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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가을은 남자의 계절?
[기고]가을은 남자의 계절?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5.09.1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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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영민/거제의 삶, 꿈 저자·칼럼니스트
 

빠져나올 수 없었던 마음속의 적막한 바람들이 우리의 가슴을 적시는 계절인 가을 은 네 계절 중 가장 맑고 청량한 느낌을 주며 때 맞춰 부는 바람도 소슬하여 청량감을 더해 준다.

이때에 내리는 비는 더욱 처연한 느낌을 갖게 되는데 이런 비애의 분위기가 초록의 잎이 시들어 떨어지는 가을이 환기하는 비애감을 형성 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민요는 이런 정서와 소재를 두루 보여 준다. 가을 국화를 노래한 것으로 “잎이 지고 서리 치니/국추단풍 시절인가/ 낙목한천 찬바람에 홀로 피는 저 국화는/ 오상고절이 되어 있고...”라고 해서 오상고절을 강조 하는데 이때 전형적으로 등장 하는 것이 찬 하늘과 찬바람이다.

또한 가을하면 생각나는 노래로 ‘가을편지’ ‘잊혀진 계절’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가을 비 우산 속’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 등의 대중가요와 동요 ’가을‘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가을남자’라는 표현이 있다. 가을이 오면 가을 여자는 혼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고 가을남자는 곁에 누군가가 있어주기를 원한다. 또 가을 남자는 어느 후미진 골목 선술집에서 단풍 곱게 물든 장미의 눈물을 기억한다.

왜 가을이 남자의 계절인지 난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가을이면 바바리를 즐겨 입는다. 바바리 깃을 세우고 낙엽이 흩날리는 길을 걸으면서 아닌 게 아니라 폼이 좀 난다.

여자도 바바리코트를 입고 가을 길을 거닌다. 여자도 얼마든지 ‘가을여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왜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할까? ‘조조 삼국지’ 라는 책을 보면 눈에 띄는 구절이 있다.

어린 시절 조조와 하후돈이 원소의 됨됨이를 이야기하는 대목이다. 하후돈이 원소의 ‘풍도’가 멋있다고 감탄하자 조조가 말한다.

‘풍도란 무엇이냐?’

“태도나 행동으로 말한다면 남에게 가볍다는 인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 매사에 조급하지 않고 느긋하며 침착한 느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타이르듯이 이렇게 덧붙인다. “그 녀석은 나이가 스물도 안 되었다. 적어도 마흔은 넘어야 풍도가 있다고 말 할 수 있는 거다.”

요즘에 들어서야 중년남자의 멋과 함께 중년여자의 멋도 이야기 하지만 아직도 여자는 ‘멋있다’기 보다는 ‘예쁜 존재’이며 ‘예쁨’은 무엇보다도 몸으로 상징되는 ‘청춘의 특권’이다.

그렇다면 가을은 중년이다. 가을이 남자의 계절인 가장 큰 이유는 조조가 이야기 한 것처럼 중년의 남자가 멋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적어도 내 경우처럼 지금까지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잖아요” 하고 말을 걸어온 사람들이 전부 여자였다는 점이다. 어쩌면 대부분의 여자들이 은연중에 중년의 여자 보다는 중년의 남자가 멋있다고 생각 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대부분의 남자들이 젊은 남자보다 젊은 여자가 예쁘다고 생각 하는 것과 같은 당연한 현상인가? 게다가 대부분의 남자들도 중년 여자의 주름살 보다 중년 남자의 주름살이 멋있다는데 동의하지 않는가.

그러나 요즘은 젊은 남자도 다 예뻐 보이고 중년의 여자도 다 멋있어 보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에게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면서 동시에 여자의 계절이기도 하다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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