서 섣달에 만났구나.

相看如夢寐 서로 보니 꿈속 같아

一笑盡從容 다만 한번 웃고는 조용히 바라본다.

盤膾鯔魚細 소반 위의 숭어회가 자잘하고

官醪竹瀝濃 관아의 막걸리는 대나무에 걸러내어 짙구나.

木碑多頌德 목비(木碑)에다 뛰어난 덕망을 칭송하니

民已化陶鎔 백성이 대단한 조화를 빚어내었도다.

[주] 치어는 즉 숭어다. 주인이 나를 위해 회를 내어 특별히 이 회를 대접했다.(鯔魚卽秀魚也 主人爲余斷肉 特設此膾)

이하곤(李夏坤)은 1708년(숙종 34) 진사에 올라 정7품직인 세마부수(洗馬副率)에 제수되었으나 나가지 않고, 고향인 진천에 내려가 학문과 서화에 힘썼으며 장서가 1만권을 헤아렸다.

성격이 곧아 아첨하기 싫어하고 여행을 좋아하여 전국 방방곡곡을 두루 여행하였으며 불교에도 관심을 두어 각 사찰과 암자를 찾아다녔다.

12) 김군을 추억하며 준다.[贈金君億] / 이학규(李學逵 1770~1835)

지금부터 200 여년 전, 진해구 웅천 어부들이 5척의 거룻배에 그물을 싣고 숭어잡이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이학규 선생이 기록한 글이다.

蘆葉靑靑江水平 갈대 잎은 푸릇푸릇 강물은 잔잔한데

鯔魚風後月華生 숭어는 바람 분 뒤 달빛에 생겨나네.

熊州三老多春興 웅주의 노인들이 봄날에 흥겨워

須向南洲曳(罒/㘝)行 마침내 남주를 바라보다 그물에 이끌러 간다.

六幅艑艖五尺篷 여섯 폭의 거룻배, 5척의 거룻배가

長洲一任去來風 긴 물가를 따라 바람 타고 가고 있네.

邇來十口須漁釣 이래로 열 명의 식솔을 먹이고자 낚시를 하는데

媿爾沙邊水勃公 부끄러운 듯, 백사장의 물을 밀치고 뛰어 오른다.

[주] 봉(篷) : 물에 띄워서 그물, 낚시 따위의 어구를 위쪽으로 지탱하는 데에 쓰는 물건.

 

본래 물고기를 뜻하는 우리말에는 ‘-티’가 있었는데 이것은 아마 ‘어(魚)’를 나타내는 우리 고유어의 어근일 가능성이 높다.

그 ‘-티’가 뒤에 ‘준치(鰣魚)’, ‘갈치(刀魚)’, ‘넙치(比目魚 廣魚)’, ‘꽁치(秋刀魚)’, ‘가물치(黑魚)’, ‘한치’, ‘쥐치(鼠魚)’ 등에서 보이는 바처럼 ‘티’가 구개음화하여 ‘치’로 바뀌었다.

이 고유어 ‘-치’에 대칭되는 것으로 한자어인 ‘숭어(秀魚)’, ‘잉어(鯉魚)’, ‘붕어(鮒魚)’, ‘청어(靑魚)’, ‘석어(石魚, 石首魚)’ 등이 있다. 이처럼 어류의 이름을 고유어와 한자어로 구분하여 명명하게 된 데에는 당시에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치’ 계열은 대개 몸에 비늘이 없는 반면에 ‘어(魚)’ 계열은 비늘이 있는 것이 그것이다. 당시 선비들의 의식에 따라 한자어로 나타내는 ‘어’ 계열은 ‘치’ 계열보다 고급 어종으로 생각하여 명명하였던 것이 분명한데 그것은 비늘이 있는 ‘어’ 계열의 어종은 제사상에 올렸던 반면에 비늘이 없는 ‘치’ 계열의 어종은 아무리 맛이 뛰어나도 제사상에 올리지 않은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뒤 한자어가 일반인들에게 보편화되면서 비늘이 없는 ‘치’도 차츰 ‘어’의 명칭이 붙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치’이든 ‘어’이든 물고기의 이름은 대개 그 생김새와 맛을 따라 이름이 붙여진 것들이 많다.

가령 ‘숭어(秀魚)’는 맛이 빼어나게 좋아서 붙여진 것이고 ‘청어(靑魚)’는 등 쪽이 암청색을 띠었기 때문이며, ‘조기’는 머리 부분에 돌처럼 딱딱한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석어(石魚)’라고 표기했고, 작지만 노란 색깔을 띠고 있으면서 조기처럼 돌이 머리에 들어 있어 이 고기를 황석어(黃石魚)라 했는데 그것이 변하여 대개 ‘황새기’라고 부르고 있다.

‘치’ 계열도 마찬가지로 빛이 검게 생긴 고기라 하여 ‘가물치’(黑魚 옛날에는 검을현을 가물현이라 했다), 칼(刀)처럼 생겼다 하여 ‘갈(칼)치’, 입술부분에 구멍이 있다 하여 ‘공(孔)치’, 몸이 뱀처럼 길다 하여 ‘뱀장어’, <우해이어보>에는 쥐치를 가리켜 서어(鼠魚)라고 하였으며 '낚시 미끼를 잘 물지만 입이 작아서 삼키지 못하고 옆에서 갉아먹는 것이 쥐와 같다'고 하였으며 또는 쥐 소리를 내는 물고기라 하여 ‘쥐치’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뱀장어는 남성의 정력을 돋우는 어류라 하여 한자로는 ‘만어(鰻魚)’ 또는 ‘만리어(鰻里魚)’라 표기하였는데 여기서 ‘뱀장어 만(鰻)’자를 파자(破字) 즉 한자의 자획을 풀어서 나누어보면, 고기 어(魚) 옆에 날 일(日)자와 넉 사(四)와 또 우(又)가 합해져 있다.

이것을 풀이해 볼 때 하루에 네 번 관계를 해도 또 하고 싶을 정도로 정력이 넘치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요즘 한창 많이 생산되는 과메기는 관목어(貫目魚) 또는 관어(貫魚)인데 옛날에는 새끼줄로 물고기 눈을 꿰뚫어, 꼬아 연결해서 달아매어 말린 물고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