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2-29 16:58 (목)
분열과 갈등을 경계한다
분열과 갈등을 경계한다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5.06.15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인은 신념보다 책임이 우선돼야
정순국 거제시민뉴스 대표이사

[정순국 대표칼럼]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부터 우울하기 짝이 없다.

저승길 망자의 한을 달래는 상여 앞소리를 틀어 시청 분위기를 초상집으로 만든 상복을 입은 한 사내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면서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가치관의 혼돈 속에 빠져든다.

요즘 거제사회가 이성과 합리, 순리와 상식의 기운이 쇠잔해져가며, 대립과 대결은 단순한 의견 차이나 관점을 넘어 ‘너 죽고, 나죽자’식 끝장으로 치닫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면서 거제시가 왠지 어수선하고 불안하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그런 때문인지 오늘 시청 앞의 상여 앞소리가 본격적인 지역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알리는 ‘전주곡’이 아닌지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런 감상이 한낱 ‘동네신문 기자’의 ‘그렇고 그런 식견’ 정도로 치부됐으면 하건만 만약 이것이 기우가 아니면 심각한 문제다.

작금의 거제시는 거제시장의 독단과 고집, 정치세력화 되어가는 시민단체 그리고 권토중래를 꿈꾸는 정치인들, 그들만이 살아가는 세상으로 착각이 든다. 이들은 입만 열면 공익을 운운하고 24만 거제시민의 행복을 논한다. 이들의 진심을 알길 없지만 어째든 이들은 가만히 있는 시민을 볼모로 삼는다.

거제시의 명운이 걸린 고현항재개발 등 대형 프로젝트 사업은 권민호 시장의 정치적 옹호세력과 반대세력간의 정치논리로 변질돼 그 사업의 목적과 본질은 뒷전으로 밀리는 듯 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서로가 걸핏하면 민주주의나 의회주의를 말하면서도 민주주의의 기본 룰인 타협과 양보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거제시의회에 기대를 거는 것도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지금의 7대의회는 제6대 시의회에서 처리한 일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개입 불가론’을 편다고 한다. 24만의 거제시민의 대리인 역할을 해야 할 의회가 취할 태도는 아니다. 의회가 주민여론수렴 기관이다. 따라서 대다수 시민의 여론을 잘 걸러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가 하나의 사업으로 인해 분열과 갈등 속에서 서로 만신창이가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정치색을 차단하고 오직 이 사업의 당초 목적과 본질대로 다수의 시민이 바라는 대로 갈 수 있게 하면 될 일이다.

반대론자들도 대다수 시민이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비판적인 대안’도 함께 나와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무슨 대책위에서 나온 것이면 모두 통용된다는 인식은 안 된다. 바다로 잘 가고 있는 배를 억지로 산으로 가도록 유도해서도 안 된다. 반면 산으로 배가 가고 있다면, 배가 잘못 가고 있음을 정확하게 짚어내면 된다. 배를 부서 버려야 한다는 극단적인 선택은 경계한다.

굳이 보태자면, 자신의 생각은 다른데 공개적 토의에서는 다수의 목소리 이끌려 자기 생각을 접는 사람도 있고, 반대 속에 묻히는 다수의 찬성의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시장과 공무원들의 탓으로 돌리면서 이 사업을 무조건 백지화 논쟁 속에 함몰 시키는 것은 옳지 못한 처사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 사업을 ‘정치논리’로 이끌어 간다는 시민의 오해를 사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책을 쓴 독일의 철학자 막스베버는 1919년 가을, 한 대학 강연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에게는 결과는 하나님에게 맡기고 그때그때 사회악에 대한 분노에 이끌리는 대로 행동하겠다는 ‘신념윤리’가 있고, 이와 반면 좋은 동기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예측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려는 ‘책임윤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서로 대립되는 두 개의 윤리 속에서 ‘신념윤리’만 쫒는다면 그것이 아무리 순수한 것이라도 ‘흥분’에 도취된 무책임한 정치인이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참다운 정치인이나, 정치를 꿈꾸는 사람은 결국 ‘책임윤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완벽한 지혜를 갖고 전혀 결함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신념윤리를 쫒는 정치인이나 ‘직업윤리’를 쫒는 정치인 서로가 지혜를 나누고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권민호시장의 돌직구와 고집은 예사롭게 보아 넘길 대목이 아니다.

‘서민시장’으로서 시민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그의 소박한 꿈은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서민이 있는 곳에 언제나 권민호가 있다’는 지나친 의욕과 자기중심주의는 오히려 시정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권시장의 '원 맨(one man) 행정'이 거제시 행정의 경화증을 유발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도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무슨 일이든 임기 내에 무조건 처리해야 한다는 지나친 의욕은 때로는 고집과 불통으로 비취기 마련이다. 더구나 독단은 오히려 일을 그르치고 고립을 자초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 격언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최근 민원행정 처리과정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권시장의 ‘이해할 수 없는 지시사항’은 한번쯤 복기해보아야 한다. 행여 사사로운 감정 개입이 없었는지, 아니면 필요이상으로 시장이 개입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서민과 사업자간에 벌어지는 민원행정에서 언제나 서민이 약자가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았으면 한다.

지난 6․4 지방선거 이후로 거제사회가 확연하게 갈리는 느낌이다. 그래서 서로 믿고 기다려주는 배려와 관용이 작동하는 정치와 시민의식이 더욱 요구된다. 지역사회가 이편저편으로 갈려 서로가 등을 지면 상식과 합리가 설 자리를 잃는다. 이러면 거제의 미래는 잿빛이다.

그래서 서로의 이해관계를 떠나 거제의 정체성을 찾고 근간을 지키는 차원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 파묻혀 살아가는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여 주었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