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동사무소 통장회의에 앞서 낭랑하게 울려 퍼진 목소리가 겨울 추위를 녹이고도 남았다.
옥포1동사무소(동장 정도길)는 매달 초 개최하는 통장회의에 앞서 시 낭송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열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올 1월 통장회의에서 1통장(통장 방기석)이 낭송한 안도현 시인의 <겨울 숲에서>라는 시 앞 구절이다.
“시 낭송을 통해 딱딱할 수도 있는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고 친밀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다음부터는 “은은한 음악도 깔았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옥포1동통장협의회(회장 김충근)는 12개 마을별 통장들이 매월 1명씩 돌아가면서 시 낭송을 하자고 결의했으며 회의 시작 전 시 낭송을 해 오고 있다.
한편 지난 12일 부임한 정도길 동장은 취임식을 갖지 않은 대신 인사말을 통해 “동정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동장은 “첫째, 권민호 시장의 시정철학에 맞춰 동정을 펴 나가겠으며 둘째, 동민 상호간 소통과 화합하는 역할을 하겠으며 마지막으로, ‘현장중심 행정’을 펼쳐 나가면서 동민의 애로가 무엇인지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통장회의에 앞서 낭송한, 안도현 시인의 <겨울 숲에서>의 시 한편이다.
겨울 숲에서
- 안도현 -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 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 것 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 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 <그대에게 가고 싶다>(19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