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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한해의 상념(年暮想念)
저무는 한해의 상념(年暮想念)
  • 거제시민뉴스
  • 승인 2014.12.0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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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세월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속도가 생겨나 점점 더 빠르게 지나간다. 어린 시절에는 20대 성인이 빨리 되기를 소망해도 쉽사리 오진 않던 긴 성장의 시기였다.

20~40대는 과거를 돌이켜 볼만한 여유도 없이, 정신없이 숨 가쁘게 지나가더니, 50대에 이르니 보란 듯이 일 년이 하루같이 쌩하고 지나간다.

희끗한 머리로 혼자서 보내는 세월 속에 연말 되니 전원풍경이 곱절이나 더 서글퍼진다. 몇 생을 산다 해도 못 다 갚을 마음의 부채 가졌는데, 36년 前 지세포중학교 옛 스승은 ‘첫 제자들 생각난다.’고 과메기 30인분을 보내왔다.

과메기 술자리엔 고향 친구들과 스승의 사랑을 안주삼아 지난 추억을 읊조리며 꼬박 밤을 새웠다.

젊은 시절엔 행복한 미래의 '유토피아(utopia)' 낙원을 꿈꾸었는데 결국 ‘ou’(없다) ‘topos’(장소)의 합성어의 의미처럼, “현실이든 미래이든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nowhere)”는 진리를 깨닫는 순간, 눈앞에 황혼이 펼쳐진다.

하지만 인류는 언제나 꿈꾸는 존재의 가치를 지닌 동물이다. 태양계를 넘어 은하 저 멀리 우주의 지평선까지 달려가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꿈의 확장성은 인류문명 발달의 원동력이었다.

2014년을 보내면서 2015년 을미년(乙未年)의 새로운 꿈을 꾸자! 꿈꾸는 자만이 행복하고 삶의 진정한 가치를 창조하는 자이다.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말고 혁신(innovation)하라!” 토인비의 불멸의 저작 <역사의 연구>에서는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의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실패의 연속 속에서 새로운 길을 만든다. 지나온 길은 길이 아니다. 지금 나아가야할 길이 우리 삶의 참(眞) 길인 것이다.

거제도는 외양으론 도시화가 이루어졌지만 이를 수용하는 문화의 적응 속도는 전근대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빠르게 진행되는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하여, 콘크리트∙철구조물과 네온사인으로 장막을 치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정체성인 바다를 밀어내고 미래의 진반도갱(塵飯塗羹)이라고 떼쓰는 어린아이의 소꿉장난만 일삼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거제도의 정신문화는 30 여년간 달려온 산업화에 미처 못 따라오고 있으니 두 부분의 괴리 사이에서 일어나는 반목과 갈등 그리고 사회 모순이 곳곳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사회지체현상’이 多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그동안 치러야할 사회적비용은 엄청날 것이다. 여러 사업이 지역을 위하는 일이라고 강변하지만, 알고 보면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한 영혼 없는 주구(走狗)들의 미사여구(美辭麗句)에 불과하다.

또한 1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거제도 선각자들이 “조선산업의 부흥기가 끝난 후의 먹거리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외치는 모습을 종종 보아왔지만, 전본분토(錢本糞土)에 길들려진 사회지도층에겐 우이독경(牛耳讀經)인 것이다.

거제도가 고향이 아닌 거제시민이라도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에 남는 곳, 살아있는 거제도를 건설할 책임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므로 거제시민 모두가 문화관광 도시다운 삶의 태도와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세모상념(歲暮想念) / 고영화(高永和)

눈 내리는 세밑에, 밖에 나가 한껏 흥취를 누리다가 관솔불 태우면서 화로를 껴안고 시흥(詩興)을 주체 못해 붓을 드니 찬바람 윙윙 고목나무 쌩쌩 운율을 돋우구나. 북풍에 몰려 휘날리는 눈보라가 하늘 가득하여 집집마다 쌓인 눈 무덤들 보더니 어른들 이르길, “올해 눈이 많아 내년엔 풍년 들겠네.”

암울한 시름의 꼬리, 세월과 함께 빠르지만 하늘의 은혜 상관없이 인간성쇠는 때가 있는 법인지라, 도롱이 삿갓 호해지사(湖海之士), 세밑에 한 척의 외론 배 타고 낚시질하리라.

눈앞에는 푸른 바다 끝도 없고 쇠한 이내 몸이 죽어서 썩든 말든, 한가한 사립문에 한 조각 눈송이 한가히 날아든다. 세모에 이내 신세, 번잡하고 소란한 일들, 이제는 좀 쉬어야지. 물새들과 맺은 약속 중하기 그지없는 터에 풍랑 몰아친 간밤의 꿈, 마음이 다 써늘했소.

생각하면 고달팠던 옛날, 꿈 많던 그 시절, 세월 지나보니 세끼 밥이 무슨 소용이람. “아침에 도를 들면 저녁에 죽더라도 여한이 없다”는 논어의 가르침 헛되고도 헛되도다. 옛사람이 남긴 술지게미 맛을 봐도 행(行)하지 못하니 이 무슨 우둔한 노릇인가.

갈수록 서글퍼라 민초들의 생활이여~ 영혼 없는 자원외교 4대강 삽질하여 하늘이 재앙을 내렸건만 토목 공사는 여전하고 빚덩이 몸뚱아리 은행에 저당 잡힌 백성들 무덤까지 이어진다.

아아 통탄스러워라~ 쥐새끼처럼 틈만 보는 간사한 수령이요, 나무늘보처럼 나무에만 매달린 아전이로세. 항아리 텅텅 빈 궁핍한 백성과 텅 빈 나라의 곳간, 과연 지도층의 고대광실(高臺廣室) 몇 층이나 차이 날꼬. 오색 비단옷입고 주작대로(朱雀大路) 달린다고 부끄러움 사라지더냐?

구름 낮게 드리우니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눈보라에 바람까지 일시에 위세 부려도 권세가의 비단 장막에선 술 따라라 재촉하고 백성들은 복지혜택 늘려 달라 떼쓰는데 아이들은 무상급식 더러워서 안 먹는다네.

하늘 닿는 부귀라도 끝날 때가 있는 법, 사방에 널린 풍연(風煙)을 찾아봄도 좋다지만 헛된 생각 함부로 하지 말라. 마음을 텅 비워 말끔히 씻어 내고 생각해야지. 추상(醜相)한 명예욕과 물질만능의 독소(毒素)가 뇌 속에 안착한, 인간의 환영을 덮어버릴 건곤일색(乾坤一色)의 세설(洗雪)이나 내릴려나..

올해는 향촌(鄕村)에서 좋은 소식 들리지 않았지만, 미적거리고 게으름 부린 지난 허물을 되돌아보면서, 옛날 보던 책장 펼쳐 곰팡이를 털어 낸다.

1) 세모상념[歲暮想念] / 고영화(高永和) 거제시 지세포에서.

玉女峯霰雪霏霏 옥녀봉에 싸락눈 심히 흩날릴 제

盤松峙上雉翬翬 반송재 고개에는 꿩이 푸드덕 날개 짓고나

光陰似箭白髮歌 화살 같은 세월에 백발가를 부르는데

賢人敎訓何微微 현인의 교훈을 어찌 미미하게 여겼던고.

海雲朗朗垂徽徽 바다구름은 밝고 아름답게 드리우고

擊風發發日暉暉 거센 바람 발발해도 태양은 반짝인다.

好事無人送酒錢 술병 들고 찾아오는 호사자 없어도

醪杯中月搖輝輝 탁배기 잔속의 달은 흔들리며 빛나구나.

老後光陰何寂寞 늙은 후의 세월은 어찌 이리 적막한고

歸歸不盡何所歸 가고가도 다함이 없으니 어디로 돌아가리.

吹雪掩顔欲沾衣 얼굴에 몰아친 눈보라가 옷깃에 젖어드는데

老來心思轉荒違 늘그막의 심사는 갈수록 거칠고 어긋난다.

 

2) 동짓날, 두보시에 차운하여[至日次杜詩韻] / 김진규(金鎭圭 1658~1716) 거제면 동상리.

一陽猶復窮陰節 하나의 양기가 돌아온 궁벽한 겨울철에

萬死長爲絶域人 긴 세월 먼 변방의 갇힌 몸 헤어날 길 없구나.

連歲不堪遙去國 연이은 세월, 멀리 고향을 떠나 견디기 어려운데

佳辰况是倍思親 좋은 동짓날에 때마침 어머님 더욱 생각난다.

愁添綉線憐西日 더한 시름에 수놓은 수평선, 저문 해 가엽고

眼想鑪香戀北宸 눈감고 생각건대, 향로의 향 가득한 북쪽 대궐 그립네.

竹浦無因通漢水 죽림포는 언제나 한강수와 통하는데

釰門那獨阻咸秦 우둔한 집안은 어찌하여 모두 막히게 되었는가?

[주] 일양내복(一陽來復) : ①하나의 양기가 돌아옴. 겨울이 가고 봄이 옴. 새해. ② 음(陰)이 성한 음력 10월을 지나 동짓달이 되어 비로소 양(陽)이 돌아옴. ③ 동지(冬至)의 별칭. ④길운(吉運)이 다시 옴.

올 한해도 저물어가고 무심한 세월에 반평생이 지나간다. 벌써 귀양살이 몇 년째 가족은 뿔뿔이 헤어져, 변방 거제도에서 궁벽한 객지 생활하는데 동짓날 저 멀리 수평선에는 해질녘 붉은 노을이 떠 감회가 새롭다.

지난시절 화려한 궁궐 속 명문가 집안의 옛 영화가 떠오른다. 거제면 죽림포구에는 운송선∙여객선∙어선∙전선이 쉼 없이 드나들고 조운선은 서해를 거쳐 한강 마포까지 오고가니 서울 집으로 돌아가고픈 마음 더욱 애달프다.

3) 겨울밤 조용히 앉아서[冬夕靜坐] / 김진규(金鎭圭) 거제면 동상리.

凜凜送徂歲 늠름하게 지난 세월을 보내고

棲棲羈絶徼 먼 변방에서 이리저리 서성인다.

生年漸有涯 태어나 차츰 흘러가 물가에 있으니

世故莽難料 복잡한 세상일, 예측하기 어렵구나.

有身那免患 이 몸은 언제 근심에서 벗어날까?

無名庶觀妙 알아주지 않아도 오묘함을 꿰뚫어 보니

樹高響寒風 나무가 높으면 찬바람에 울리고

窓虛納晩照 빈 창문은 저녁볕을 받아들인다.

冥心坐窅然 고요한 마음으로 멀리 바라보며 앉아 다짐하노라.

不復煩謌嘯 다시는 휘파람 불며 성가시게 하지 않으리라.

[주1] 서서(棲棲) : 거마를 검열하는 모양,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모양, 안달하는 모양.

[주2] 명심(冥心) :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어둑한 명상의 정신.

선생의 ’겨울밤 조용히 앉아‘ 위 시구 속에 “나무가 높으면 찬바람에 울리고 빈 창문은 저녁볕을 받아들인다.”는 옛 선인의 교훈을 인용했지만, 이는 거제도 귀양살이에서 느낀 감회이다.

하지만 선생은 자신을 포함해 7대 대제학을 배출한 광산김씨 문중의 뿌리 깊은 명문가 집안이었다. 선생의 문학과 인생에 대해 알면 알수록, 용비어천가의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며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마르지 아니한다.”는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4) 겨울밤 바다 섬에 눈이 막 내리니 마음이 감응하여 번뇌가 생긴다[海島冬晩始小雪  感而有作] / 김진규(金鎭圭) 거제시 거제면 동상리 거제여상 터 배소에서.

冬晩南初雪 겨울밤 남쪽에 첫눈이 내리니

微微逐海風 미미한 바다바람이 뒤따르네.

乘宵如乍冷 눈이 밤에 내리면 갑자기 추워진다는데

到地訝旋融 땅에 이르러 의아하게 돌다 녹는다.

暫着高峰白 잠시 시작한 게 높은 봉우리가 백색이라

俄歸旭日紅 급히 돌아가니 붉은 해가 떠오르네.

誰言粤犬吠 개가 눈을 보고 짖는다고 누가 말하는가?

嗟此與無同 아아, 이것과 더불어 옳지 않다네.

 

5) 느끼는 바가 있어[有感] / 김진규(金鎭圭) 거제면 동상리.

結髮曾懷許國心 상투 틀고 나라를 위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찍이 품고

登朝非是戀華簪 조정에 출사하여, 옳고 그름을 떠나 고관이 되기를 바랐다.

五年事逐浮雲變 오년동안 관직을 추구하다 덧없는 인생으로 변했는데

千里愁看漲海深 천리 멀리 가득한 깊은 바닷물, 시름겨워 바라본다.

天末孤光流短景 하늘 멀리 한줄기 햇살은 세모의 짧은 하루 비추더니

雨餘寒氣結層陰 비 온 뒤의 차가운 겨울바람에 층층이 어두워지네.

脩名未立身將老 영예로운 이름 세우기도 전에 몸은 늙어가고

歲暮殊方抱膝吟 타향 땅 세밑에 무릎을 끌어안고 시를 읊조린다.

[주1] 화잠(華簪) : 현달(顯達)한 고관이 쓰는 화려한 머리 장식이다.

[주2] 포슬음(抱膝吟) : 제갈량(諸葛亮)의 <포슬음(抱膝吟)>을 차용한 것으로, 촉한(蜀漢)의 제갈량(諸葛亮)이 출사(出仕)하기 전 남양(南陽)에서 몸소 농사를 지을 때 〈양보음(梁甫吟)〉이란 노래를 지어 매일 새벽과 저녁이면 무릎을 감싸 안은 채 길게 불렀던 데서 유래한 말로, 고인(高人)과 지사(志士)가 시를 읊어 심회를 푸는 것을 뜻한다.

김진규(金鎭圭 1658~1716)선생은 1682년 24세의 나이로 진사시에 수석으로 합격하고, 1686년 정시 문과에 갑과로 급제하였다.

이조좌랑 등을 역임하던 중 1689년 기사환국으로 남인이 집권하자 거제도로 유배되었다. 그는 송시열의 사상적, 정치적 입장을 추종하고 고수하면서 18세기초 노소론의 격렬한 당쟁 속에서 노론의 대표적인 정객으로 활약한 인물이다.

36세인 1694년(숙종 20)에 갑술환국으로 서인이 재집권하자 유배에서 풀려나 그 해 4월에 지평으로 다시 임명되었다가, 5월에 수찬에 임명되었다. 선생의 귀양살이 인연으로 사후 거제반곡서원에 배향되었으며,

그의 아들 손자까지 거제도의 유림들과 약100 여년간 인연을 이어갔다. 그가 남긴 수많은 시편에는 삶의 성찰과 회환을 주제로 하여 선생의 심경을 드러내곤 한다.

위 시편 내용도 청운(靑雲)의 꿈을 품고 관직에 나아가, 5년 동안 화려한 대궐의 생활을 뒤로하고 거제도에 유폐된 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낮이 점점 짧아지는 겨울날 비추는 햇살’은 5년간의 관직 생활을, 기사환국은 ‘겨울비‘로, ’차가운 겨울바람‘을 귀양살이로 대비시켜, 자신의 감정과 처지를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정경의 묘사에 기댄, 쓸쓸한 독백의 어조, 적절한 감정을 표현해 낸 절제된 어조가 돋보인다.

6) 추운 겨울밤[寒夜] / 김진규(金鎭圭) 거제면 동상리.

寒夜遙聞皷 추운 겨울밤 멀리 북소리 들리고

孤村獨閉門 외딴 마을에서 홀로 문을 닫는데

林踈飜暗鵲 성긴 숲에 밤 까마귀 날아다니고

浦冷叫離鵾 쌀쌀한 물가엔 떠나는 댓닭 울부짓네.

掩卷心偏感 마음이 유달리 감응되어 책을 덮고

挑燈眼轉昬 등잔의 심지를 돋우니 눈이 더욱 침침한데

須成旅窓夢 모름지기 객창에 기댄 꿈속에서라도

且返故園魂 고향의 넋이 되어 돌아가리라.

[주] 여창(旅窓) : 잠깐 머무는 집의 창으로, 객창(客窓)이라고도 한다.

 

○ 언어가 탄생해서 형성∙구성된 ‘스토리(story)’는 인간의 원초적인 정신문화의 지하수이다. 이를 재창조해서 발전한 문명과 문화∙예술은 인간의 생활 속으로 들어와서 삶의 가치를 더 높였다.

현대 기계문명에서 인간 정신과 사회적 소외감을 메꿀 수 있고 문화콘텐츠 산업을 업그레이드를 시킬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자 길이 문화예술이다.

그리고 사람 사이의 소통∙공감을 위해, 또는 세상에 막힌 벽을 통섭학문으로 허물 수가 있는데, 이를 제일 앞서 이끌 수 있는 것도 문화예술이다. 또한 시대를 이끌어 갈 창조적 지성과 상상력∙창의성의 공간이기도 하다.

全학문과 분야를 넘나드는 ‘통섭(統攝)’ 즉, 多학문을 이해하고 여러 문명과 문화와 충돌∙접합해야만 인간 존재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으며,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삶의 철학을 일깨워주는 유일한 통로는 ‘통섭학(統攝學, Consilience’s learning)‘이다.

통섭은 문화예술을 찬란하게 이끌어 갈 유일한 대로(大路)이기 때문이다. 多학문을 통한 예술과 인문학은 인간 삶의 명백한 공공재(公共財)이자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존재의 가치를 드높이는 학문이다. 특히 예술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을 표현한 가치실현의 장(場)인 것이다.

○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의 이 땅의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사상과 이념은 물론 사회규범에 대한 사고의 틀을 만들어 교육함으로써 가치관의 계단을 만들고 권위의 울타리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의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의 창의성을 저해하는 걸림돌로 되돌아 왔다. 오늘도 위정자들은 십여 년 후에 밝혀질 감언이설을 쏟아내고 있고 우둔한 민초들은 이에 또 호응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지나온 역사에서 현재의 우리는 미래를 향한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물리∙화학∙지구과학∙생명과학 등의 과학과, 의학∙약학∙한의학 등의 의학계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듯이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경계도 사라지는 시대가 도래 할 것이다.

모든 분야의 회색지대(Gray zone), 공통 부분집합(common subset) 속에서, 상상력∙창의력을 끌어내 미래시대의 혁신을 이끌 것이 자명하다. 이를 직시하고 미래시대를 준비해야한다.

IT와 조선기술은 핵심원천기술 없이 남의 것을 빌려, 빨리빨리 분위기에 탑승해 어느 정도 성과는 거두었으나 양적 팽창에 그치고 말았다. 결국 IT기술의 세계최고는 중국이 차지하고 옆 나라 일본보다 뒤지는 처참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와 사회 분위기는 2류 국가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는 저 우주 혜성에 탐사선을 착륙시키고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화성을 탐사하는 동안 우리나라는 자체기술로 우주를 향해 로켓트 발사조차 성공 못하는 현실에 통탄할 뿐이다.

이는 통섭에 따른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험난한 새로운 길을 걷지 못하는 사회 환경이 가장 큰 이유이다. 또한 뛰어난 인재는 의사 변호사 교사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업으로 몰려들고, 국가 미래의 성장 동력을 위한 분야에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참으로 답답한 사회구조이다.

매독환주(買櫝還珠)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옥(玉)을 포장하기 위해 만든 상자를 사고 그 속의 옥은 돌려준다는 뜻으로, 꾸밈에 현혹되어 정말 중요한 것을 잃는다는 말이다. 우리사회가 바로 이러하다. 정말로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은 버리고 껍데기만 요란한 일단락을 보는듯하여 씁쓸하다.

○ 2015년부터는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학생들부터 중년 노년층까지 모두가 사고의 벽을 허물고 세대와 지역을 넘어 창조적인 미래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기존 권위에 기대지 말고 역동성에 도전해야 한다! 이제는 상위 지도층만 시대를 이끄는 사회는 지나갔다.

국민 모두가 주변의 자그마한 폐습부터 스스로 바꾸고 나아가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이 진실이 아니다. 그 속에 숨어 있는 진리를 상상하고 발견하라!” 첨단 문명이 만들어낸 시각적 이미지는 개인의 주체와 존재를 상실케 하였지만, 이러함 속에서도 우리는 주체적인 자아를 스스로 찾아야한다! 거기에 인간 존재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역과 단체의 관습에 머물러 있었던 자신을 되돌아보고 시야를 넓게 보며 외연을 넓혀라. 인간 내면의 본성에 눈을 기울이고 미쳐서 행(行)하라. 자그마한 새로운 생각들을 모아서 맑고 밝은 미래의 무지개를 그려야 한다.

덧붙여 지역의 문화산업은 지역의 강점을 이용해서 특성화해야한다. 그래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남을 뒤따라 가지마라! 걸어 왔던 길은 길이 아니다! 앞으로 가야할 곳에 길이 있다.후발주자는 뚜렷한 차별화 없이는 미래가 없다. 남을 뒤따라가기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로 가야한다. 어쩔 수없이 남의 뒤를 따를 때에는 무언가 특색 있는 차별화를 갖추어야만 한다.

언젠가 우리 모두는 저 우주의 먼지로 사라질 것이다. “우주의 질서 속에서 자연스러운 입자(粒子)로의 회귀는 아름다움을 지나쳐 경이로운 광경(光景)이다.” 지구에서 숨 쉬는 육체를 가진 동안, 지금을 사는 우리는, 미래세대를 위해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가 이 땅에 온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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