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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리쌀, 그 초고금리
장리쌀, 그 초고금리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01.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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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나는 속담도 발전을 하고

이 거친 보리밥을 먹게 되면 방귀가 잦아지는데, 방귀에 익숙해 질 무렵에 보리마저 바닥이 나는 힘겨운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한데, 이 속담은 배고픈 경우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가지 낭패의 상황에 빗대어 쓰는 것으로 발전했다.

예를 들어 도리깨로 타작을 하는 것이 좀 익숙해질 무렵에 도리깨가 부러 진다면, “방구 질 나자 보리 떨어진다더니, 이제 발동이 걸리려는데……”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장작 패는 친 애비는 멀리하고, 떡바앙꾸질하는 계모 옆에는 간다.”도 실려 있는 데, 참으로 가슴 아픈 이야기를 태연히 표현하고 있다. 아이는 친부, 계모를 따질 이유가 없을 것이다. 떡방아를 찧는 사람 곁에 쪼그려 눈을 빠끔히 위로 올려 최대한 슬프게 눈을 맞추어야, 떡 한 조각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었을 것이 당연하다.

장리쌀, 그 초고금리

필자의 어머니는 장리(長利)를 ‘장내’라 불렀고, 다른 분들은 ‘장려’ 또는 ‘장래’라 부르기도 했다. 아마도 ‘장리’가 뒤에 붙는 말인 쌀(또는 보리)과 발음이 연결되면서 여러 형태로 발음된 것으로 보인다.

이 장리를 찾아보면 “봄에 곡식을 꾸어 주어주고, 받을 때에는 한 해 이자로 본디 곡식의 절반 이상을 받는 변리”라 설명을 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년 50%가 넘는 고금리인데, 어쩌면 년 100%는 되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다.

어머니는 포로수용소가 철수하여 소개(疏開)되었던 주민들이 황폐해진 자신의 동네(고현)로 돌아온 무렵의 이 장리를 이렇게 설명하였다. 봄의 춘궁기를 넘기기 힘들어 딩기(등겨)를 쪄서 먹으며, 아이들은 영양실조로 얼굴이 퉁퉁 붓곤 하였다는 것이다.

그 보릿고개를 넘기 위하여 봄에 보리 한 말을 꾸어 주면, 가을에 쌀 한 말을 돌려받고, 만약에 겨울에 쌀 한 말을 꾸게 된다면, 보리의 수확기인 여름에 보리 두 말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초고금리인 이 장리도 빌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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